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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일본 맥도날드] 신뢰 추락으로 42년 공든탑 흔들 

‘치킨 쇼크’이어 이물질 혼입 사고 루머 잇따라 … 1분기 매출 20% 급감 


▎닭고기를 납품하던 중국 식육가공회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사용하다 발각된 사건의 여파로 지난해 일본 맥도날드는 21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 사진:중앙포토
전국적으로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 일본의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 공휴일이 모여 있는 일본의 연휴기간) 동안 도쿄 북서부 네리마구의 메인 도로 오우메카이도를 따라 늘어선 패밀리 레스토랑과 회전 초밥 매장은 가족 동반 고객으로 북적 거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는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았고, 매장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관동 지방 근교의 맥도날드 점포에서 5년간 일했다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예전에 같으면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 30분 동안 3만5000엔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괜찮은 날도 2만엔이고, 심할 때는 1만엔을 갓 넘기는 수준”이라며 “직원들끼리 ‘오늘 참 한가하네’라는 농담을 주고 받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맥도날드는 전에 없던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치킨 너겟’의 원재료 조달처인 중국의 식육가공회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사용하다 발각된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맥도날드는 곧바로 태국산으로 전량 교체했지만 이미 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한 후였다. 이 여파로 지난해 일본 맥도날드는 218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만난 일본 맥도날드 홀딩스의 이마무라 로 집행임원은 “기존 매장에서 조금씩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며 “2015년 초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욕을 내비쳤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꿈은 실패했다.

아르바이트생의 한숨 ‘오늘 참 한가하네’


연초부터 전국 각 점포에서 이물질 혼입 사례가 끊이지 않았고, ‘너겟에 비닐조각 들어가’ ‘감자튀김에 사람 이빨 발견’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며 맥도날드는 다시 궁지에 내몰렸다. 사태 수습을 위해 1월 7일 긴급회견을 열고 출장 중이던 사라 L. 카사노바 사장을 대신해 2명의 수석 집행임원이 사죄했으나 이물질 혼입 사건의 영향은 엄청났다. 2015년 1월 일본 맥도날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6%나 감소했고, 2월~4월에도 -20%로 역성장이 계속됐다.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가족 동반 고객의 감소다. 잇단 불상사로 문제가 된 치킨 너겟은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은 핵심 메뉴 중 하나다. 치킨 너겟 주문이 많은 가족 동반 고객의 방문이 줄어들면서 고객 수뿐 아니라, 1인당 구매력도 크게 떨어졌다. 카사노바 사장이 취임 이후 계속해서 ‘가족 동반 고객 수 회복’을 강조해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떠나가고 있다.

연이은 침체로 현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올해 2월 한 아르바이트생은 ‘점심 매출이 상상 이상으로 안 좋았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쉬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직원은 당초 8시간 근무 예정이었으나, 5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변경됐다. 맥도날드의 기본 운영시스템인 프랜차이즈 경영 역시 위기에 직면했다. 한 맥도날드 관계자는 “치킨쇼크와 더불어 이물질 혼입 사건이 타격을 더해 적자로 전락한 가맹점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 맥도날드는 하라다 에이코 사장 시절인 2006년부터 본사 축소 정책에 따라 직영점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프랜차이즈 비율은 맥도날드 총 점포 수(3월 말 기준 3072점)의 70%를 웃돈다. 이러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대부분 초기 자금을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 매출 부진이 점장과 직원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 프랜차이즈 점장은 “올해 초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저금을 쪼개가며 생활하고 있다”며 “매장을 계속 운영하지 않으면 직원들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 지 판단이 안 선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어려워진 현장이나 가맹점을 다시 일으키지 않으면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지방 프랜차이즈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일본 맥도날드 홀딩스의 대표이사 부사장 겸 COO(최고집행책임자)에 취임한 시모다이라 아쓰오다. 1978년 입사한 그는 일본 맥도날드 창업자인 후지타 덴 시절부터 37년간 몸 담으며 영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러나 2009년 하라다 사장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퀄리티푸드’로 전출 발령을 내면서 본사를 떠났다. 한번 나간 사람을 불러와 현장 최고책임자를 맡길 만큼 위기 상황이란 얘기다. 일본 맥도날드는 식품 안전을 둘러싼 일련의 소동으로 현장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 만큼 시모다이라 부사장이 뭔가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일단 주변의 평은 긍정적이다. ‘주변 사람들이 따르는 타입이다. 현장을 재건하기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전직 임원), ‘힘든 시기니만큼 본사와 프랜차이즈 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일본 맥도날드 사내 관계자)’ 등의 반응이 나온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타입이어서 대인 관계는 좋을지 모르지만 선두에 서서 힘차게 조직을 이끌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위기 극복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장통’ 시모다이라 부사장 취임했지만…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미국 맥도날드는 지난 3월 스티브 이스터브룩을 새 CEO로 선임했다. / 사진:중앙포토
4월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시모다이라 부사장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며 “고객과 마주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놓은 게 바로 새로운 경영재건 계획인 ‘비즈니스 리커버리 플랜’이다. 이날 일본 맥도날드 홀딩스는 당초 예정에 없던 2015년 실적 전망과 함께 리커버리 플랜을 발표했다. 신상품 출시 계획과 점포 개장, 프랜차이즈 재무 시책 등이 포함됐다. 그중 시모다이라 부사장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건 ‘지구본부제 부활’이었다.

맥도날드에는 원래 지구본부가 있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하라다 사장 시절인 2004년 모든 기능을 본사로 집약시켰다. 이번에 다시 도입되는 지구본부제는 일본 전역을 동일본·중일본·서일본 3개 지역으로 분류해 집행 임원 및 관련부서를 배치하고, 인사·재무 기능 일부를 넘기는 방안이다. 현장과 본사 간의 거리를 줄이고, 지역 여건에 근거한 개별적 경영 판단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한 전직 임원은 “현장의 힘이 약해진 만큼 지구본부제 부활은 재건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현장을 잘 아는 시모다이라다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 계획 중 하나인 조기 퇴직제에 대해선 평이 갈린다.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구본부제 도입으로 일손이 필요한 지금 어째서 정리해고를 하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늘릴 필요가 있는 시기에 정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리커버리 플랜에 따라 일본 맥도날드는 약 100명의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 차원이다. 회사 측은 ‘2003년에 실적 악화된 이후 처음 있는 정리해고’(이마무라 집행 임원)라고 설명하지만 한 전직 임원은 “하라다 사장 시절부터 임원 숫자와 승격 인사를 줄이는 등 사실상의 정리해고가 빈번하게 행해져, 우수한 인재가 회사를 떠났다”고 증언했다.

‘정리해고가 재건 대책?’ 반발하는 맥도날드 노조

사실 2013년 8월 카사노바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와 같은 불안한 움직임이 관측됐다. 지난해 5월 말 한 남성 사원이 호출을 받고 도쿄 신주쿠 맥도날드 본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퇴직조건통지서 겸 퇴직동의서라고 쓰여진 서류 한 장을 건네 받았다고 한다. 그는 “거기에는 퇴직예정일과 퇴직금까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며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눈 앞이 캄캄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뒤 최종적으로 제안을 거절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 맥도날드 노동조합의 오카다 아쓰시 중앙집행위원장은 이와 비슷한 복수의 상담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6월 노동조합 측이 회사에 ‘퇴직 권유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지만 본사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2009년 새로운 인사제도로 커리어 지원제도를 설치했는데 이 제도는 퇴직 권유 목적이 아니라 사원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으로 들어온 상담 건수는 지난해 여름을 정점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이번 재건계획 발표 후 일주일 동안 5건 정도의 상담신청이 추가로 들어왔다고 한다. 오카다 집행위원장은 “재건이라는 이름 하에 퇴직을 권유 받는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이 피폐해져 가는 가운데 회사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꾀한다면 서비스 수준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스탠다드앤푸어스, 맥도날드 신용등급 강등

일본 맥도날드는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직원들은 힘들어하는데 소비자는 외면하는 그야말로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카사노바 사장은 “치킨쇼크 이전부터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가격 재고, 점포 신설 및 신상품 개발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42년 전 도쿄 긴자에 1호점을 내고 승승장구했던 일본 맥도날드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지금 맥도날드의 위기는 일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본사인 미국 맥도날드의 올 1분기 실적 역시 비참할 정도였다. 판매 총액은 5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8억1150만 달러에 그쳐 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이에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는 맥도날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맥도날드는 기사회생을 위해 3월 1일 오랫동안 CBO(최고브랜드관리자)를 맡아온 스티브 이스터브룩을 CEO로 승격시켰으나 4월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이스터브룩 CEO가 취임 이후 ‘이익률을 높이는 경영 슬림화’를 강조하며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 비중은 81% 수준이다. 이를 2018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것이 반패스트푸트 정서를 이겨낼 묘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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