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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피니티, 고급차의 새로운 기준 

미국 상류층 생활 조사하는 비밀 팀 가동 … 수평선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의미 

김태진 모빌리스타 편집장
1985년 11월, 일본의 명동으로 불리는 도쿄의 화려한 긴자 거리. 중앙에 자리한 닛산 본사 글로벌 헤드쿼터에서 중대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 시장에서 미국 및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고성능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 이 결정은 곧바로 일급 비밀에 부쳐졌고, 닛산 내부에 ‘수평선(Horizontal Task Force)’이란 이름의 비밀 결사대가 조직됐다.

▎SUV와 스포츠카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크로스오버 FX.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평선’이란 이름의 사내 비밀 조직이 시초다. 미국 시장에서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고성능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이들은 당시 미국 상류층의 생활을 면밀히 조사하고 체험했다. 구입하고 소유하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생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1987년 비밀 조직에 이름이 붙었다. ‘인피니티’다. 영어로 무한대를 뜻하는 Infinity에 맨 마지막 철자를 ‘I’로 바꿨다. 철자를 바꿔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끝없는 수평선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란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 로고 역시 무한히 뻗어나가는 도로를 형상화한 두 개의 기둥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2년 뒤인 1989년 11월, 미국 내 51개 영업망을 시작으로 인피니티 브랜드가 공식 출범했다.


▎인피니티 최초의 모델, Q45.(왼쪽) 독특한 뒷모습이 특징인 J30.
인피니티의 첫 모델은 고급 대형 세단 Q45가 맡았다. ‘평범한 모습의 고성능 차’를 의미하는 ‘ Q카(Q-car)’에서 알파벳을 따온 1세대 Q45는 2875mm의 휠베이스를 가진 대형차였다. Q45는 280마력을 발휘하는 4.5L 8기통 엔진에 사륜조향시스템과 액티브 서스펜션,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주요 경쟁상대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같은 최고급 대형차였다.

Q45에 이어 고성능 쿠페인 M30과 엔트리 세단인 G20이 출시된다. 인피니티 브랜드의 라인업이 갖춰진 셈이다. 1992년에는 3년간 생산된 M30의 뒤를 이어 엔트리급 세단인 J30이 출시됐다. 210마력을 내는 3.0L 엔진을 얹은 J30은 부드러운 곡선의 독특한 뒷모습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고성능 고급차를 표방하는 인피니티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한 모델이다.

인피니티 부활을 이끈 G35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 인피니티와 레드불 레이싱의 협업은 201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를 거치며 인피니티는 J30의 뒤를 잇는 엔트리 세단 I30, 고급 SUV인 QX4 등을 내놓는다.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인피니티는 통일성 없는 디자인과 모델마다 제각각인 구동방식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1990년대 후반 파산 위기를 겪은 닛산의 상황도 인피니티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인피니티의 전성기를 이끈 스포츠 세단, G35.
인피니티의 전성기는 2000년대 들어 찾아온다. 카를로스 곤 회장의 지휘 하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닛산은 체질개선에 성공한다. 이에 따라 상품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2003년 출시된 G35가 인피니티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언론의 극찬을 받은 G35는 2003년 인피니티 처음으로 연 1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섰다. 총 11만8655대의 판매로 전년 대비 35% 늘어났다.


▎한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세대 G 세단.
G35의 뒤를 이어 SUV의 실용성과 스포츠카의 날렵한 디자인을 결합한 고성능 크로스오버 FX가 출시됐다. 2004년에는 대형 SUV인 QX도 나왔다. G35가 ‘일본산 BMW’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동안 위급의 M 세단은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의 럭셔리 세단으로 뽑히는 등 언론의 호평은 이어졌다.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인피니티는 2004년 중동, 2005년 한국, 2006년 러시아, 2008년 서유럽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진출 1년 만에 풀 체인지 된 G35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2007~2008년에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했다.


▎인피니티의 새로운 엔트리 해치백이 될 Q30 컨셉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피니티는 2011년부터 레드불 레이싱팀과 F1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위해 2012년 일본을 벗어나 본사를 홍콩으로 옮겼다. 그와 더불어 2012년 12월 새로운 작명법을 발표했다. GㆍMㆍFX 등 모델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기존 이름을 버리고 Q와 QX로 시작하는 새로운 네이밍을 사용한다.


▎인피니티의 새로운 기함을 엿볼 수 있는 Q80 컨셉트.
2014년식부터 적용된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G세단의 후속인 Q50이 출시됐다. 상위 모델인 Q70도 새로운 패밀리 룩으로 단장을 마쳤다. 세계 각국의 모터쇼에선 새로운 엔트리 해치백 Q30과 고성능 쿠페 Q60, 브랜드의 새로운 기함이 될 Q80 컨셉트카를 연이어 발표했다. 인피니티 특유의 곡선이 넘실대는 패밀리 룩은 기본이다.

인피니티의 목표는 확고하다. 전 세계 시장에서 50만대 판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무려 전년대비 2.5배 성장률을 보이며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가 됐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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