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박정호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의 제언] 세금 부담 덜어 골프장 문턱 낮춰야 

한국 골프산업 일본꼴 위기 … “원형보전지 중과세 등 폐지해야”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박정호(69)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의 집무실은 각종 서적과 서류로 가득하다. 의자 옆에 있는 탁자에도 노란 봉투에 담긴 서류가 수북했다. 박 회장은 2013년 4월 1일 제16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상생과 도약’을 화두로 던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박 회장은 “지난 2년이 20년보다 길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전국 500여 골프장 가운데 18홀 이상 회원제 및 대중제 골프장은 정회원으로, 18홀 미만의 회원제 및 대중제 골프장은 준회원으로 협회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 회원 수는 275개다. 전국 275개 골프장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수장인 박정호 회장을 지난 4월 30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그린피에는 현재 카지노의 3.2배에 이르는 개별소비세 2만1120원과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5만5000원 등 총 7만5000원의 징벌적 세금이 붙어 있다”며 “비정상적인 세금을 없애야 골프가 진정한 대중스포츠로 자리잡는 동시에 산업으로서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2년이 지났는데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는?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1974년 협회 창립 이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가 없었다. 제가 회장이 된 이후 벌써 50여 골프장이 부도가 났고 주인이 바뀌었다. 어려운 시기에 회장이 되고 보니 지난 2년이 마치 20년처럼 느껴지며, 우리 업계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제 탓인 것만 같아 안타깝다. 197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는 골프장 중과세제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우리 사회의 반(反) 골프정서 등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골프는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이자 지역경제와 고용 증대에 기여하는 서비스산업이다. 남은 임기 동안 골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전력을 다 할 계획이다.”

한국 골프산업이 위기라는 말이 많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을 이용한 골퍼의 수가 33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골프장이 40여개가 넘고 중과세를 견디다 못해 법정관리 중인 곳도 부지기수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지금 골프장의 위기는 구조적인 데서 기인한 것이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A란 골프장이 있다. 이 골프장은 지난해 20억원의 세전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약 40억원의 세금을 징수당한다. 결국 20억원 흑자의 건실한 기업이 일반 기업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세금 때문에 적자기업·부실기업으로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청원한다. 경영난, 회원권 반환사태 등의 원인이 저희에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두 책임지겠다. 하지만 골프장 입장객들에게 카지노 같은 사행성 사업장보다 3~30배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법규정 탓에 강제적으로 보유해 개발도 이용도 못하는 골프장 원형보전지(개발행위 없이 자연상태로 유지하는 토지)를 비업무용 재산이라고 징벌적 중과세를 부과하는 이율배반적인 제도만은 제발 바꿔달라.”

골프장이 부담하는 세금이 얼마나 되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골프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다. 일반 기업에 비해 10~20배의 많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에 대한 세금정책은 황금알을 더 많이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위기에 처한 골프장에 매년 공시지가를 인상해 세금폭탄을 퍼붓고, 스프링클러, 암거, 맹암거, 취득세 추가 부과 등 온갖 명분으로 세금을 걷어가고 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은 그린피가 비싸다고 한다. 골프장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어렵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하지만 그린피의 절반 정도가 세금이란 사실을 모르는 분이 많다. 연간 매출이 160억원 정도 되는 수도권 골프장이 내는 세금 합계액이 87억원에 달한다. 골퍼들이 골프장에 한 번 입장할 때마다 카지노의 3.2배에 달하는 개별소비세 2만1120원, 체육진흥기금 3000원이 부과된다. 또 일반세율의 16배에 달하는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이 매출의 절반이 넘는 곳이 있을 만큼 한국의 골프장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그린피가 비싸다는 불만도 많다.

“지난 겨울 수도권의 일부 골프장은 물론 지방 골프장 대다수는 5만원에서 10만원 이하의 그린피를 적용하는 할인 행사를 했다. 아예 그린피 0원을 표방한 골프장도 등장했다. 살아남기 위해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골프이용료는 시장 경제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에서 세금이란 고정비용 탓에 그린피는 일정한 하방경직성을 띠게 된다. 특히 골프장 중과세정책 때문에 세금비율이 전체 골프비용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다 보니 국내 골프 그린피는 동남아는 물론 이웃 일본보다 훨씬 높은 선에서 형성된 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골퍼들이 직접 부담하는 개별소비세와 국민체육진흥기금만이라도 면제해준다면 상당한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골프장은 계절별·요일별·시간대별 그린피 차등화와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훨씬 저렴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가 주도해 세금 인하폭 이상의 그린피 인하와 골프대중화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말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골프장 도산이나 인수·합병 바람이 거셌다. 한국도 그럴 것으로 보는지.

“일본 골프장의 위기는 과잉 공급과 버블경제 붕괴, 골프회원권 반환사태 등 세 가지 원인 탓에 발생했다. 국내 골프장 업계도 최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여기에 ‘세계 최악의 골프장 세금’과 골프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 있다. 다만, 우리의 경우 경기침체가 당시의 일본보다 심하지 않고, 단위당 골프장 수도 적어 아직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골프장 내 원형보전지 중과세에 대한 문제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형보전지는 골프장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지만 개발하거나 이용하는 건 전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땅을 비업무용·투기용 토지로 간주해 중과세를 부과하면 어떻게 하나? 골프장은 이 땅을 팔 수도 개발할 수도 없다. 국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불필요한 땅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했으면 그런 땅에 대한 세금을 면해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징벌적 중과세는 부과하지 말아야 한 것 아닌가?”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골프산업이 경기 활성화에 꽤 도움이 될 텐데.

“국내 골프장산업은 매출 4조7000억원과 고용 10만명을 창출하고 있다. 용품·의류·스크린골프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하면 매출 30조원에 달한다. 우리 골프선수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상금액만 해도 100억원이 넘고, 국가와 국내 기업 홍보효과는 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 원정골프로 우리는 매년 4조원의 국부를 낭비하고 있다.”

경북 선산 출신인 박 회장은 건설업을 통해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1982년 설립한 선산 토건에서 제일·보라·대둔산CC 등의 조성에 참여하면서 골프장 경영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2005년 경기도 가평의 프리스틴밸리CC에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장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1년 경기 파주에 퍼블릭 18홀 규모인 파주프리스틴밸리CC도 건설했다. 그리고 2013년 제16대 한국골프장경영협 회장에 추대됐다. 구력(球歷)은 40년 가까이 되고 베스트 스코어는 1언더파 71타이다. 프로골퍼들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도 5번이나 기록했다.

1285호 (2015.05.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