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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나선 국산차 브랜드 - 신차 물량공세로 시장 탈환 나서 

현대차 투싼, 쌍용차 티볼리 관심 … 한국GM, 올해 최소 10종 출시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올 뉴 투싼의 발표회가 3월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전쟁 통에도 한 송이 꽃은 피는 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산 자동차 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차의 공세가 거셌기 때문이다. 안방시장을 계속해 내주며 부진을 이어갔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어렴풋하게나마 희망의 빛을 봤다. 절치부심하며 내놓은 몇몇 신차들이 선전을 펼쳐서다.

수입차 공세 거세도 가성비 좋은 차는 팔려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6월 미니밴 ‘올 뉴 카니발’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레저와 캠핑에 대한 관심이 올 뉴 카니발의 인기로 이어졌다. 카니발은 트렌드만 잘 읽어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카니발과 비슷한 콘셉트의 레저용 차량이 많았다. 그럼에도 카니발이 돋보인 까닭은 뛰어난 상품성을 갖춰서다.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에 이전 모델을 훨씬 뛰어넘은 성능, 적당한 가격이 뒷받침되며 상승세를 타는 데 성공했다.

오랜 부침을 겪었던 르노삼성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 QM3의 선전으로 오랜만에 웃었다. 독특한 디자인에 경유 1L로 18km 이상을 달리는 연비, 2000만원대 초·중반의 가격대를 내세워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올 뉴 카니발과 QM3의 성공은 국산 자동차 업계에 빛과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줬다. 긍정적인 부분은 수입차의 공세가 아무리 거세도 좋은 차를 만들어 싼 가격에 팔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단점이 없는 차가 팔린다. 과거 국산차 시장에는 고를 수 있는 차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입차의 공세도 거세졌다. 소비자들의 안목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차 1~2종과 비교해 장점이 있으면 팔렸다. 지금은 성능·디자인·가격·연비·실용성 등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고 느껴져야 겨우 지갑을 연다. 차를 팔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 국산차 관계자의 말이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상품성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고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지난해 그나마 성공을 거둔 국산차는 대부분 특수 목적용 차량이다. 미니밴·SUV·RV 등의 차량이 인기를 끌었다. 일반 승용차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LF쏘나타가 그렇다. 국민모델이라 불렸던 쏘나타의 새 모델이 시장에 등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택시 물량까지 밀어내며 어느 정도 판매 숫자는 맞췄지만 옛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배기량이 높은 대형 승용차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비교할 수 있는 수입차도 많아진다. ‘비슷한 가격이면 수입차를 타는 것이 더 폼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한 몫을 거든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전륜구동 세단 아슬란을 출시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형 세단 그랜저보다는 높고, 대형 세단 제네시스보다는 낮은 세그먼트로 규정하며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지난해 말 기아차가 선보인 대형 세단 K9의 부분변경 모델 ‘퀀텀’ 역시 고전 중이다. 신차 효과로 조금씩 판매량이 늘고는 있지만, 현대차 ‘에쿠스’의 판매가 줄었다. 결국 수입차 수요를 국산차로 끌어들이는 데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르노삼성, SM5 노바에 기대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품질을 높인 대형 세단을 개발하며 수입차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는 쪼그라드는 국산 대형 세단시장에 새로운 차를 출시하는 것조차 망설이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2008년 체어맨W를 출시한 이후 대형 세단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 역시 대형 승용차 부문에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대감을 갖고 출시한 신차가 시장의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은 자동차 브랜드에 여러모로 뼈아프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도 신차다. 국산차 브랜드는 저마다 최고의 신차를 내세워 시장 탈환을 선언하고 있다.

현대차는 3월 17일 소형 SUV 투싼의 새 모델을 발표했다. 소형 SUV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카테고리다. 준중형 세단에 식상함을 느끼는 젊은 소비자들의 엔트리카로도 인기가 좋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형 투싼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구형 투싼에 비해 연비가 25% 이상 개선되고 디자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신형 투싼의 등장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LF쏘나타는 디젤·하이브리드 모델을 연이어 투입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고, 국민 엔트리카로 꼽히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새 모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올 초 출시한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탄탄한 주행성능에 수입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0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또한 이 차의 매력이다. 아직 가솔린 모델밖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6월 이후 출시될 디젤모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차종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GM은 2015년 대규모 물량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1월 22일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대표는 “올해 최소 10종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형 세단 ‘임팔라’가 새롭게 국내 소비자를 만날 예정이고, 경차 스파크의 신형 모델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는 2012년 출시한 트랙스의 디젤모델을 추가해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QM3의 성공을 자신감을 되찾은 르노삼성은 기존 세단 라인업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SM5 노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출시 후 2번의 부분변경을 거치며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과거 쏘나타의 자리까지 위협했던 차인 만큼 잠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1278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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