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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통계 수정에 주춤한 연준] 옐런 의장도 “경제·금리 어떨지 몰라요” 

소비·투자 핵심 지표 대거 하향 조정 ... 양적완화에도 美 경제 취약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사진:중앙포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로드아일랜드주에서 가진 미국 경제 전망에 관한 연설에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금리 인상)은 “경제 지표에 의존할 것(data-dependent)”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미 통화정책은 지표 의존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발언에서의 ‘지표 의존적’이라는 발언의 의미는 과거와는 다른 것이었다.

연준은 자체적인 미국 거시경제 예측 모델(FRB/US macro model이라고 불린다)을 가지고 있다. 뉴욕 연준에도 경기 예측 모델이 있다. 애틀랜타 연준에서는 실시간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추적하는 ‘GDPNow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뒤에 효과가 나타나는 미래 대상 정책이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이같은 미래 예측 모델을 통해 경기 전망을 수립하고 미리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같은 거시적 경제 모델은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단기간 내에 급변동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 때 아닌 통계 논쟁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부진(올 1월 월가는 3%의 1분기 성장률을 전망했지만, 1분기 GDP 예비치는 0.2% 성장에 그쳤다)을 보이면서 미국 경제학자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는 ‘통계 논쟁’에 문에 실제보다 1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경제활동은 기간별로 날씨 및 휴일, 이벤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계 처리에서는 이를 ‘계절 조정치’라는 이름으로 평준화한다. 예컨대 1월에는 추위가 몰아치기 때문에 건설공사 등이 중단되기 일쑤여서 건설업 섹터의 활동은 극히 부진하다. 통계 당국은 이런 계절적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시기마다 실제 수치에 가감해서 통계적 혼란을 줄인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특히 1분기 계절 조정치가 너무 낮게 설정돼 실제 경제 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그 근거로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다른 분기 성장률보다 낮게 나왔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은 단지 통계 방법론 논쟁은 아니다. 만일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주장대로 1분기 GDP가 실제보다 부진하게 표현되었을 뿐이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회복세가 강력하다면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이유가 된다. 이 리포트 발표 직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 본부(워싱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연준 리포트 발표 이틀 뒤 반박 리포트를 공개하면서 지난 2011년과 2014년의 기록적 한파를 제외 한다면 1분기의 각종 경제 지표 계절 조정치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1분기의 성장률 부진은 날씨 탓이거나 통계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경제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본부 이코노미스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연준은 금리 인상을 더 늦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미국 정부에서 경제 통계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인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은 지난 5월 22일 성명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주장을 사실상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경제지표의 통계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오는 2분기 GDP 성장률 예비치를 발표하는 7월 30일에 계절 조정치를 포함한 각종 통계의 벤치마크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계는 샘플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기준 집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통계 당국은 해마다 샘플을 수정하는데 이를 벤치마크 수정이라고 한다. 벤치마크 수정은 단지 현재의 통계 수치가 변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벤치마크 수정을 통해 과거 지표들까지도 모두 소급 수정하기 때문에, 만일 이 수정치가 크다면 기존의 경제 전망이나 성장률 전망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7월 말까지 계속 통계 수정


다시 말해서 BEA의 발표에 따르자면, 오는 7월 30일 이전까지는 통계 수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연준의 거시경제 예측모델은 기존의 경제지표 수치를 입력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기존 지표들이 수정된다면 연준으로서도 미래 경제 상태를 예측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그 사이에는 아무런 통화정책도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옐런 의장은 5월 22일 연설에서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며, 연준의 전망이 틀릴 수도 있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런데 이미 미국 통계 당국은 5월 초부터 대규모 벤치마크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통계 수정 결과로 나타난 과거 지표들이 아주 대규모로 수정되었다는 점이다. 언론에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가장 충격적인 지표 수정은 지난 5월 14일 미국 통계국(Census Bureau)의 소매 판매 지표에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 4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달 대비 0.1%로 시장 예상치 0.5% 증가에 크게 못미쳤다. 그러나 지난 3월 수치는 애당초 발표된 0.9% 증가보다 0.2%포인트 상향된 1.1% 증가로 수정됐다. 언론들은 여기까지만 보도했다. 언뜻 보면, 4월 달은 좀 부진했지만, 3월치가 상향 수정되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체면치레는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날 소매 판매 발표와 더불어 미국 통계국은 벤치마크 변경을 이유로 지난 2008년부터의 과거 수치들을 모두 수정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70%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소매 판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비의 약 60%가 소매 판매 섹터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지표 수정으로 미국의 소매 판매 규모는 기존에 발표되었던 것보다 무려 4000억 달러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의 연말 쇼핑 시즌의 소매 판매 규모는 당초 발표보다 무려 70억 달러나 적었다. 특히 지난 2013년 이후의 소매 판매 수치 수정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4월 지표에서 ‘전달 대비’ 증감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절대 규모 자체가 4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달 대비 증감률에 일희일비했지만, 실제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것은 미국의 지난 5년 간 경기 회복기의 ‘소비’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부진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지난 5월 26일의 미국 내구재 주문 현황 기존 발표치 수정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내구재 주문 총액은 당초 발표된 2조400억 달러보다 800억 달러(3.9%)나 적은 1조 9640억 달러로 수정되었다. 또 2013년은 701억 달러(3.6%)나 기존 발표치보다 적은 것으로 수정되었다. 올 들어서도 이미 1~3월의 3개월 동안 기존 발표치보다 176억 달러(3.6%)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지난 2013년의 경우에는 전년 동기 대비로 당초 발표된 1.71% 증가에서 0.2% 감소로 수정되었다. 즉 한 달에 850억 달러씩 연준이 자산을 매입한 양적완화가 한창 시행 중이던 2013년에 미국의 내구재 주문은 오히려 2012년 대비 감소했던 것이다. 누적 집계로는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의 내구재 주문 총액은 이제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무려 2300억 달러나 적었다. 26일의 내구재 주문 지표 발표 당시에도 이코노미스트들은 4월치와 3월치만 논하면서 그래도 핵심자본재 투자는 4월 중에 전달 대비 1%나 증가(시장 예상치는 0.3% 증가)했다고 환호했지만, 정작 미국의 내구재 주문 절대 액수는 시장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규모라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 통계 당국은 오는 7월 30일까지 계속 이런 벤치마크 수정을 통해 기존 통계 수치들을 수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소매 판매 지표와 내구재 주문 지표 수정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른 지표들도 거의 틀림없이 하향 수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소매 판매와 내구재 주문은 각각 소비와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이들 지표들이 하향 수정되었다는 것은 다른 지표들도 하향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소매 판매 지표와 내구재 주문 지표가 하향 수정된 것은 미국의 경제 규모가 이제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소한 수천억 달러 이상 GDP 규모가 작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양적완화가 경기를 회복시켰다는 신화를 상당 부분 무너뜨리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모르겠다”고 말한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표들이 바뀌면, 그에 따라 경기 판단이나 정책 효과에 대한 판단도 바뀔 수밖에 없다. 최소한 7월 30일까지는 정책 결정자들은 어떠한 판단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즉, 옐런 의장이 “모르겠다” “통계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한 발언은 엄살이나 연막이 아니라, 솔직한 고백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경제지표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이처럼 대규모의 기존 통계 수정이 나타났는가 하는 것이다. 통계는 요술 방망이와 같아서, 그리고 마크 트웨인이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재치있게 말한 것처럼, 약간의 기술적 수정만으로도 대규모의 수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최근의 미국 당국의 ‘통계 수정’이 의도를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파급효과는 아주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경제 규모(GDP)가 실제로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적으며, 또한 미국의 경기 회복에서 양적완화가 기여한 역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대외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만큼 좋은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일본에서도 ‘통계 고백’

그런데 이런 통계 수정은 단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일본은 지난 2013, 2014년의 임금 소득 통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로 명목 임금이 당초 발표되었던 것과는 달리, 지난 2014년 중에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실제로는 감소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서 일본 노동자 대중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탓에 오히려 가난해졌던 것이다. 왜 전 세계적인 통계 고백 유행이 번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시장은 이런 후행적인 통계 수정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 상태가 이제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는 훨씬 취약하다는 인식도 아주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외환시장에서는 조금씩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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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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