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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에도 고군분투하는 골프장 경영자 2인] 골프 꿈나무 키우며 대중화 앞장 

대구·경북 골프계의 대부인 우기정 대구CC 회장 ...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메카’ 유성CC 강형모 회장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우기정(69) 대구CC 회장과 강형모(58) 유성CC 회장은 꿈나무 육성·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의 골프사랑은 끝이 없다. 한국 골프가 세계적 수준에 오를 날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아마추어선수들을 묵묵히 지원해왔다. 특히 골프산업이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여러 제도 개선과 아이디어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경북 골프계 대부 우기정 대구CC 회장 - “남은 인생 ‘골프보국’에 바친다”


▎대구·경북 골프계의 대부인 우기정 대구CC 회장은 20년 넘게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면서 박세리·김미현·배상문 등에게 스타 탄생의 등용문을 제공해왔다. / 사진:중앙포토
올해로 골프경력 50년, 골프장 근무경력 43년의 우기정 대구 CC 회장은 이른바 ‘오지랖’이 넓다. 본업은 골프장 경영자이지만 골프장 CEO뿐만 아니라 장학재단 설립자, 음악인, 사회활동가 등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 회장은 1960년대 불모지였던 국내 골프계에 한국대학골프연맹을 설립했고, 이후 골프장학재단 설립, 아마추어 및 프로선수 육성, 각종 대회 창설 등에 앞장서왔다. 선친인 고(故) 우제봉 회장의 골프사랑을 잇기 위해 1994년 선친의 호를 따서 송암 골프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송암배 아마추어 골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박세리·김미현·김효주·김경태·배상문·노승열 등 한국 골프를 쥐락펴락하는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기약했다.

그는 지적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스페셜올림픽 지원활동, 라이온스 등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2005년부터 스페셜올림픽 국제본부 산하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장을 맡아 대구CC에서 스페셜올림픽 동아시아 골프대회와 아시아태평양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런 공로로 2007년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최초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는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했다. 그는 “내 인생 자체가 골프다. 하지만 골프뿐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그린 가곡제도 그런 취지에서 만들었다. 경북 경산의 대구CC는 2004년부터 매년 가을 ‘가곡과 함께하는 가을의 향연’을 개최하고 있다. 골프장 동코스 1번홀 페어웨이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이 가곡의 향연은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통한다. 지난해에도 지역주민, 일반인, 대구CC 회원, 임직원, 캐디 등 약 1500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그린 가곡제는 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14·15대)이자 우기정 대구CC 회장의 가곡 사랑에서 비롯됐다. 우 회장이 2004년 가곡 동호인 및 지인들과 조촐하게 대구CC에서 가곡을 함께 부른 것이 계기가 돼 지난해까지 11회째를 맞았다.

박세리 키운 강형모 유성CC 회장 - 부친에 이어 아마추어 꿈나무 전폭 지원


▎강형모 유성CC 회장은 박세리의 무명 시절에 물심양면 지원하는 등 아마추어 골퍼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 사진:대한골프협회 제공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장을 찾던 어린 시절, 막연히 세계 정상을 꿈꾸며 골프채를 잡던 나에게 유성컨트리클럽은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의 품 같았습니다.’ 대전에 있는 대전 유성컨트리클럽 내 퍼팅연습장 옆에는 감사비(碑)가 하나가 서 있다. ‘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가 유성CC에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1998년 10월 세운 것이다. 유성CC는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메카’로 불린다. 유성CC는 20년 넘게 연고지인 대전 출신의 국가대표 및 상비군에게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박세리·장정·전미정·김주연·이미나·홍진주·허미정 등은 ‘유성 장학생’으로 불린다. 2000년부터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3라운드 대회를 열면 골프장 측은 1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에 개최를 꺼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유성CC가 해마다 꿈나무를 위해 선뜻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데는 2대에 걸친 극진한 골프 사랑 때문이다.

유성CC 강형모 회장은 선친인 고(故) 강민구 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 주니어 골프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못 말리는 부전자전(父傳子傳) 골프사랑이다. 강 회장은 2004년부터 대한골프협회 강화위원장을 맡아 한국 골프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10세 때부터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강 회장의 구력(球歷)은 올해로 48년째가 된다. 아버지는 1972년 부도가 난 대전의 유성골프장을 인수, 리모델링을 거쳐 1975년 재개장했다. 이때부터 강 회장은 골프장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골프 국가대표도 지냈다. 대학 시절이던 1977∼1978년 2년간 대표선수를 지내며 각종 오픈대회에 출전했다. 강 회장은 1981년 결혼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8년 동안 공부했다. 서울로 돌아와 무역업을 하다가 2000년 초부터 무역업과 골프장 경영 업무를 병행했다. 아버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동생과 함께 골프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강 회장과 박세리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박세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유성CC에서 공짜로 라운드를 하며 세계 정상의 꿈을 키워갔다. 강민구 전 회장은 “앞마당처럼 생각하고 마음껏 뛰어 놀아라”며 골프장 문을 활짝 열었다. 강 회장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도 어릴 때 유망주를 발굴해야 한다”며 “골프를 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꿈나무들을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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