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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그래핀산업 동향은] 그래핀 본고장 영국서 그래핀전구 개발 

미국·유럽 등 산업화 시동 … 제품 상용화 임박 


▎영국은 최근 세계 최초로 그래핀전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왼쪽)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에게 그래핀전구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핀의 산업화에 공을 들이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도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 아래 그래핀 강국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그래핀과 관련해서 전 세계에 주목할 만한 소식을 전한 곳은 그래핀 연구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영국이다. 영국 BBC는 3월 28일(이하 현지시간) 그래핀 공동발견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와 영국 기업 그래핀라이팅이 손을 잡고 세계 최초로 그래핀 필라멘트를 사용한 전구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그래핀으로 만든 첫 제품은 영국이 개발한 ‘그래핀전구’로 기록될 전망이다.

맨체스터대 관계자는 “대학에서 설계한 그래핀전구의 상용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몇 달 내로 시장에서 그래핀전구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맨체스터대는 노보셀로프 교수 등이 공동연구를 거쳐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대학이기도 하다. 그래핀전구는 기존의 백열전구가 텅스텐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래핀으로 코팅된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다. 콜린 베일리 맨체스터대 부총장은 “그래핀전구는 일반 LED전구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발광 효율은 10%가량 향상됐다”며 “전구의 수명은 더 긴 반면 생산비용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판매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BBC는 그래핀전구가 출시되면 일반 LED전구(15파운드, 약 2만5000원)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명은 길고 생산비용은 낮고


▎싱가포르국립대(NUS)는 국립그래핀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그래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은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나라답게 그래핀 연구와 산업화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다른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섰다. 3월 20일에는 국립그래핀연구소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가 올해 주목할 과학 이슈 중 하나로 개소 소식을 다루기도 했던 이 연구소는 이미 세계 35개 기업들과 손잡고 그래핀 관련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빠른 충전을 필요로 하는 배터리, 휘는(Flexible) 터치스크린, 경량 비행기 등이 제품화 예정목록에 포함됐다.

영국 정부는 산하 공학물리과학연구위원회를 통해 이 연구소에 3800만 파운드(약 624억원)을 투자했고, 유럽 지역개발펀드를 통해 추가로 2300만 파운드(약 377억원)를 투자했다. 10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다. 그만큼 그래핀 산업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국립그래핀연구소 개소식에서 “이 연구소가 중국과 한국 등의 경쟁국을 물리치고 그래핀과 관련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중심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계도 적극적이다. 맨체스터대는 2017년경 그래핀공학혁신센터를 완공하고 그래핀의 가공을 통한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영국이 이처럼 그래핀 산업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그래핀을 최초로 발견하고도, 다른 경쟁국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어서다. 오스본 장관이 경쟁국으로 언급하며 경계한 중국과 같은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연구 규모를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홍순형 KAIST 교수는 “학술 논문이나 특허 실적만 놓고 보면 중국은 그래핀 최강국”이라며 “다음으로 미국과 독일, 한국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의 특허자문업체인 케임브리지IP는 2013년 보고서에서 ‘중국·미국·한국 순으로 그래핀 관련 특허 출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허 보유와 산업화 속도에서 미국이 최선두


다만, 현 시점에서 ‘핵심적인’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했고, 산업화 속도도 가장 빠른 나라는 미국으로 평가된다. 미국 XG사이언스와 보벡머티리얼스는 그래핀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했으며, 이미 그래핀의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그래핀 플레이크(박편) 분야에서 일정 규모의 양산 체계를 갖추고 판매를 진행 중이다. XG사이언스의 경우 삼성벤처투자와 포스코, 한화케미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생산량은 아직 많지 않으며 가격도 활성탄소나 흑연 분말 등 전통적인 소재에 비해 비싸서 개선이 필요하다.

IBM과 애플도 그래핀 관련 특허 출원에 열을 올리는 등 공격적으로 그래핀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다른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그래핀 제조기술을 적용, 반도체 소자 응용 관련 연구를 부지런히 진행 중이다. 이밖에 UCLA·MIT·컬럼비아대 등 세계적인 이공계 싱크탱크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정부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그래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지난 2011년 싱가포르국립대가 국립그래핀연구센터를 설립해 그래핀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을 연구자로 초빙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그래핀 산업화에 뛰어들었다.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래핀 한 분야에만 한화로 조 단위 금액을 투자해 10년간 집중적으로 산업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독일과 스페인이 특히 적극적이며,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작지 않은 예산을 그래핀 연구와 상용화에 투입하고 있다.

1284호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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