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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분쟁광물’ 사용 논란 - 애플은 분쟁지역 군벌의 돈줄? 

콩코 분쟁지역 탄탈룸 안썼다고 주장 … 영세 광산 많고 밀수 성행해 원산지 추적 어려워 

라인리 브라우닝 뉴스위크 기자

▎콩코처럼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광물은 채굴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고 대부분이 반군과 정부군의 돈줄이 된다(왼쪽). 모든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분쟁광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탄탈룸의 원광 콜탄(가운데)과 아이폰.
내 아이폰이 분쟁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로 만들어졌다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군벌과 성폭행범들이 광산에서 이익을 얻는 나라 말이다. 세계적 IT 업체 애플은 소비자의 이런 인식을 감안해 1년 전 과감한 발표를 했다. 애플은 자사에 납품하는 제련 업체들을 감사한 결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의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탄탈룸을 이용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감사 과정 필요한 만큼 투명하지 않다”

애플은 금과 주석, 텅스텐에 대해서는 똑같은 주장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하지만 애플이 탄탈룸에 대해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분쟁지역의 경계가 허술한 국경을 통해 광물 밀수가 널리 확산돼 있다고 지적한다. 군벌이 수출을 통제하는 나라의 영세한 광산에서 마을 사람들이 캐내는 광물의 경우 관련 문서 추적이 어렵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의 제련 업체 감사 과정은 불투명하고 부패에 취약하다. 미국 공공정책 연구기관 CAP의 이너프 프로젝트에서 콩고의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업용 광물)’ 문제를 감독하는 사샤 레즈네프는 “감사 과정이 필요한 만큼 투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에 역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애플의 이번 발표는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201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통과된 새로운 규정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 규정은 미국 상장기업들이 협력 업체들을 감사하고 분쟁광물이 사용된 경우 그 사실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지만, 제련 업체 이름을 공개하도록 요구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애플은 제련 업체들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애플의 자료는 분쟁광물 프리 소싱 이니셔티브(CFSI)를 통해서 나왔다. CFSI는 2009년 제련 업체의 분쟁지역 광물 사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감사 프로그램은 애플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 제네럴 일렉트릭 등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그동안 그 절차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거의 모든 컴퓨터와 휴대전화, 그리고 다른 첨단기기들이 탄탈룸을 사용한다. 탄탈룸은 청회색의 광택을 띤 광물로 브라질과 호주뿐 아니라 르완다와 콩고에서도 생산된다. 국제구호위원회(IRC)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유혈사태를 겪고 있다고 규정한 콩고에서는 1998년 이후 50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성폭행이 전쟁 무기로 사용되며 강제노동과 소년병 징집이 일상화됐다.

탄탈룸은 매우 은밀한 시장에서 거래된다. 탄탈룸이 들어 있는 광석 탄탈라이트는 상품거래소가 아니라 중개인들의 비밀 조직망을 통해 거래된다. 원산지를 쉽게 위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카자흐스탄·미국 등지의 제련소에서 콜탄으로 제련돼 축전기를 만드는 제조 업체에 팔린다. 축전기는 전하(electrical charges)를 저장하는 기기로 아이패드부터 항공기까지 많은 첨단제품에 필수적이다.

지난해 2월 애플은 자사 협력업체 중 탄탈룸·금·주석·텅스텐 등 분쟁광물 4종을 취급하는 제련 업체의 명단을 처음 공개했다. 그 업체들의 소재지는 중국·브라질·미국·일본·독일·인도·오스트리아·에스토니아·러시아·카자흐스탄 등지다. 애플은 CFSI의 감사 결과 이 업체들은 콩고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탄탈룸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애플은 자사가 금과 주석, 텅스텐과 탄탈룸 가공에 이용하는 219개 제련 업체 중 106개는 CFSI의 규정을 준수했고, 55개는 감사가 진행 중이며 58개는 탄탈룸의 출처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애플은 자사가 그 4종의 금속 가공에 이용하는 186개 제련 업체 중 59개가 규정을 준수했고, 23개는 감사가 진행 중이며, 104개는 감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환경감시 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에서 콩고 분쟁 광물 문제를 감독하는 소피아 피클스는 “CFSI는 일부 금속가공 업체가 공개조사를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조사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환경주의)이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CFSI의 긴 감사 과정 중 감사관이 제련 업체의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하는 다양한 단계를 언급했다. 관련 서류의 임의추출 조사와 종업원 인터뷰 등이다. 그런 과정은 제련 업체에 드러난 위험이나 교정 조치에 대한 공개 보고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세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SEC는 SEC의 새 규정을 따르려면 전기통신부터 의료까지 다양한 분야의 약 6000개 업체가 초기 비용으로 30억~40억 달러, 그 후론 매년 최대 6억900만 달러를 쓰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지난해 여름 자료 공개에 응한 업체가 1300개 남짓하자 우려와 실망이 뒤따랐다. 그중 자사의 모든 제품이 콩고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광물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경우는 23%에 불과했다. 올해는 더 많은 업체가 공개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슐트 로스 & 자벨에서 분쟁광물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클 리텐버그는 “지난해 많은 기술회사들이 분쟁광물 관련 자료를 공개해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업체들은 이 문제로 평판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잡스도 “문제 해결 어렵다” 언급하기도

지난 10년 동안 분쟁광물 사용 여부 조사가 증가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추적이 어렵다. 지난해 12월 르완다는 2013년 탄탈룸 수출이 급증해 세계 최대의 탄탈룸 수출국이 됐다고 발표했다. 세계 수출 총량 8800t 중 약 28%에 해당하는 2460t을 외국(주로 중국)의 제련 업체에 수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르완다는 매년 약 1500t의 탄탈룸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지만 2013년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물량을 수출했다.

르완다의 수출 물량 급증은 콩고 분쟁지역으로부터 국경을 넘어 탄탈룸 밀수가 이뤄진다는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CFSI가 제련 업체들을 감사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더 지난 2013년 4월 글로벌 위트니스는 “콩고의 북키부주와 남키부주에서 채굴된 주석과 탄탈룸·텅스텐 대부분이 반군과 정부군의 돈줄이 된다”고 보고했다.

뉴스위크는 애플 측에 감사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으며 애플에서 사용하는 탄탈룸이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애플은 인터뷰 요청과 e메일로 보낸 공식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2010년 6월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잡지 와이어드의 한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따른 다는 점을 인정했다. “누군가 광산에서부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광물을 화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기 전엔 매우 어려운 문제다.”

- 번역=정경희

1276호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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