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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종합 1위 | 양승석 CJ대한통운 부회장] “2020년 매출 25조원? 꿈이 아닙니다” 

M&A-해외 시장 개척-신사업으로 ‘글로벌 톱5’ 노려 … 현대차 출신 해외통 

택배사업 호조로 매출·영업이익 급증... 중국·베트남 등 해외 시장 확대... M&A 통해 2020년 매출 25조원 달성 목표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CJ대한통운이 2000년대 질곡의 시간을 뒤로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회사 매출의 세 축을 담당하는 CL(계약물류)·포워딩·택배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며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1위 종합물류업체인 CJ대한통운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시간이 갈수록 성장의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삐를 잡은 이는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에 영입된 양승석(62) 부회장이다. 양 부회장은 5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발전을 안 하면 이미 망가진 것”이라며 “그냥 1등이 아니라, 궁극적 1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비전인 ‘2020년 25조원 매출, 글로벌 톱5 물류기업’에 대해서는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것을 이루려고 내가 여기(CJ대한통운) 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자신감의 근거가 뭘까.

시장 예상 뛰어넘은 실적

최근 실적만 보면, 일단 큰소리는 칠 만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4조5600억원, 영업이익은 160.3% 늘어난 1670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출발도 좋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7%(1조1813억원) 늘었고, 영업이익은 71.8%(476억원) 증가했다. 주가도 껑충 뛰었다. 2013년 말 8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20만원 안팎을 오르내린다. CJ대한통운은 이번 100대 기업 CEO 조사에서 총점 561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실적 호조는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됐던 택배 시장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매출 기준 택배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 이 시장의 38%(물량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CJ대한통운이다.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13%), 3~4위인 한진택배(11%)·우체국택배(9%)를 크게 앞선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 아저씨’가 소비자에 건넨 택배만 6억1700만 상자다. 올 설 연휴 다음날에는 택배시장 최초로 500만 상자를 돌파하기도 했다. 양 부회장은 “우리 택배 기사 한 사람당 취급하는 물량이 하루 평균 200박스 정도”라며 “(기사들이) 이직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라며 웃었다. 실제로 이 회사 택배 기사들의 이직률은 지난해 기준 1% 남짓이다.

2013년 초 당시 택배 업계 2위였던 CJ GLS와 합병한 CJ대한통운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졌고, 향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택배 매출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30% 정도다. 택배사업만으로는 ‘2020년 25조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양승석 부회장은 이런 꿈 같은 목표에 대해 “확실히 가능하다”고 누차 말했다. 어떻게 5년 내에 CJ대한통운 만한 회사 다섯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일까. 양 부회장은 “일반적인 성장만으로는 어렵다”면서 “해외 시장 확대, 인수·합병(M&A), 신시장 개척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얘기를 꺼냈다. “매출을 지금보다 다섯 배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25조원 회사가 됐을 때 이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 양 부회장은 올 초 인사팀에 “직원 한 명이 해외로 나가 특정 지역을 책임지고 영업할 수 있는 능력까지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기간이 걸릴 것 같으냐”고 물었다고 한다. 인사팀에서 보낸 답은 ‘3년’이었다. 양 부회장은 “3년은 기다릴 수 없다. 2년이어야 한다”고 했고, 인사팀은 “본사 일을 하면서 해외 업무에 중점적으로 관여하면 2년 내에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이미 해외 주재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양 부회장은 “준비는 거의 끝났고, 곧 움직인다”고 자신했다.

신사업, 해외 시장 개척, M&A 역시 이미 구상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사업으로 국방 물류와 원전 해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군수 물류의 민간 이양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2050년까지 세계 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사업 역시 CJ대한통운의 건설 물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 중이다.

해외 시장은 중국과 베트남에 거는 기대가 크다.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톱5’ 진입은 해외 시장 확대 없이는 어불성설이다. CJ그룹이 양 부회장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그는 직장생활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 ‘해외통’이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은 중국 대형 물류회사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고 상하이와 심양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양 부회장은 “이미 중국 쪽에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프러포즈를 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과 미얀마 등에서는 조인트벤처(VC)를 통해 로컬 고객사를 상대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양 부회장은 “올해는 중국에 나갈 기반을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인도·중남미·중동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최선 다할 것”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M&A에 대해 양 부회장은 “M&A는 우리 성장 전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최근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지난 2월 연매출 2조원 규모인 싱가포르 물류회사 APL로지스틱스 입찰에 참여했지만 일본 물류기업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APL 인수’는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추진된 것이지만, 양 부회장 취임 후 입찰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양 부회장은 “재무적·사업성 평가를 통해 적정 평가 이상을 써냈지만, 상대가 써낸 가격이 우리가 추정한 최대치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쏠린다. CJ대한통운은 중견 물류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 입찰에 참여해 4월 30일 동원그룹·한국타이어·삼라마이더스그룹 등과 함께 입찰적격자로 결정됐다. 현재 예비 실사 중이며, 6월 본입찰이 열린다. 양 부회장은 “면밀한 평가를 통해 CJ대한통운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 CEO에서 물류업체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6개월. 양 부회장은 물류산업과 관련된 사소한 데이터는 물론, 회사 물동량 변화와 경기지표, 택배 기사 월급까지 상세히 꿰고 있었다. 임원들에게 “5년 내에 CJ대한통운 만한 회사가 다섯 개 생길 텐데 직장 잃을 걱정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쳤다. 현대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양승석 부회장이 CJ대한통운에서는 어떤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1286호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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