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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유수율(수돗물 생산량 대비 요금으로 거둬들이는 비율) 95.1%로 세계 최고 수준 

누수 막아 세금 5조원 절약 ... 164개 항목 검사로 수돗물 품질 높여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를 마시고 있는 남원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통계를 내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국 국민은 하루에 대략 350L를 쓴다. 주로 사서 마시는 2L 생수 약 175통 분량의 물을 매일 쓰는 셈이다. 올해 유독 심한 가뭄에도 물 부족은 아직 남의 나라 얘기인 상황이라 물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걸로 착각하기 쉽다. 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시고 쓰는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요금이 오른다고 할 때 잠시 화두가 될 뿐이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도 한국의 상수도 공급은 계속해 발전해왔다. 특히 서울시의 상수도관리는 국내 최고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발전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유수율이다. 유수율이란 생산된 수돗물 중 요금으로 거둬들이는 비율을 말한다. 가령 정수센터에서 100L의 물이 생산되고 일반 가정과 기업에 공급돼 90L에 대한 요금이 발생했다면 유수율은 90%다. 나머지 10L의 물은 이동하는 도중에 유실된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2014년 집계한 서울시 상수도의 유수율은 95.1%다. 높은 유수율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 LA(94%)보다도 높다. 이런 덕에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족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절약한 세금만 5조원에 이른다.

또 하나는 품질이다. 물을 아무리 싸게 공급한다고 해도 믿고 쓰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서울시의 상수도는 품질면에서도 뛰어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수질검사 항목 보다도 많은 164개 항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서울시의 수돗물 브랜드 ‘아리수’다.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는 물이 상수도에서 나온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수돗물을 틀어 그대로 잔에 받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오는 올 6월 30일이면 서울시 전체에 고도정수 처리된 물이 공급된다.

서울시 상수도의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남원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만나 비결을 물었다. 남원준 본부장은 “시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지금의 결과가 나왔고, 시민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행시(29회) 출신인 남 본부장은 대통령비서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 복원총괄담당관, 서울시 마곡사업추진단장,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14년부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의 유수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족한 1989년 유수율이 55.2%였다. 정수센터에서 수돗물을 생산하면 절반 가까이가 누수로 낭비되는 상황이었다. 생산량에 비해 수도요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적으니 조직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유수율을 높이는 게 과거부터 상수도사업본부의 선결 과제였다. 두 가지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누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후 상수도관을 지속적으로 교체해 누수를 막는 것이다. 서울의 지하에 깔려 있는 상수도의 총 길이는 1만3721km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가고도 남는 거리다. 1984년부터 이 관을 꾸준히 정비했고, 현재 전체의 96.6%에 해당하는 관을 교체했다. 나머지도 이른 시일 안에 교체할 계획이다. 그러면 유수율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는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 관을 탐지해 신속하게 복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수도관이 지하에 있어 누수를 탐지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누수를 탐지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음파탐지와 유량감시시스템 등을 구축해 누수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처리해 누수를 막는다. 예방과 빠른 복구, 이 두 가지가 잘 작동한 결과다.”

유수율을 어디까지 높일 수 있나?


“세계 최고 유수율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도쿄의 유수율이 96.7%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97%를 달성해 도쿄를 뛰어넘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수율이 높은 도시들은 대부분 평지다. 서울처럼 산이 많은 도시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를 보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아 있는 노후 상수도관을 모두 교체하는 게 1차 과제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시에는 약 77만 건의 누수가 발생했다. 이 데이터를 모두 모아 꼼꼼히 분석했다. 지역·수도관·원인·계절별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수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에 있는 상수도관을 미리 점검하고 교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시는 수돗물 ‘아리수’는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그럼에도 아직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는 기본적으로 먹는 물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항목보다도 많은 164개 항목에 대해 수질검사를 한다. 이 수준에서 이미 마실 수 있는 물이다. 여기에 오존과 숯(활성탄)으로 한 번 더 거르는 고도정수 처리를 한다. 녹조가 발생했을 때 수돗물에서 날 수 있는 흙이나 곰팡이 냄새, 병원성미생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시민 90%가 고도정수 처리된 아리수를 공급받는다. 뚝도아리수정수센터를 거치는 일부 지역만 아직 (고도정수 처리된 물이) 공급이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올 6월 30일이면 시설이 완공된다. 그러면 서울시 전체에 공급할 수 있다.”

아무리 깨끗한 물을 만들어도 관을 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앞서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 96.6%의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상수도관 교체는 물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다만, 아파트나 주택 내부의 노후 관이 문제다. 깨끗한 물을 공급해도 거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개인 재산이라 강제로 교체할 수 없다. 현재 서울시는 이런 관을 교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택 내 노후 수도관을 교체할 의사를 밝히면 비용의 최대 80%까지 지원한다. 이 작업만 마무리되면 어떤 생수보다도 깨끗하고 맛 좋은 물을 더 싸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정수기를 쓰면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비전은 무엇인가?

“결국 행정은 시민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시민이 즐겨 마시는 건강하고 맛있는 물, 세계 속의 아리수’를 만들겠다. 막힌 곳은 뚫어주고 넘치는 곳은 막아주며 순리대로 상수도를 운영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290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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