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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RENAULT SAMSUNG QM3 - 연비짱에 멋으로 타는 소형 CUV의 진수 

국산차의 새 정의 … ‘프랑스 DNA 한국차’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국내에서 만든 차만 국산차는 아니다. 르노삼성 QM3는 타이틀만 국산차이지 속은 수입차다.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르노가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는 초특급선물이다. 인수합병의 장점이 때로는 이런 곳에서 나타난다.

국산차 시장은 차종이 많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개척분야 천지다. 틈새 모델은 둘째치고, 기본 세그먼트조차도 비어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차종뿐만 아니라 적용되지 않은 기술도 많다. 터보 엔진은 최근 들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소형 SUV는 대표적인 미개척 분야다.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이 찬밥 신세인 우리나라에서 소형 CUV가 잘 팔리지 않으리라 판단했는지, 국산차 회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장이다. 작은 차가 잘 팔리는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소형 SUV가 오래 전부터 확고한 영역을 확보하고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참 늦기는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소형 SUV 시장이 슬슬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 순으로 시장에 등장해 순식간에 소형 SUV 세그먼트를 채웠다. 이 중에서 르노삼성 QM3는 국산차 영역을 파괴하고 신세계를 열었다. 4.13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SUV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1.5L 디젤 엔진에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얹은 차는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기어를 달고도 연비가 L당 18.5km나 된다. 우리가 동경해 마지 않는 유럽산 소형 디젤차의 장점을 100% 빼다 박은 셈이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차의 등장과 연비에 굶주린 잠재 수요가 맞물려 QM3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데뷔 때는 예약 7분 만에 1000대 한정 판매가 완료됐다. 반짝 인기 또는 마케팅적 과장법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QM3는 높은 인기를 유지한다. 르노삼성의 주력 차종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내놓으면 성공한다는 진리를 판매로 입증한 셈이다.


QM3는 SUV인 동시에 크로스오버다. 해치백의 키를 살짝 키운 것 같다. 고양이 새끼를 보면 작은 것에 대한 신기함과 귀여움을 느끼듯, 작은 SUV의 귀여움이 물씬 풍겨난다. 크기가 작다고 해서 왜소해 보이지는 않고, 꽉 차고 다부진 인상이다.

실내는 복잡하지도 단조롭지도 않다. 딱 소형차 급으로 마무리했다. 심심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단조로움을 덜어냈다. 병따개처럼 생긴 센터 페시아 공조장치 스위치나 전자식 속도계를 가운데 박은 고글처럼 생긴 계기판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서랍식으로 열리는 글로브 박스는 열리는 방식도 독특하지만, 공간이 매우 넉넉해 실용적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공간은 좁지 않다. 소형 SUV이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뒷좌석은 앞좌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 사람이 여유롭게 앉고자 한다면, 뒷좌석은 좁아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구 큰 성인이 앞뒤로 모두 편하게 앉기는 힘들다. 뒷좌석은 세 명이 앉기에는 좁다. 시트 공간에서 소형 SUV의 구매 대상이 뚜렷해진다. 개인용 또는 커플용이거나 아이가 아직 크지 않은 3~4인 가족에게 딱 맞는다. 트렁크 공간은 차의 크기 대비 적절한 편이다. 부족하다 싶을 때에는 뒷좌석을 접으면 널찍한 공간이 생긴다.

불편한 구석도 몇 군데 눈에 띈다. 앞쪽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은 레버식이 아니라 돌리는 방식이다. 회전 손잡이가 운전석의 경우 오른쪽, 동승석의 경우 왼쪽에 있다. 차의 가운데다. 시트와 콘솔 사이에 손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손잡이를 돌리기가 힘들다. 크루즈 컨트롤은 시작 버튼은 센터 터널 쪽에, 조절 버튼은 스티어링 휠 위로 분리돼 있다. 뒷좌석 시트 포켓은 그물이나 주머니 방식이 아닌 고무줄이다. 보기에는 독특하지만 자잘한 짐들을 넣어 놓기는 불편하다.


QM3의 가장 큰 장점은 파워트레인이다. 1.5L 디젤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의 조합은 꽤 매력적이다. 1.5L 디젤 엔진의 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2.4kg·m다. 배기량은 작지만 디젤의 토크와 DCT의 신속함이 어우러져 경쾌함을 전달한다. 가속은 부드럽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 정도는 무리 없이 올라간다. 이후에는 배기량의 열세가 체감되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불편하지 않다. 변속기는 절도 있게 끊어진다기보다 매끈하게 연결된다. 변속도 빠르고 동력 전달도 효율적이다.

주행모드는 연비를 높이는 에코모드가 있다. 실제 계측을 해 본 결과 0→100km/h 가속하는데 13초가 걸린다. 시승차는 최근에 추가된 최고급 시그너처 모델이다. 세 가지로 나눠 쓰는 그립 컨트롤을 달고 있다. 로드, 소프트 그라운드, 익스퍼트 모드다. 아웃도어 라이프에 적합한 SUV의 본성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기능이다. 일반 도로는 로드, 진흙이나 모래 길에서는 토크와 제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소프트 그라운드 모드를 쓰면 된다. 익스퍼트 모드는 엑셀 페달로 토크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딱히 쓸 일이 없다. 소프트 그라운드와 익스퍼트는 시속 40km가 넘으면 해제된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오프로드를 달릴 때 유용한 기능이다.

승차감은 유럽차의 단단한 감각에 부드러움을 좀더 키운 수준이다. 유럽식 기본기에 한국적인 취향을 살렸다고 할까. 흔들림과 출렁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한국 도로 상황에 적합하다. 공회전 때에는 엔진 소리가 살짝 실내로 유입된다. 진동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달릴 때에는 여느 디젤이 그렇듯 진동과 소음을 거의 체감할 수 없다. 다만 고속에서는 엔진 소리가 크고 거칠어진다. 공인연비는 L당 18.5km로 최정상급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평균 연비가 L당 20km를 넘어간다. 이후 에어컨을 계속 키고, 단거리를 자주 달렸더니 연비는 L당 15~16km대를 기록했다.

QM3는 프랑스 르노 본사가 개발을 했고,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 국내에 들어온다. QM3는 새로운 차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한다. 또한 인수합병을 거친 자동차회사가 어떤 식으로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소형 SUV 시장 확대, 매력적인 파워트레인, 수입차와 다름 없는 국산차등, QM3는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매우 큰 차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디자인이 톡톡 튀어 수입차 미니로 갈 개성을 찾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것도 없다. 딱 가격에 맞는 실용적인 차다.

임유신_ 2000만원대 중반 가격에 이만한 연비와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차는 없다. 실용성을 찾는 소가족이라면 최상의 선택이다.

신홍재_ 르노가 만들어서인지 핸들링이 유럽차 그대로다. 국산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쫀득하다. 운전의 재미도 꽤 있다.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 요소가 다분하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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