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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모으는 은(銀) 투자 - 국제 은값 연말까지 40% 오를 수도 

美 캐피털이코노믹스 전망 … “더 떨어질 수 있다” 비관론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3월 24일 ‘KRX 금시장’을 정식 개장한 데 이어 곧 ‘KRX 은시장’도 개설할 계획이다. / 사진:중앙포토
‘침묵은 금(金)이요 웅변은 은(銀)’이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이 있다. 침묵이 웅변보다 그만큼 더 값어치가 있음을 금과 은으로 은유한 것이다. 물성만 놓고 봤을 때는 금이 은보다 값어치 있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재테크 수단으로 놓고 보면 은 역시 금만큼 짭짤한 수익을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은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지금이 ‘은테크’ 적기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거시경제 분석 전문업체인 캐피털이 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인해 국제 은값이 올해 말까지 지금보다 40%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말 국제 은값이 2009~2010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세계 경기 둔화세에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꾸로 보면 저점을 찍은 지금이 은에 투자할 적기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은값은 현재 온스당 16달러대에서 올해 말 23달러대까지 완만하게 올라 2013년 초 무렵의 가격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의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중국의 경기 부양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은과 백금 등의 가격이 모두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캐롤라인 베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를 경착륙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적 도구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올해 말 온스당 23달러대 재진입할 것”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세계 경기 회복세로 은 외에도 구리나 백금·팔라듐 등의 금속·원자재 상품 수요가 모두 증가하면서 이들 상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은값의 상승 여력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5월 현재 영국 런던 국제금속시장에서 거래되는 은선물 7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16달러대로 연초 대비 약 4% 올랐다. 지난 수년간 은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된 데다가, 지난해에는 국제 유가급락과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등 대부분의 귀금속 가격이 떨어졌던 탓에 은값도 정체됐다. 지난해에도 전 세계 은광 생산량은 전년 대비 5% 넘게 증가했지만 은화나 은괴(실버 바) 물량을 제조하기 위한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은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은값 상승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중국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태양광 산업이 은값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은 태양광 발전용 모듈(PV Modules)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미국의 IHS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모듈의 시장 출하 규모는 61기가와트(GW)로 전년(48GW)보다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이 가운데 중국 내 생산량이 17GW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약 7000만 온스라는 막대한 양의 은이 모듈 생산에 소요된다. 또한 다른 거대시장인 인도에서도 은의 수요 증가가 점쳐진다. 영국의 귀금속 관련 컨설팅업체인 GFMS는 ‘인도 귀금속 시장에서 은 수요가 전년보다 47% 늘어난 6220만 온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재테크 전문가들도 은값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며 “이에 금과 은 등의 가격도 지지되면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애초 예상했던 올 하반기보다 늦은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은 등의) 가격은 한층 강한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은값도 금값과 마찬가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가 강세라면 은값은 떨어지고, 약세라면 오른다고 봐야 한다.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 달러화 약세로 은값 반등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이 은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국제 은값의 회복세가 이어지면 국내에서도 은테크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국내에서 은에 효과적으로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접 투자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먼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ETF에는 일반 증권사 펀드상품과 달리 운용 수수료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단지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것만 노리면 된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은선물(H)’이 은테크와 관련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ETF 종목이다. 이 종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선물 가격을 따라 움직인다. 국제 은값 하락으로 최근 1년간(5월 20일 기준) 1주당 5000원대에서 4275원까지 가격이 떨어져 수익률이 낮지만,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보고 들어간다면 국제 은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했을 때를 기대할 만하다.

다른 하나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현대증권·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은과 같은 금속·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중 최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졌던 은 관련 상품에 투자해 조기에 상환한다면 기대 이상으로 짭짤한 은테크가 될 수 있다. 물론 시중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1kg 단위의 실버바를 구매하는 등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거래소, 은현물시장 개설 준비

한편 거래소는 지난해 3월 금현물시장인 ‘KRX 금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은현물시장인 ‘KRX 은시장’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은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라 은테크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라면 주목할 만하다. 접근성이 좋아 가격 변동 폭이 금보다 큰 은이 금과 함께 거래되면 국내 금속시장 활성화에도 그만큼 탄력을 받을 것으로 거래소 측은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 KRX 은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금융당국과 협의해 개설 시기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은 가격은 채굴하는 비용에 거의 근접했을 만큼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세간에 자리를 잡았다”며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몫이다. 비관론도 없진 않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맥네일 큐리 외환기술분석가는 “은값이 향후 몇 주 동안은 온스당 15~17달러대를 유지하겠지만, 약세장에 휩싸이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3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경우 더 가파른 하락세가 연출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1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달러화가 최근 고점 대비 7% 떨어졌음에도 은값은 큰 상승 지지를 받지 못했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1287호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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