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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VOLVO V40 CROSS COUNTRY - 볼보가 잘하는 크로스오버 장점 살려 

D4 디젤과 8단 자동변속기의 일품 궁합 

김태진 모빌리스타 편집장
최근 글로벌 자동차의 추세를 보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단연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히클(CUV)’시장이다.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장점을 결합,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차다. 볼보는 연간 판매규모가 45만대 남짓으로 작은 자동차 업체다. 왜건과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쳐 만드는 CUV에는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로 꼽힌다.

CUV 열풍은 실용성에 바탕을 둔 SUV 인기에다 연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다운사이징) 트렌드가 합쳐진 결과다. 이런 경향에 따라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선 앞다퉈 소형 CUV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등장한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의 QM3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에는 쌍용차가 가세, 티볼리를 출시했다.

수입차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선 프리미엄 브랜드가 CUV 시장에 적극적이다. 2010년 X1을 출시한 BMW는 소형 크로스오버 영역의 선구자로 인정받는다. 지금은 3시리즈 세단의 변형 모델인 GT에 이어 2시리즈 투어러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우디는 검증된 폴크스바겐 티구안의 플랫폼을 활용해 2012년 Q3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GLA를 통해 이런 CUV 흐름에 동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대중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푸조는 3008과 2008로 CUV 시장에서 쏠쏠히 재미를 봤다. 질세라 피아트와 지프도 올해 소형 크로스오버를 출시한다.

자동차 업체의 경영 미션은 두 가지다. 판매량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성장하는 시장이 있으면 뛰어들어 판 매량을 끌 어올리는 것은 물론, 여기서 이익도 내야 한다. 지금까지 CUV는 판매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수익률에서도 효자다. 기존에 개발해 놓은 세단이나 SUV의 차체뿐 아니라 주요 부품을 상당부분 공유할 수 있어서다. 부품 공유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시켜 기하급수 이익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지금은 모두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 뛰어들지만 성장세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 막차를 타면 기대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손실 폭도 크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덩치가 작은 브랜드가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새로운 시장에 즉각 뛰어들기 힘든 이유다.

스웨덴의 볼보는 2009년 중국 질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연평균 두 자릿수를 넘는 판매 호조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무려 전년 대비 52% 판매가 급증했다.

볼보의 연간 판매규모는 45만대 남짓으로 작은 자동차 업체다. 영업이익률도 2%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왜건과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장점을 합쳐 만드는 크로스오버(CUV)에는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로 꼽힌다. 자연을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스칸디나비안 문화와 일년의 40%를 눈 속에 살아야하는 척박한 스웨덴의 환경이 볼보를 왜건과 크로스오버의 명가로 만들었다. 실제 볼보 전체 판매량에서 이들 차량의 비중이 80%가 넘는다.

이런 볼보가 개발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급성장하는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소형 해치백 V40에 최소한의 투자비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해치백에 크로스오버를 가미한 포지셔닝이다. 이렇게 탄생한 차가 바로 ‘V40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 이하 V40 CC)’다.

본격적인 소형 크로스오버의 자리는 ‘XC’ 이름을 달고 등장할 차세대 모델에 남겨 두고 우선 크로스오버 룩으로 외관을 손본 V40 CC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V40 CC의 겉모습은 기본적으로 V40과 동일하다. 이름에 걸맞게 험로를 더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V40과 차이점은 앞ㆍ뒤 범퍼와 옆면에 두툼하게 덧댄 프로텍터다. SUV 같은 강인한 인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험로에서 진흙이나 자갈 등에 차체가 긁히는 것을 막아준다. 여기에 서스펜션을 손봤다. 지면에서 차체 바닥까지의 거리인 지상고를 12mm 높였다. ‘겨우 12mm’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운행을 해보면 이 차이 때문에 바닥을 긁히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여기에 18인치 V40 CC 전용 휠과 한 사이즈 큰 타이어를 끼워 SUV처럼 무장을 했다.


지붕에 달린 루프 캐리어 매력 만점


▎볼보의 아이덴티티가 잘 살아 있다. V40과 큰 차이는 없다.
내부는 V40과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같은 인테리어지만 V40 CC 전용의 구릿빛 알루미늄 트림과 고급스런 실버 질감의 동승석 로고로 차별화를 꾀했다. 세심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브라운 색상의 시트도 V40 CC의 고급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야구공 같은 도톰한 바느질(스티칭)로 한껏 멋을 부렸다. 다른 볼보 모델에 비해 폭이 다소 좁은 감은 있지만, 가죽의 품질도 훌륭하고 몸을 아늑하게 감싸 안아, 의자에 앉는 느낌(착촤감)이 뛰어나다.

편의장비도 풍부하다. 동급에선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앞자리 열선은 기본이다. 소형차인데도 뒷자리에 열선 기능을 더 했다. 도로 표지판을 인식하는 LCD 계기판과 자동으로 전조등을 조절하는 액티브 하이빔 라이트도 달렸다. 볼보 만의 첨단 안전장비도 가득하다. 전방의 보행자까지 감지해 충돌 충격을 줄여주는 시티 세이프티와 사각지대 경보장치(BLIS), 레이더로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장치(LKA)까지 달렸다. 특히 LKA의 경우 차선 이탈을 경고하면서 스스로 스티어링을 조절해 차선 안으로 차체를 밀어 넣는다.

또 한가지 차별점은 앞유리 열선이다. 안개가 자주 끼거나 서리가 내리는 것 같은 악천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눈이나 서리에 앞 유리가 얼어붙더라도 5분 내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지붕에 달린 루프 캐리어는 경쟁 모델에 없는 V40 CC 만의 매력이다. 필요시 손쉽게 적재공간을 늘릴 수 있다. V40 CC는 실내 공간이 소형 해치백인 V40 그대로라 아 무래도 한 가 족이 캠핑을 떠나기엔 적재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무려 500L 적재공간을 가진 캐리어를 달아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볼보가 직접 만든 순정이라 견고할뿐 아니라 사용이 무척 간편하다. 이 장비는 V40의 단점은 보완하고 V40 CC만의 특징을 잘 살린 볼보만의 절묘한 상품기획이라 할 수 있다.

V40 CC는 1.6L D2 디젤부터 사륜구동(AWD), T5 2.0L 터보 가솔린까지 동력장치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한국에는 전륜구동 디젤 D4 한 가지만 들어온다. 2.0L D4 디젤은 최고 190마력, 최대토크 40.8 kgㆍm의 화끈한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자동 8단 변속기와 짝을 이룬 덕에 공인연비(복합)가 16.4km/L로 상당히 뛰어나다. 숫자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실제 주 행하면 더 놀랍다. 볼보가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드라이브-E’라고 이름을 붙인 이동력장치만으로도 상품가치가 몇 배는 올라간 느낌이다.


▎지상고를 12mm 높이고, 프로텍터를 덧대 CC만의 개성을 완성했다.

▎2.0L 190마력 D4 엔진은 힘과 연비 모두 만족스럽다. 트렁크가 부족하다면, 전용 캐리어로 공간 확장을 할 수 있다.
1750rpm부터 최대토크 쏟아져

엔진 회전수 1750rpm부터 40.8 kgㆍm의 토크를 발휘하는 D4 엔진은 초기에 아주 약간 멈칫하는 느낌이 있지만, 시종일관 생기가 넘친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차급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잘 억제돼 있다, 반응속도도 만족스러워 가솔린 엔진이 전혀 그립지 않다.

백미는 자동 8단 변속기다. 도요타 계열의 아이신이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 앞바퀴 굴림 차에 쓸 수 있도록 개발한 차세대 변속기로 자동 6단을 대체한다. 저속에서의 기어비는 더욱 촘촘해 가속력이 좋아졌고 전체 기어비는 더 넓어져 연비를 좋게 했다. 이런 변속기만으로도 가속성능은 2.5%, 연비는 6.6% 개선됐다. 여기에 볼보의 맛깔스러운 감각이 더해졌다. 변속 속도도 빠를 뿐더러 급가속을 위해 아랫단으로 변속을 할 때 엔진 회전수를 맞춰주는 ‘다운시프트-레브-매칭’도 척척 해낸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부럽지 않은 부분이다. 종종 퉁퉁거리는 DCT에 비해 변속 충격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공식 데이터가 7.5초다. V40 D4의 7.2보다 0.3초 뒤진다. 높아진 차체로 인한 공기저항 증가와 한 사이즈 늘어난 타이어의 영향이다. 실제 본지가 계측기로 세 번 측정한 결과 평균 7.8초가 나왔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시속 160km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간다. 힘은 넘치지만 그 이상의 속도는 부담스럽다. 캐리어의 공기저항이 거세진다. 시승 중에 시속 210km로 제원상 최고속도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헬리콥터의 날개가 돌아가는 듯한 소음이 커진다.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전자식 LSD 기능인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이 작동해 앞바퀴 굴림 특유의 언더 스티어(스티어링을 돌린 것보다 덜 회전하는 현상)를 줄여준다. 스티어링의 느낌도 자연스러워 경쾌하게 굽이 길을 돌아나간다. 핸들링에 있어서는 합격점이다. 아쉬운 부분은 오히려 직진 가속이다. 가속성능은 훌륭하지만, 급가속 시 차체가 오른쪽으로 흐르는 토크 스티어가 발생한다. 4L 가솔린 엔진에 가까운 40kgㆍm의 토크를 쏟아내는 D4 엔진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세련된 감각으로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V40 CC는 기존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크로스컨트리만의 차별점을 갖고 있지만, 본격적인 크로스오버로 보기는 힘들다. 볼보는 기존 CUV와는 전혀 다른 별도의 장르로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와 더불어 가격도 살짝 올랐다. 가격은 4610만원이다.

결과는 시장이 말해준다. 2013년 출시된 V40 CC는 첫 해 2만2000대 가까이 팔았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3년 대비 20% 증가했다. V40 CC의 초기 판매 목표는 연간 1만7000대였다. 크로스컨트리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볼보는 올해 1월 미 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V60과 S60의 크로스 컨트리 버전을 발표했다. V40 CC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뜻이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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