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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도전과 고민 -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글로벌 승부사 

KT렌탈 인수 이어 해외로도 영토 확장 … 제2 롯데월드 건설, 유통업 경쟁 격화 등 현안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KT렌탈을 품에 안은 데 이어 세계 6위 면세업체인 WDF 인수 작업도 시작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고비 때마다 ‘공격 경영’을 펼쳐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시 공세적으로 나섰다.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물러나 신동빈 회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 까닭인지 자신감도 넘친다. 예전과 달리 대외 석상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언론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동시에 내부에선 ‘조용한 롯데’를 탈피하려는 그룹 DNA 개조작업이 한창이다. ‘2018년 매출 200조원, 아시아 TOP10’을 향해가는 신동빈 회장의 도전과 고민을 짚어봤다.

▎지난해 10월 16일 개장 상황 점검차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방문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제공
그는 나서는 걸 꺼렸다. 타고난 성격이 그런 건지 가풍을 따른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제껏 그랬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현장을 찾을 때도 꼭 필요한 수행인력만 갖춰 조용히 움직였다. 회의 중엔 비교적 잘 들어주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기자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때에도 가볍게 미소를 띠며 간결하게 답변하곤 했다. 재벌 총수답지 않은 과도한(?) 겸손과 예의 때문에 ‘재계의 신사’라는 칭찬을 들으면서도 ‘너무 얌전하다’는 뒷말도 많았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얘기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대외 활동이 부쩍 늘었고, 발언 역시 훨씬 명쾌해졌다. 신 회장은 2월 9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최근 제2롯데월드가 크고 작은 인명사고와 수족관·영화관의 안전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자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97층 공사 현장에 오른 그는 “롯데월드몰의 모든 시설을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조금의 의혹도 생기기 않도록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3월 24일에는 100층 돌파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안전을 강조했다.

WDF 인수하면 면세점 세계 2위로


3월 6일엔 베트남으로 건너가 쯔엉 떤 상 베트남 대통령과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오픈을 앞두고는 닷새 전 미리 부산을 찾아 서병수 부산시장 등을 만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3월 16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그는 “부산은 회장님(신격호 총괄 회장)의 사실상 고향이기도 하고 우리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라며 “앞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의 해임에 대해 ‘아버님의 뜻’이라며 확실히 선을 그은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이 나왔다.

더 확실한 변화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월 KT렌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그룹은 3월 11일 KT가 보유한 지분 58%와 기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42% 등 지분 100%을 1조2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 애당초 KT렌탈의 시장 가치는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입찰 초기만 해도 SK네트웍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2차 본입찰 때부터 판도가 바뀌었고, 결국 롯데가 KT렌탈을 품에 안게 됐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반드시 인수하라’는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의 조 단위 인수·합병(M&A)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GS리테일의 백화점·마트 부문을 1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2012년엔 하이마트 지분 65.25%를 1조2480억원에 사들였다.

후계구도 자신감 광폭 행보에 영향 준 듯


앞선 두 매물과 달리 KT렌탈은 전형적인 유통업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선 건 오토 렌탈·셰어링 사업이 롯데가 보유한 유통·관광·금융 인프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카셰어링은 신 회장이 몇 년 전부터 관심을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사업 타당성을 저울질 해왔다고 한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전혀 비싸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를 대변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는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인 동시에, 가치 공유를 통해 주변 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할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공략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3월 10일 국민연금이 출자한 코퍼레이션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인 ‘롯데-KDB-대우증권-코스모 글로벌투자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와 해외 공동투자 협약을 했다. 롯데가 5000억원, 국민연금 등이 5000억원을 내서 조성한 펀드로 M&A 등 해외 투자에 쓸 돈이다. 2012년 국민연금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M&A 자금치곤 금액이 그리 많지 않고, 공동투자 협약이라 독자적으로 투자처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과 손을 잡으면서 시장의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의 시야에 들어온 인수 대상은 이탈리아 면세업체인 월드듀티프리(WDF)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대형 쇼핑몰 ‘아트리움’ 등이다. 세계 6위 면세사업자인 WDF는 몸값이 약 4조원에 달하는데다, 세계 1~2위인 듀프리·DFS 등도 노리고 있어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WDF를 품에 안으면 롯데면세점은 단번에 점유율 세계 2위로 올라선다. 롯데는 지난 2월 3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대기업에 할당된 8구역 중 4개 구역을 낙찰 받았다. 롯데그룹은 8구역 모두 경쟁사 중 최고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20년까지 3조6000억원가량의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면세점 업계의 치열한 덩치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WDF 인수의 경우 ‘아직은 검토 단계’라며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되면 단번에 공격 모드로 전환할 태세다.

신동빈식 ‘공격 경영’은 최근 발표한 투자 계획에서도 잘 드러난다. 롯데그룹은 올해 주력인 유통 부문에 3조4000억원을 비롯해 중화학·건설부문 1조5000억원, 식품부문 1조원 등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5조70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채용도 지난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올해 3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16.5% 늘어난 136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신규 채용규모는 2014년 보다 6.3% 줄일 계획이다. 신규 채용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곳은 7곳, 10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와 롯데 두 곳만 채용 규모를 늘린다.

신 회장의 움직임이 크게 변한 건 일단 ‘위기감’의 발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환경 악화로 롯데그룹의 최근 실적은 정체 상태다. 내수 침체와 해외 사업 부진이 겹쳤다. 주력인 롯데쇼핑의 지난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42% 감소한 2320억원에 머물렀다. 백화점 부문에서 영업이익 감소폭(34%)이 컸고, 해외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마트 부문 역시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롯데케미칼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6%, 28% 줄었다. 면세점 사업을 하는 호텔롯데가 버텨줬지만 전통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들이 제 몫을 못했다. 신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정책본부 주요 임원회의에서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후계구도 정리에 따른 자신감도 광폭 행보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 1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등 모든 지위에서 물러나면서 신 회장이 사실상 앞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오래 전부터 유지된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공식이 당장 깨질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 회장이 일본까지 총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가설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호텔롯데는 일본과 한국을 연결하는 계열사 중 하나다.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보다 매출이 10배 이상 많다. 사업의 핵심은 한국 롯데지만 일본 롯데는 지분 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까지 신 회장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훨씬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신 전 부회장은 3월 23일 롯데건설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일본 내 임원직을 모두 상실한 데 이어 한국 롯데 계열사 임원직도 내놓은 것이다. 롯데 측은 부인하지만 이쯤 되면 사실상 후계구도가 정리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8년 증권사 경험이 금융 자신감 밑거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70층 커튼월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제공
어떤 시나리오든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롯데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그룹을 키워왔다면, 신 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2004년 이후 적극적인 M&A로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2004년 KP케미칼, 2006년 우리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 2009년 두산 주류 부문, 2010년 GS 리테일,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 롯데의 굵직한 M&A를 주도한 게 바로 신 회장이다. 그 사이 롯데그룹은 36개 계열사, 매출 23조원에서 74개 계열사, 매출 83조원(2013년)으로 급성장했다.

과감한 M&A 이면엔 롯데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가 있다. 롯데그룹 주력 11개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30대 그룹 중 가장 낮은 수준인 60%대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롯데쇼핑·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구조인데다, 무차입 경영을 강조하면서 자산 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전통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약간의 변화가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KT렌탈 인수자금(1조200억원) 마련을 위해 절반인 6000억원 정도를 일본 자금시장에서 조달키로 하고, BNP파리바증권·노무라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엔화 표시 외화채권(사무라이 본드) 발행이 유력한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각각 3000억원씩 발행할 전망이다.

실제로 신동빈 체제로 전환한 이후 롯데는 단순한 금융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공개(IPO)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1988년 롯데상사에 입사하기 전 신 회장은 1981년부터 8년 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경험을 쌓았다. 기업 재무관리 기법과 국제 금융시스템을 직접 체득한 건 오너가 2세 경영자 중엔 신 회장이 거의 유일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해지기 직전 마이너스 금리로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잠잠해진 시점이었으나 신 회장은 “위기가 끝난 것 같아도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자금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며 극비리에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11년 6월 15일 약 1조원(5년 만기)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 전환사채의 달러화 이자율은 0%, 엔화 이자율은 -0.25%였다. 이 돈은 약 한 달 뒤 롯데 쪽에 입금됐는데 8월부터 그리스발 금융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한달 만 늦었어도 구경을 못했을 돈이었다.

‘옴니채널 효과 크지 않을 것’ 냉정한 평가도

신 회장의 움직임에 일단 ‘긍정적’이란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과제도 수두룩하다. 일단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한다. 롯데는 국내 사업 비중이 80%가 넘는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지만 사업을 확장할 새로운 시장이 잘 안 보인다. 백화점이나 호텔 성장률이 정체 상황이고, 홈쇼핑 등 기타 유통채널은 경쟁이 워낙 심해 점유율 늘리기가 쉽지 않다. 신 회장의 고민이 반영된 게 바로 ‘옴니채널’이다. 옴니채널은 모바일·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쇼핑 환경을 말한다. 온라인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제품을 롯데백화점에서 곧바로 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 픽업데스크’나 고객이 대형마트에 들어가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할인쿠폰을 전송해주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올해 유통 부문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옴니채널 구축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2012년부터 ‘옴니채널에 롯데의 미래가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해왔고, 지난해 11월 사장단회의에서도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기업과 견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통 사업의 판도를 확 바꿀 무기로 ‘옴니채널’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 수요의 한계를 돌파할 획기적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롯데 외에 다른 브랜드(기업)와 호환되지 않으면 옴니채널의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각종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롯데 관계자는 “결국 유통은 점포를 늘려야 하는데 곳곳에 잠복한 규제 때문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등 골목상권 보호 분위기가 거센 상황이라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 일례로 최근 아울렛 사업에 공을 많이 들이는 롯데는 한 야당의원이 낸 법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2월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1km로 규정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2km이내로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이 법안대로 규제한다면 사실상 도심과 가까운 곳에 아울렛을 짓는 건 불가능해진다.

결국 답은 해외에 있다. 2011년 신 회장은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30~4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도가 영 더디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이 2007년부터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기대만 못하다. 롯데백화점 중국 1호점이었던 베이징점은 4년 만에 문을 닫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한 ‘롯데쇼핑 에비뉴’도 매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입지 선정과 고객 수요 조사, 현지 파트너십 등 여러 가지 실책이 많았다는 평가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건 많은데 마땅히 돈 될 만한 사업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제과와 음료 부문이 해외 시장에 서서히 정착하고, 면세점 사업이 꾸준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도 시급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 덕에 지난 1년 간 롯데는 계속 구설수에 시달렸다. 애초에 안전에 문제가 없었으면 뒷말도 없었을 터다. 그 사이 본의든 아니든 제2롯데월드는 그룹의 새 얼굴이 됐다. 3월 24일 롯데월드타워는 착공 후 4년 5개월 만에 100층을 돌파했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가을쯤 완공된다. 이날 열린 100층 돌파 기념행사에 참석한 신 회장은 “안전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앞으로 안전에 최선을 다해 롯데월드타워를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직간접 고용 35만명 “적극적으로 롯데 알려라”

그의 바람대로 되려면 더 이상은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수족관과 영화관 영업 중단 카드까지 꺼내며 겨우 수습했지만 또 한 번 사건·사고가 터지면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쇼핑 환경과 부대시설을 갖춰도 고객이 안전에 대한 확신을 못 가지면 무용지물이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이곳에 약 5조원을 투자했다. ‘제2롯데월드의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약 7조원’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지만 말 그대로 유발 효과다. 실제로 약 90조원에 육박하는 그룹 매출에 제2롯데월드가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또 한 번 삐끗하면 돈은 돈 대로 쓰고, 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지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롯데는 소비자에게 매우 친숙한 기업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호감이 가는 기업도 아니다. ‘롯데=□□’라고 정의할 만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포장하는 것을 멀리하고 실익을 추구한다는 말로, 롯데 직원들에게 통용되는 오랜 격언이다. 이 때문인지 롯데엔 ‘좋은 일도 알리지 말라’는 특유의 전통이 있다. 이런 분위기도 앞으론 바뀔 듯하다. 최근 신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직·간접적으로 롯데와 함께 하는 직원이 약 35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경영 전략부터 기업 DNA까지 롯데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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