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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 알티마·캐시카이 상승세 맥시마가 잇는다 

품질·가격·성능 3박자 갖춰야 좋은 차 … 닛산 브랜드 더 알려야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
수입차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최근 수년 동안 수입차는 해마다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20% 돌파를 목전에 둘만큼 기세가 대단하다. 하지만 모든 수입차 브랜드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는 독일 브랜드다. 과거 수입차 시장의 주인 노릇을 했던 일본 브랜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다.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일본 브랜드가 한국닛산이다. 2년째 한국닛산을 이끄는 타케히코 키쿠치 대표를 7월 7일 만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차를 적절한 시기와 가격에 들여오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이 줄었는데 닛산만 판매량이 늘었다.

“중형 가솔린 세단 알티마와 소형 SUV 캐시카이의 활약 덕이다. 알티마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월평균 180대 이상을 팔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 세단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렸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품질과 가격에서 만족을 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지난해 말 출시한 캐시카이가 힘을 보탰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과 가격,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모델이 됐다.”


알티마·캐시카이와 달리 쥬크와 패스파인더의 판매 부진은 아쉬운 대목인데.

“알티마·캐시카이와 비교해 쥬크와 패스파인더의 판매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무적인 면이 있다. 첫째는 두 모델의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시 후 시간이 지나고 경쟁 모델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두 차를 찾는 매니어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또 하나는 닛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특징이 뚜렷하다. 쥬크는 개성 강한 디자인에 당시 흔치 않았던 도심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라는 장르를 한국 시장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했다. 패스파인더는 디젤이 주도하는 SUV 시장에서 가솔린 SUV의 매력을 알렸다. 고객들에게 닛산을 친숙한 브랜드로 인식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차들이 닛산의 어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나.

“닛산의 혁신과 도전정신이다. 최근 20년간 닛산은 혁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의견이 갈린다면 보다 실험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다. 그렇게 나온 모델이 쥬크·패스파인더·캐시카이 같은 모델이다. 반대로 아주 보수적인 분야가 있다. 바로 안전과 품질이다. 이 두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고집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여러 명의 의견이 갈릴 때는 안전과 품질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회의를 거듭한다. 닛산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또 동시에 신중하게 머물러 있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회사다.”

최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모델이 있다. 제주도에서 판매를 시작한 전기차 리프다.

“제주도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곳이다. 리프의 장점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리프는 제주도에서 경쟁 중인 다른 모델과 달리 전기차만을 위해 제작·설계된 차다. 다른 차들은 가솔린 모델에 엔진만 전기로 바꾼 경우가 많다. 성능에서 차이가 난다. 직접 경험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꽤 많은 사람이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리프를 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려면 전기차 인프라 보급이 늘어야 한다. 한국닛산이 한국에 전기차 시장이 크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할 생각이다. 리프를 통해 전기차의 장점을 알리고, 충전 시설을 늘리려 한다. 현재 제주도에도 2기의 전기충전기를 기증했다.”

몇몇 모델이 주목을 끌고는 있지만 아직 한국닛산의 라인업이 헐거운 편이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라인업을 늘리는데 주력한다. 한국닛산은 최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좋은 제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년간 대표를 맡으며 많은 모델을 들여왔다는 자부심도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닛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60여가지 모델 중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을 골라 좋은 가격에 들여올 것이다. 2015년 회계년도 안에 두 가지 신차를 선보인다. ‘맥시마’와 ‘무라노’다. 맥시마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움(프리미엄), 폭발적인 주행감(스포츠), 안락한 승차감(세단)이 잘 조화된 제품이다. 무라노는 과거에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는 SUV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만큼 이번에도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는 ‘독일 디젤차’가 잘 나간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보다 떨어진 상황인데.

“그 키워드에 해당하는 자동차의 판매량이 많은 것은 맞다. 다만, 독일 브랜드라서 잘 팔리고, 디젤차라서 잘 팔리는 게 아니다. 내 생각에는 결국 ‘좋은 차’가 잘 팔리는 것 같다. 한국 소비자들은 깐깐하고 합리적이다. 다양한 기준으로 차를 분석하고 비교해 좋은 차를 산다. 독일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또 독일 브랜드의 디젤 엔진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품질과 성능이 좋은 차를 적당한 가격에 팔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의 SUV 캐시카이가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닛산에 근무하며 일본·중국·인도·한국 등 다양한 시장을 경험했다. 한국 소비자만의 특징이 있나?

“한국의 소비자들은 굉장히 수준이 높다. 일본에 있을 때는 소비자들을 두 부류로 나눴다. 차를 운송수단으로 생각하는 실용적 소비자들과 드라이빙의 재미를 강조하는 매니어층으로 구분했다. 각각에 맞는 전략을 취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두 가지 모두를 꼼꼼하게 따진다. 실용적이면서도 전문적이다. 성능이나 품질, 주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가격도 저렴해야 하고 실용성도 갖춰야 한다.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만큼 흥미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2년 동안 한국닛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닛산을 알릴 수 있는 많은 차를 들여왔고 판매에서도 일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닛산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말할 순 없지만 닛산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리는 데 힘쓸 생각이다. 더 좋은 차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다. 닛산의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매장도 늘리고 서비스도 개선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닛산을 알고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겠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294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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