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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LAND ROVER DISCOVERY SPORT SD4 -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SUV 

 

글 김태진 모빌리스타 편집장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D세그먼트에 속하는 SUV다. 랜드로버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됐다. 기존에는 프리랜더라는 모델이 있었지만 크기도 작고 실내 공간도 좁아 차원이 달랐다. 디스커버리를 새로운 브랜드 네임으로 한 첫 모델이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요즘 가장 ‘핫’한 자동차 장르를 얘기하라고 하면 단연 소형 SUV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투싼은 최근 부진에 빠진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싼타페까지 합치면 중ㆍ소형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현대차 판매의 30%가 넘어간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5차종 남짓했던 중ㆍ소형 SUV는 현재 20개 넘는 모델이 경쟁한다. 판매 대수는 30배가 넘게 늘었다. 배기량을 줄인(다운사이징) 디젤 엔진을 달아 연비가 좋아지고 활용도가 큰 실내공간이 인기의 비결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지난해 4월 뉴욕오토쇼에서 태동했다. 랜드로버의 디자인 수장인 게리 맥거번은 ‘디스커버리 비전 컨셉트’를 공개하면서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레인지로버 라인업이 고급스러운 SUV를 지향하듯 디스커버리는 실용성과 레저 활동에 초점을 맞춘 SUV 라인업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SUV 시장은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부터 꾸준한 성장세다. SUV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의 40% 이상이 SUV다.

랜드로버는 SUV 시장의 선구자다. 이 장르가 막 생겨날 무렵인 1980년대부터 프레임을 모노코크로 감싼 새로운 컵셉트의 유니보디를 기초로 한 SUV 연구를 해왔다. 당시 모기업인 로버 그룹이 재정난으로 신차 개발을 연기하는 등 굴곡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7년 출시된 1세대 프리랜더는 출시되자마자 인기몰이에 나서 2002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네 바퀴 굴림 자동차’의 자리를 지켰다. 프레임 보디와 모노코크 보디의 장점을 결합한 유니보디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고스란히 계승됐다. 다른 SUV보다 월등히 높은 2200kg의 견인력을 자랑하는 비결이다.

외관 디자인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로부터 시작한 다이내믹한 느낌은 계승하되, 디스커버리 브랜드에 걸맞은 넉넉한 모습을 강조했다. 보닛 앞의 ‘디스커버리’ 엠블렘과 6각형 패턴의 전면 그릴은 디스커버리4와 패밀리룩을 이룬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전면부를 덮는 보닛은 랜드로버 SUV의 전통이다. 측면부 디자인은 45도 각도로 꺾인 날렵한 C필러가 특징이다. 기존 모델을 계승하면서도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옆모습에 속도감을 더했다. 앞ㆍ뒤 범퍼는 최대한 짧게 해 험로에서의 접근각(25도)과 이탈각(31도)을 높였다. 타 브랜드의 도심형 SUV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뒷범퍼 디자인에 있다. 최대한 납작하게 디자인하다 보니 트렁크와의 틈이 없어졌다. 범퍼 본연의 역할은 충돌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 차는 아주 사소한 후방 충돌에도 트렁크 도어가 찌그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트렁크인데, 손상되면 견적이 상당할 듯 싶다. 보험회사의 관련단체가 2015주관하는 충돌 테스트에서 점수를 까먹을 부분이다.


▎1. 눈에 띄는 대시보드 상단에는 가죽을 덧대 고급감을 높였다./ 2. 지형반응시스템 설정에 따른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3. 네바퀴를 굴리면서도 뒷자리 센터터널이 높지 않아 공간활용성이 좋다.
인테리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랜드로버의 막내인 만큼 고급스런 느낌은 부족하다. 눈에 잘 띄는 부분은 가죽으로 감쌌지만, 센터콘솔과 대시보드 하단부의 플라스틱 재질은 질감이 떨어진다. 만져보면 상당히 딱딱하다. 신체 일부가 부딪힐 때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동을 걸면 스르륵 올라오는 드라이브 셀렉터는 신기해 보인다. 조작감이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조금 양보한 덕에 동급 최고의 공간을 얻었다. 레인지로버 라인업 모델들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나머지, 곳곳을 두툼한 천과 가죽으로 둘러싸 공간이 좁아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크지 않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실내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진다. 사이즈로 보면 독일 경쟁자들 보다 작다. 그럼에도 앞ㆍ뒤로 160mm 슬라이딩 되는 뒷좌석을 달아 필요에 따라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조절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 뒷자리 등받이 각도 역시 조정이 가능하다. 뒷자리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를 눕히면 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시트의 두께가 얇아 고급스러운 느낌은 부족하지만 등 부분을 단단하게 지지해 장거리 여행에 편안하다. 뒷좌석 위치도 높아 시인성도 좋다. 가운데 불룩 튀어 나온 센터터널이 낮아 가운데 끼인 좌석의 활용도도 높다. 해외에선 트렁크 부분에 수납 가능한 2인용 시트를 단 7인승 모델도 있는데 국내에는 5인승만 판다.

뒷자리는 트렁크 우측에 자리한 원터치 버튼으로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 최대 1698L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앞좌석도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뒤로 젖혀지다 마는 리클라이닝 각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혹시라도 차에서 잠을 자야 할 경우 앞좌석을 눕히는 것보다는 뒷좌석을 접고 트렁크에서 자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앞자리에서 잠을 자 보니 많이 불편했다.

편의장비는 충분하다. 파노라믹 글라스루프와 전동식 테일 게이트, 제논 헤드 램프, 전ㆍ후방 주차센서 및 후방카메라, 험로 주파에 용이한 지형 반응시스템도 기본이다. 시트ㆍ스티어링휠 열선, 16개의 스피커가 달린 메리디안 프리미엄 오디오가 꼭 필요하지 않다면, 기본형인 SE도 매력적이다.

주행성능은 개성이 강하다. ‘스포츠’ 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인지 핸들링이 경쾌하다. 스티어링휠은 감고 풀었을 때 2.5회전으로 SUV 치고는 기어비가 민감 하게 설정됐다. 서스펜션 역시 단단하다. 저속에서는 쿵쿵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대신 중고속 주행과 장거리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2톤에 가까운 무게가 위에서 짓누르고 있어 서스펜션이 단단 해도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오히려 코너를 돌 때 차 무게를 잊어버릴 만큼 가뿐한 몸놀림을 보인다. 오프로드에서도 큰 충격은 걸러내고 차체 평형을 잘 유지한다.

훌륭한 섀시와 비교해 파워트레인은 만족도가 떨어진다. 2.2L SD4 디젤 엔진의 걸걸한 소음과 진동 때문이다. 진동은 속도와 관계없이 스티어링휠을 타고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9단 변속기는 만족스럽다. 급가속을 할 때 순간적으로 엔진의 동력을 100% 전달하지 않는 느낌을 제외하면 반응 속도가 빠르다. 저단으로 변속 시 엔진 회전수를 보상해 급가속해주는 기능도 확실하다. 드리프트박스 계측기로 측정한 결과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까지 9.5초가 걸렸다. 제원상에는 8.9초로 나와있다. 최고속도는 180km다. 엔진 회전수는 4600rpm까지 제대로 쓸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4200rpm까지 올라가고 에코 모드에서는 시종일관 1400~1600rpm을 유지한다.

9단은 시속 110km를 넘어서야 들어간다. 9단일 때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400rpm이다. 답답한 느낌에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여지없이 아랫단으로 변속된다. 8단에서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는 1600rpm이다.

연비는 몸무게가 2톤에 육박하는 탓에 썩 좋진 않다. 공인 복합연비는 11.2km/L. 실제 연비가 공인연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500㎞가 넘는 가혹한 시승기간 동안 평균 연비는 11.7km/L가 나왔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스웨덴 할덱스의 최신 시스템이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습식 클러치가 달린 센터 커플링은 동력전달 효율이 한층 좋아졌다. 앞바퀴 굴림을 기초로 하지만 급가속을 할 때는 뒷바퀴 굴림 차같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을 준다. 지형반응시스템을 선택하면 네 바퀴에 대한 구동력 배분을 중앙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팔방미인’이다. 동급 최고의 공간활용성을 갖췄고, 편의장비도 충분하다. 험로를 달리는 능력은 일반적인 도심형 SUV보다 월등하다. ‘스포츠’란 이름에 어울리게 뛰어난 핸들링이 강점이고 동력성능과 승차감도 무난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인테리어 질감은 다른 장점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뛰어난 상품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실내 공간을 제대로 뽑아낸 것은 만족스럽다. 다소 딱딱한 승차감과 디젤 엔진의 진동은 아쉽다. 해외에 선보인 2.0 디젤 엔진이 기다려진다.

임유신_ 편안한 시트가 매력이다. 특히 뒷자리는 몸을 잘 지탱해줄 뿐 아니라 등받이 각도가 조절된다. 레그룸도 넓어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다. 동력성능과 경쾌한 핸들링은 수준급이다.

신홍재_ 이 급의 SUV로서는 많은 것을 갖췄다. 포장도로에서의 달리기 실력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능력도 뛰어나다. 공간활용이 좋아 아이를 키우는 가장에게 어울린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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