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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조원 투자하는 현대차그룹 - 미래 투자로 세계 톱3 노린다 

4년간 연구개발에 31조원 투자 … 미래차 연구인력도 7300명 충원 


▎미래형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 투싼 수소차.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저성장과 엔저, 미국의 금리 변동, 유가 하락, 신흥국의 위기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불안한 세계 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시무식에서 한 말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 800만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차를 팔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말처럼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대차가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듯, 다른 브랜드도 언제든 현대차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거기다 세계 경제 전망마저 불투명해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도 현대차그룹 내부에 위기감이 감도는 이유다.

정 회장의 승부수는 정면돌파다. 2018년까지 81조원을 투자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세계 톱3 반열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 평균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미래를 위해 쏟아 붓는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사상 최대 투자액으로 주목을 받았던 14조9000억원보다 35%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한국 정부 전체의 연구·개발(R&D) 예산(18조9000억원)보다도 많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18년까지 사상 최대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 품질 경쟁력, 핵심 부품 기술력, 브랜드 가치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많은 투자를 국내에 집중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매량 사상 첫 800만대 돌파


현대차그룹은 이 중 49조1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쓴다. 공장을 신·증설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곳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할 계획이다. 다양한 IT인프라에도 투자한다. 나머지 31조6000억원은 R&D 투자에 집중한다. 미래차와 관련한 핵심 기술을 집중 확보해 자동차 업계의 리딩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전체 투자금액 중 76%인 61조2000억원은 국내에 집중할 예정이어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미래 자동차 개발이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등 미래형 자동차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세부적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연료공급 시설과 같은 인프라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언제든 시장이 활짝 열릴 수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솔린·디젤 내연기관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형 자동차의 등장은 시기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가솔린· 디젤 엔진개발을 시작한 시점이 늦어 항상 추격자의 위치에 있었다. 새로운 메커니즘의 내연기관이 주류가 된다면 현대차도 경쟁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대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처진다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마저 잃을 위험도 있다. 현대차의 미래차 개발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25조8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차량의 본질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는 물론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연비 규제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용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도 힘쓴다.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인다.

스마트자동차 개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스마트·IT 자동차 기술은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을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분야에 2조원을 투자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 및 IT 핵심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환경차 시험동을 신축하고 기존의 전자연구동은 증축한다. 부품 계열사 내에 디스플레이 공장 및 전자제어연구센터도 새롭게 들어선다. R&D를 주도할 우수 인재 채용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까지 총 7345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이 중 3251명을 친환경 기술 및 스마트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으로 채울 예정이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를 확보할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 개발, 차량 경량화,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내놨다. 연비 1%를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공격적인 행보다. 최근 출시된 소형차 엑센트를 그 출발점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자체 개발한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 미션을 국산차 최초로 장착해 연비를 끌어올렸다.

현재의 기술을 수준을 떠나서, 기술의 발전 속도만 본다면 현대차를 따라올 브랜드는 많지 않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한 발 더’를 외치고 있다. 미래에 현대차가 내놓을 자동차가 갈수록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1274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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