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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대표] 종합 VR(가상현실)콘텐트 최강자 노린다 

국내 최초 VR게임 ‘모탈블리츠’로 전 세계서 호평 ... 삼성전자·코카콜라 등에서 러브콜 


▎황대실 대표는 스코넥엔터 테인먼트를 게임을 비롯해 문화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VR콘텐트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 사진:김현동 기자
갤럭시기어VR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게임을 실행하자 눈 앞에 음산한 분위기의 빌딩 지하가 360도로 펼쳐진다. 내 몸이 직접 이동한 듯하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자 왼쪽에서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온다. 오른쪽에 달린 버튼을 눌러 총을 발사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문을 열고 새로운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사방에서 적들이 또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가상현실(VR)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현장감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3차원 공간에서 10분 넘게 격하게 움직였지만 VR의 최대 단점이라던 어지럼증은 거의 없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VR용 건슈팅(총을 이용한 게임) ‘모탈블리츠(Mortal blitz)’다. 건슈팅 게임이 한두 개도 아니고 뭐가 특별하냐 하겠지만 모탈블리츠는 남다른 대접을 받을 만하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최초의 VR용 게임이어서다. 갤럭시기어VR과 같은 HMD(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보는 영상표시장치)에 스마트폰을 결합해 즐기는 가상현실 게임이다. 모탈블리츠는 국내 VR콘텐트 중 유일하게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5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삼성 부스에 전시됐다. 복잡한 VR 환경을 제대로 구현해 낸 기술력에 게임을 체험한 각국 기자들 사이에선 호평이 쏟아졌다. 5월 6일 만난 황대실 스코텍 대표는 “첫 출발이 좋아 기쁘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오큘러스와 계약을 하고 모탈블리츠VR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협력한 ‘기어VR’이 출시되기 전이었죠. 오큘러스 입장에선 VR기기에 들어갈 콘텐트가 필요했고, VR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저희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은 거죠. 아직 이렇다 할 VR콘텐트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모탈블리츠가 ‘거대한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니 좋은 일입니다. VR게임은 기기(스마트폰와 HMD)와 콘텐트를 연동하는 기술과 현실감을 높이는 연출 기술이 핵심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6월에 모탈블리츠 상용 버전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세계 VR 시장 2020년 426조원 규모


VR은 전 세계 IT기업이 탐내는 시장이다. PC와 모바일이 모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VR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미래 먹거리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전 세계 VR시장이 2020년 3910억 달러(약 42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IT기업의 움직임이 확실히 빨라졌다. 페이스북이 HMD 최강자인 오큘러스를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삼성은 오큘러스와 합작해 갤럭시기어VR을 출시했다. 구글은 VR기기용 운영체제 개발에 착수했고, 애플은 VR기술 관련 특허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소니 역시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2015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사 VR시스템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새 버전을 공개했다.

“VR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온 건 이미 100년이 다 된 일입니다. 제대로 구현할 기술이 없어 발전이 더뎠을 뿐이지요. 그러나 최근 들어 확실히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실히 제이(J) 커브의 우상향 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에선 VR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만들어졌더군요. 현재 글로벌 IT 시장에서 VR을 놓고 기업간 이합집산이 치열합니다. 아직 주역이 누구인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스마트폰이 그랬듯 초기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이 하루빨리 투자를 늘리고, 다가오는 VR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국내 VR콘텐트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 스코넥은 모탈블리츠에 이어 대형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아이돌 유니버스’라는 VR게임도 개발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선을 보인다. 대표작이었던 ‘오퍼레이팅 고스트’의 VR 버전도 올해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직원이 50명에 못 미치는 작은 게임회사지만 업계에선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소문난 강소기업이다. 일본에서 게임 관련 일을 했던 황 대표가 귀국 후 2002년 창업했다. 지난 15년 동안 주로 게임센터(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이나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았다. 주로 미국과 일본, 유럽을 타깃으로 수출용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해외 유저에게 더 알려진 편이다. 건슈팅 게임 ‘오퍼레이팅 고스트’와 닌텐도용 게임 ‘마법천자문DS’ 등이 대표작인데 특히 마법천자문은 우리나라에서만 20만장 이상 판매된 히트상품이다. 많은 게임회사가 유행을 따라 PC나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갈 때도 황 대표는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을 놓지 않았다. 기술을 쌓으면 언젠가 활용할 날이 올 것이란 뚝심이었다.

“게임·군사·교육 등 VR콘텐트 전쟁 시작될 것”

“PC나 모바일 게임은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VR 환경에선 각종 센서에 대한 이해, VR의 특징에 맞는 기획 및 연출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된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스코넥은 10년 넘게 콘솔이나 아케이드 게임의 필수 요소인 각종 센싱 기술과 입력 디바이스 등 하드웨어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먼저 출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VR콘텐트의 핵심은 헤드트래킹 기술입니다. HMD와 같은 VR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콘텐트에 접목하는 센서기술이 중요한 거죠.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스코넥의 최대 강점이라고 봅니다.”

VR 시장이 더 유망한 건 시장이 게임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이미 광고·홍보 분야에선 VR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스코넥은 최근 코카콜라의 환타 VR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스코넥을 게임을 비롯해 문화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VR콘텐트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군사·교육·의료·영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VR이 퍼져나갈 겁니다. 이제껏 없던 새로운 콘텐트 전쟁이 시작되는 겁니다. 한국은 하드웨어 강국이지만 지금껏 소프트웨어나 콘텐트 시장에선 늘 후발주자였습니다. 콘텐트 개발자는 많은데 왜 그럴까요? 당장 돈이 되는 곳에만 몰리기 때문입니다. PC가 잘되면 PC로, 스마트폰이 잘 되면 스마트폰으로 투자와 개발 인력이 몰려가는 거죠. 그러면 늦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콘텐트 강국엔 당장의 흐름보단 멀리보고 준비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른바 판을 잘 깔아주고, 기업이 동참해 생태계부터 만드는 겁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변할 때가 됐습니다. VR 시장에서만큼은 꼭 한국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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