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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중화 속도 높이려면] 부가가치 높은 내수산업으로 봐야 

‘월드스타·인기·인프라’ 갖추고도 고전 중 ... 골프장 자체 혁신도 중요 


▎미국 골프산업은 타이거 우즈(왼쪽)의 뒤를 이을 스타가 나오지 않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박인비 등의 걸출한 스타를 갖고도 골프산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율왕은 포드를 탄다.’ 야구계에 잘 알려진 명언이다. 사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홈런보다는 안타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다. 적재적소에 안타를 더 많이 치는 선수가 승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연봉은 홈런왕이 더 많이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팬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야구를 보는 팬들은 홈런 타자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열광한다. 홈런을 치는 타자가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다. 프로 스포츠에서 인기는 곧 흥행과 돈(매출)으로 직결된다.

우리는 이들을 ‘스타’라 부른다. 프로 스포츠에서 ‘스타’가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특정 종목의 흥망성쇠와도 직결된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미국 프로농구의 현재 위상과 인기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스타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축구에서 조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들에게 지출하는 몸값으로 실력이 조금 못 미치는 2~3명의 선수를 보유하는 것이 승리에는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은 이들 선수에게 아낌 없이 돈을 쓴다. 그게 스타의 힘이다.

스포츠 스타 때문에 울고 웃는 대표적 프로 스포츠가 미국프로골프(PGA)다. 많은 전문가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PGA의 전성기로 꼽는다. 스타 골퍼 ‘타이거 우즈’가 맹활약 하던 시기다. 미국 국적의 흑인 골퍼인 우즈는 경쟁하는 선수들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물리쳤다. 역동적이고 파워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은 팬들을 매료시킨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미국 PGA는 우즈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그 기간 동안 PGA 경기를 관람하고 시청하는 사람이 늘었고, 골프 인구도 꾸준히 증가했다. 골프장비 산업과 골프장 관광산업, 골프의류 사업도 눈에 띄게 덩치를 키웠다.

타이거 우즈에 웃고 우는 미국 골프


최근 미국의 골프 인기는 시들하다. 미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2003년 3000만명이었던 미국의 골프 인구는 2013년 230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 전체 골프장도 2003년 1만6520개에서 1만5000여개로 줄었다. 2013년 폐장한 골프장도 157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NGF는 새롭게 골프 인구로 편입돼야할 젊은층 사이에서 골프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을 골프산업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미국의 신세대들이 한 경기(18홀)를 치르려면 4시간 이상 소요가 되는 골프를 비효율적인 운동으로 생각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골프의 인기 하락 이유를 ‘스타 선수의 부재’에서 찾았다. 미국 골프가 침체기를 걷기 시작하는 시기가 ‘타이거 우즈’가 부진하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대 후반부터 여러 부상에 시달리며 과거와 같은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무릎수술을 하면서 8개월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2009년 말에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며 대중의 지지마저 잃었다. 최근에는 필드 복귀와 부상으로 인한 이탈을 반복하며 과거의 명성과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우즈가 주춤하는 사이 그의 계보를 잊는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PGA에서 가장 높은 스타성을 가진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우즈 못지 않은 실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지만 미국 국적의 선수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자국 선수에게 더 많이 눈길이 가고 더 큰 환호를 보내는 것은 대중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최근에는 미국 국적의 조던 스피스라는 선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우즈의 뒤를 이을 ‘스타’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팬들을 매료시킬 스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미국 골프다. 억지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원한다고 해서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않는 것이 스타다.

한국의 골프산업 역시 주춤하다. 미국과 비슷하게 위기를 맞은 골프장이 많다. 올 1월 기준으로 20개의 골프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파산 위험이 큰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골프장도 8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한국 골프에는 미국 골프가 그토록 갈망하는 스타 선수가 즐비하다. 특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순위 20위권 안에 한국 선수만 9명이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와 미국 교포인 미쉘 위 등 한국계 선수들까지 더하면 상위 20위 중 절반 이상이 한국(계) 선수들로 채워진 셈이다.

미국 젊은층 “골프는 비효율적 운동”


▎나이와 성별, 경제력을 불문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한 가족이 약식 골프인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 / 사진:중앙포토
미국여자골프투어(LPGA) 14승에 빛나는 박인비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7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며 LPGA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신예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활약으로 현재 세계랭킹 2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최근 열린 노스텍사스슛아웃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 탈환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LPGA에서 활약 중인 유소연(세계랭킹 8위)과 최나연(세계랭킹 17위)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다. 올해는 한국투어에서 활약하다가 미국투어로 넘어간 선수들의 활약도 더해졌다. 김효주와 장하나, 김세영이 주인공이다. 가장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스윙을 가진 선수로 평가 받는 김효주는 4월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이 4위로 상승했다.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매 경기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는 김세영은 벌써 LPGA 투어 2승을 올렸다. 세계랭킹은 15위로 올라갔다. 역시 강력한 장타가 무기인 장하나 역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다가 아니다. 일본 무대 역시 한국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안선주 선수가 최근 2년 연속 일본여자골프투어(JLPGA) 상금왕에 오르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여기에 이보미·신지애·전미정 등의 한국 선수들이 가세해 우승컵을 나눠가지고 있다. 이들은 성적은 물론이고 높은 인기까지 누리며 일본여자골프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여자골프 대회를 한국 선수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계 무대 주름잡는 한국 골프 낭자들

훌륭한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정작 자국 리그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의 여자골프투어(KLPGA)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20년 넘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에만 잠깐 주춤했고 이후부터는 다시 상승세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 전체의 상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09년 69억원 수준이던 총상금 규모는 2012년 처음으로 100억원(111억7700만원)을 넘겼다. 올해는 총 184억원이 걸린 29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상금은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에서 나온다. 자선사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기업 입장에서도 득이 있기 때문에 돈을 들여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한국 여자 골프 대회가 그만큼 흥행성이 있다는 뜻이다.

스타에 힘입어 한국의 골프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는 지난해 33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골프장 이용자 1명이 연간 8.3회 골프를 친다는 계산으로 한국의 골프인구를 354만명으로 조사해 발표했다. 대한골프협회는 2013년 한국의 골프인구가 470만명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마다 숫자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한국의 골프산업이 고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골프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골프장 이용객수와 골프 인구도 꾸준히 늘었다. 스포츠 산업의 키(Key)를 쥐고 있는 스타 선수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골프장이 많다. 골프인구 자체가 줄어 문을 닫는 미국의 골프장은 사실 어쩔 도리가 없다. 더 노력해 고객 유치에 힘써야 한다는 결론만 나온다. 그러나 많은 손님을 받고 인기를 끌면서도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냉정하게 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게 뭐 대수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골프가 산업으로서 가진 잠재력이 크다. 골프는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다. 미국은 골프산업을 육성해 700억 달러(약 75조6000억원)의 시장으로 키웠다. 중국 역시 골프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업과 연계해 높은 부가수익도 올린다. 한국 골프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지금 골프에서도 한류의 바람을 일으킨다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골프장의 적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500여개의 골프장(18홀 기준)이 운영 중이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돈이 투자된 인프라다. 그냥 썩히기에는 아깝다. 또 골프장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곳도 적지 않다. 골프장에서 고용하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골프장 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거기다 해마다 해외로 원정골프 여행을 가는 한국인이 350만명에 달하며, 그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연간 4조원을 넘어선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의 발길을 국내 골프장으로 돌린다면 내수경기 활성화와 국부 유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골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골프=부자 스포츠’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에서 선전하는 한국 골프선수들에게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면서 주변 이웃이 골프를 치러가면 ‘사치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서다. 한 경기 평균 2~3만원의 돈을 내고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는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골프장은 지나치게 비싸다. 한국레저산업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16만 3000원에 달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일본(5만1600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비싼 편이다. 거기다 캐디와 카트의 사용료까지 더하면 하루 골프를 즐기기 위해 써야하는 돈은 더욱 늘어난다. 골프가 부자들의 스포츠라는 대중적 인식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기열 대주회계법인 대표이사는 “골프 이용료가 떨어져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되고, 많은 대중이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되는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골프장 이용료가 내려가 특정인이 아닌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로 거듭난다면 지금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 인하가 필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많은 골프장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최대한 가능한 선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아직 대중들이 ‘비싸다’고 느낀다면 세금 인하와 같은 방법을 써서라도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골프=사치’ 인식부터 깨야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골프장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골프장들이 골프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골프장은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대중이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 멋지게 지어진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웨딩촬영 장소로 개방해 돈을 받고, 어린이와 연인들이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전망이 좋은 클럽하우스나 그늘집을 레스토랑으로 꾸며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식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골프장 입장에서는 부가수입을 올리는 좋은 수단이 된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찾다 보면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원정골퍼들을 국내로 유인하고 해외의 골퍼들이 국내에서 골프를 치게 만드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골프 부킹 사이트 엑스골프의 조성준 사장은 “한국의 골프장 시설과 코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지금은 한국 사람이 중국으로 골프여행을 떠나지만 머지 않아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골프여행을 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등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관광지와 고급 리조트 시설에 골프가 연계된 상품을 적절한 가격에 개발해 출시한다면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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