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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실 선진모터스 세일즈파트 주임] 레이싱걸 → 자동차 딜러 발품이 경쟁력 

45일 만에 2억원대 차량 10대 팔아 ... 잡지 모델에서 변신 또 변신 


“주차장에 명함을 쫙 뿌리고 가면 어떡합니까? 당장와서 수거해가세요.” 홍연실 선진모터스 세일즈파트 주임은 3월에 자동차 딜러로 ‘인생 3막’을 시작했다. 레이싱걸 1세대로 워낙 유명하던 인물이기에 ‘세일즈파트 주임’이라는 명함이 다소 어색하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세 번째 직업을 시작했다. 입사하자마자 우수사원으로 뽑혀 4월 30일부터 5박 6일 동안 태국으로 포상휴가를 떠날 정도다.

홍 주임이 처음 자동차 유관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우연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마리끌레르·쎄시 등 잡지 모델로 활동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데 어느 날 현대오일뱅크 관계자가 찾아와 레이싱걸 활동을 제안했다. 처음엔 용돈벌이나 할 셈으로 용인 스피드웨이에 나갔다. 여기서 자동차 배기음을 듣고 처음으로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일탈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잡지모델 겸 레이싱모델로 활동하다 보니 팬클럽도 생겼다. 그가 처음 레이싱모델로 활동한 16년 전엔 레이싱모델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레이싱모델 업계에서 홍 주임은 ‘왕언니’ 내지는 ‘모델 1세대’로 불린다. 당시 팬클럽 회원 수만 무려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렇게 유명한 모델이었지만 마음 한편엔 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30, 40대가 돼서도 레이싱모델로 활동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고민이다. 결국 3억~4억원대의 고수익과 연예계 러브콜을 모두 뿌리치고 돌연 미국 LA로 떠났다. 케빈 리 라프리미어 대표가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 플로리스트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레이싱모델로 활동하면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을 많이 접했던 경험 덕분에 재능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인생 2막도 녹록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한국 시장이 협소해서다. “주요 시장인 호텔이나 웨딩 업체는 꽃 장식을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소화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 같은 독립 플로리스트는 설 자리가 부족했어요.”

좀 더 전문성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재규어와 랜드로버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 딜러로 세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레이싱모델을 하면서부터 워낙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자동차를 좋아해 영업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업은 생각보다 만만찮았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선배 차지였다. 막내인 홍 주임이 제 발로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을 응대하면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래서 자신이 거주하는 청담동 아파트 주차장의 차량에 죄다 본인의 명함을 꽂아뒀다. 정작 관리소에서 연락이 왔다. 명함을 수거해가라는 연락이다. 굴하지 않고 발길 닿는 곳마다 자신을 알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장과 상가를 돌면서 열심히 영업했다. 결과는 대박. 입사 한 달 보름 만에 레인지로버5.0 모델을 10대나 팔았다. 레인지로버5.0은 대당 2억1500만원짜리 차량이다.

상사의 심부름을 하는 막내로 회사원 생활을 시작한 홍 주임. 시대를 풍미했던 레이싱모델 시절이 그립진 않을까? “언젠가 여성 임원이 되겠다는 포부가 있기에 전혀 힘들지 않아요. 팬클럽이 있으면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을까봐 여기저기 전화해서 힘들게 팬클럽도 모두 없앴어요. 이제 레이싱모델이 아닌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로 기억해주세요.”

1284호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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