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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건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기초·국민·퇴직연금만으론 노후 불안”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점진적 통합 논의해야 … 해외 투자 신중해야 


▎정용건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 사진:홍승모 기자
연금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고 나서자 공무원은 물론 온갖 이권단체까지 나서서 갑론을박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도 한 얼개라 문제 해결이 더더욱 어려웠다.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던 여야는 28.6%를 더 내고, 10.5%를 덜 받는 안에 합의하고, 지난 5월 6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섰다. 그러나 막판에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에 제동을 걸면서 결국 국회 처리 시한을 넘기며 무산되고 말았다. 사회기구 자격으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 협상에 참여했던 정용건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만나 쟁점과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운용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타협·실무기구에서 주된 쟁점은 무엇이었나?

“새누리당은 애초 공무원연금 수령액을 낮추는 안을 내놨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연금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발했고, 당사자를 배제한 연금 개혁은 있을 수 없다며 사회적합의 기구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회도 국민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연금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관건은 ‘적절한 소득대체율은 얼마인가’였다. 우리 공무원연금의 경우 33.9%로 설정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60%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연금의 비중도 0.5% 정도에 불과해 OECD 평균 1.5%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공무원연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달랐기 때문에 논쟁이 심화됐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정부 기여도가 더 큰 경우도 있고, 독일의 경우 공무원의 부담이 일절 없기도 하다. 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공청회 때는 정부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여러 차례 공무원연금을 가져다 쓴 점이 지적됐다.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이 낸 종잣돈을 정부가 가져다 쓴 사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이에 이 부분을 충당 부채로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도 관건이었다. 공무원노조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후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이 OECD 평균의 4배 정도나 된다는 점에서 공적 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험료로는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에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의했다. 이에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기게 됐고, 이를 토대로 실무기구를 만들게 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 5월 1일 밤, 여야가 이 문제를 갖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야당은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도 이를 수용했다. 원내 대표단이나 당대표에도 보고 된 내용이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0%이지만, 실질소득대체율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소득 최상위층은 120만원, 평균적으로는 32만원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명목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하고, 중소·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근로자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기금운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논의가 무산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회적 합의 기구라는 논의 구조의 틀도 상당한 부담을 갖고 시작했다. 정부가 양보보다는 공세를 취했다. 사실상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에 미세조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공무원·국민 연금의 통합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합의 시한을 5월 1일로 못박는 바람에 재정 추계를 살펴본다든가, 추가로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토끼몰이식 협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부는 왜 소득대체율 50%를 받아들이지 않았나.

“물론 재정을 문제시 할 것이다. 연금은 국민의 노후에 대한 것이다.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가 언제까지 개인과 가족 뒤에 숨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국민의 노후 문제를 해결해 줘야 내수도 함께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정부는 기초·국민·퇴직 등 연금 3종 세트만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가장 아래에 깔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여기에 개인연금까지 더하면 노후생활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취지에 맞지 않게 기초연금은 차별적으로 시행되고 말았다. 현재 상황이라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60년이 넘어도 평균 23% 밖에 되지 않는다. 보편적이지 않은 기초연금으로는 국민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 다층적인 연금 구조는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워낙 낮다 보니, 공무원연금과의 통합 논의도 성사되지 않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도 한 방안인데, 여권이 워낙 강하게 틀어막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0%로 1%만 올려도 2060년까지 50%의 소득대체율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직장인들이 내는 18만원의 국민연금을 20만원으로 높이면 65세 이후에 받는 연금이 월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 늘어난다.”

기금 재정 고갈론에 대한 견해는?

“기금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망과 관련해 사실 긍정적인 의견은 많지 않다.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2.3%에 불과한데, 머지 않아 1%대로 떨어질 것이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바람에 국민연금이 낄 자리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이 당장의 운용수익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민연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 즉 출생률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돈을 사용해야 한다. 출생률이 1.7명만 돼도 앞으로 희망이 보이는데, 현재 1.19명 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금운용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 공사를 따로 만들겠다고 한다.

“별도의 공사를 만든다고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력과 예산을 따로 투입해 2중 비용 구조로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금본부장은 기금만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더구나 국민연금 밖에 있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크게 5개 투자 상품에 대해 중기 자산 배분을 결정하고,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세부적인 투자에 나설 뿐이다. 투자의 안과 밖, 기금운용공사를 따로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최근 연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해외 투자는 비용도 많이 들고 국내에 전문가도 많지 않다. 우선 원화 강세 영향으로 통화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위탁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가 헤알화가 급락하면서 엄청난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준비 돼 있는지, 전문가가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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