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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CHEVROLET AVEO TURBO RS - 국산 고성능 소형차의 개척자 … 핸들링 일품 

수입 핫해치에 필적할 대항마 

글 신홍재 모빌리스타 에디터
쉐보레 아베오 터보 RS는 국산 고성능 소형차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홍길동 같은 존재다. 기존 질서를 확 뒤집을 만큼 파괴력은 없지만 고성능 국산차에 메마른 마니아에겐 신선하게 다가온다. 소형차라는 비인기 세그먼트지만 존재감과 상징성 만큼은 다른 어느 소형차보다도 막강하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유행을 빠르게 쫒아가는 패션시장과 비슷하다. 세그먼트별로 인기 판도가 엎치락 뒤치락 한다. 아웃도어 열풍이 한창일 때에는 SUV가 큰 인기를 모은다. 기름값이 오르면 경차 판매가 껑충 뛴다. 중형차와 준중형차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위치가 뒤바뀐다.

이런 변덕스러움 속에 한결 같은 세그먼트가 있으니 바로 소형차다. 안타깝게도 비인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소형차 중에서도 쉐보레 아베오는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다.

쉐보레라는 미국 브랜드인 탓이 크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소비자들도 미국차에 관심이 적다. 유럽에서는 미국차를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쉐보레가 국내에서는 수입차 범주로 취급을 받지 않지만 상당수 소비자에게 미국차로 다가온다.

한국 소비자에게 미국차는 도깨비 같은 존재다. 제품력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차는 좋았는데, 어떤 차는 형편없다. 소비자가 마니아가 아니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상황에 따라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미국차는 1970년대까지 세계를 제패했지만 제품력과 품질 저하로 한국차와 일본차에 시장을 내줬다. 2000년대 들어 미국차는 반성을 하고 새로운 도약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설계와 조립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소비자는 유난히 마무리 품질에 민감하다. 이 점이 미국차에 대한 마니아 층을 확대하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다.

쉐보레는 미국 GM의 브랜드이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독특하다. 미국차로 봐야 할지, 국산차로 취급해야 할지 망설이는 점이 여러 가지다.

국내에서 쉐보레는 과거 대우자동차였다. 아베오는 2001년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된 이후, 기존 대우 라인업에서 중요한 모델로 위치를 확고하게 굳혔다. 당시 모델명은 칼로스ㆍ젠트라였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수출 시장에서 인기 차종이었다. 쉐보레는 유독 한국에서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다. 경차 스파크의 인기 덕분이다.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ㆍ기아자동차에는 한참 뒤지지만 소형차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아베오 터보 RS는 아베오의 고성능 모델이다. 비인기 세그먼트에 속해 있고, 소비자의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가격대비 가치가 매우 높은 차다. 1000만원대 후반 가격에 이 차만큼 기본기가 좋은 차를 고르기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소닉’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아베오는 디자인에서 무난한 편이지만 터보 RS는 고유의 고성능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드러낸다. 전면부의 원형 헤드라이트가 그렇다. 필자의 눈에는 1세대 폴크스바겐 골프 GTI를 연상시킨다. 존재감을 강하게 나타내는 요소다. 측면에는 차체를 낮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는 전용 사이드 스커트가 달려 있다. 스포티한 해치백의 멋이 물씬 풍겨 나온다.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은 계기판.

범퍼 또한 일반 아베오와 다르다. 한눈에 고성능 해치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멋을 부렸다. 휠은 무려 17인치다. 통상 소형차는 15인치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17인치 순정 휠은 매우 드문 경우다.

실내 디자인은 스파크에서 보던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 큐가 그대로 녹아 있다. 흠잡을 부분이 없고, 실내 수납 공간도 충분하다. 다만, 플라스틱 질감은 다소 떨어진다. 실내 공간은 체급에 비해 넓은 편이다. 특히 앞좌석 공간이 널찍하다. 헤드룸이 무척 여유 있어서 공간감이 뛰어나다. 중형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뒷좌석은 소형차의 평균을 유지한다. 역시 헤드룸이 넓어 공간성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아베오는 경차의 부족한 출력과 좁은 공간을 보완한 니치 모델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소형차급에서 거주 공간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에게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차다.

미국 IIHS 테스트서 ‘가장 안전한 차’ 선정


아베오가 경쟁 소형차 가운데 유난히 돋보이는 부분은 안전도다. 이 차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 5월 발표한 ‘2015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선정됐다. 이번 차량 안전성 평가는 스몰 오버랩, 정면, 측면, 루프강성, 머리지지대 및 좌석 안전성 시험 등 5개 항목이다.

아베오는 전체 평가 항목에서 모두 최고등급인 ‘우수(Good)’ 를 받았다. 특히 전체 차 폭의 25%에 해당하는 장애물에 시속 64km로 충돌시켜 차량의 손상과 운전자의 부상 정도를 측정하는 스몰 오버랩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충돌 사고 시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 흡수시키기 위한 우물 정(井)자 섀시 프레임과 통합형 바디, 고장력 강판을 적용한 차체 설계 덕분이다. 아베오는 2011년 출시 당시 한국의 신차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아울러 미국ㆍ유럽ㆍ호주의 신차 안전도 평가 에서도 모두 최고 등급을 받은 세계 첫 소형차로 기록됐다.

엔진은 1.4L 가솔린 터보다. 쉐보레 트랙스의 동력장치와 같다. 대중 브랜드에서 만든 엔진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 타보니 기대 이상이다. 부드럽고 힘이 넘친다. 심지어 조용하고 정차를 했을 때 아이들링도 부드럽다. 소형차 엔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족함 없는 감성과 출력을 뽑아낸다.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터보 엔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고성능 해치백 특유의 민첩함도 살아 있다. 모든 점에서 놀랍게 다가온다. 가속은 매끈하고 경쾌하다. 가속할 때 엔진 회전 질감도 실크처럼 부드럽다. 소형 해치백에서 기대하기 힘든 감각이다.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6단 자동 변속기와의 조합도 매끈하다. 체결감도 좋고 연료 효율성도 출력대비 우수하다. 브레이크도 대용량이라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페달의 부스트 압력 조율이 잘 돼 있어 1000만원은 더 비싼 소형 수입차를 모는 느낌이다.

스포츠 서스펜션 덕분에 핸들링도 경쾌하다. 스프링은 딱딱하지도, 물렁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속도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하부 소음이 제대로 차단돼 정숙성도 소형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베오 터보 RS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만족을 안겨준 차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21세기 자동차들이 모듈화 및 부품업체의 기술 혁신으로 인해 모델마다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베오 터보 RS를 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분명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가격은 1998만 원이다. 실제 계측기로 0→100km/h를 측정한 결과 9.7초가 나온다. 정숙하고 빠르고 민첩한 소형차를 찾는 소비자라면 이만한 차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자기만의 영역을 명확히 구축하고 있는 모델인 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디오 시스템이다. 경쾌한 드라이빙에는 신나는 음악이 받쳐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오디오 성능이 기대 이하다. 모니터는 기본으로 달려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없다. 아베오 터보 RS는 소형 고성능 모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매력적인 차임에는 틀림없다. 타 보면 구매욕이 생기는 차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한 마디로 숨겨진 보물이다. 고성능 소형차를 찾는 소비자면 4000만원대 수입차 핫해치로 가기 전에 꼭 이 차를 타보길 권한다.

임유신_ 쉐보레라는 브랜드에 가져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실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편의장치를 보강해 2000만원대 초중반에 내놓으면 확실히 동급 국산차와 차별화할 수 있다. 수입차와 경쟁이 예상된다.

신홍재_ 운전의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 ‘따봉’이다. 데칼을 입히면 나만의 개성이 살아난다. 적어도 도로에서 경쟁차에 뒤질 일이 없다는 점은 최고의 셀링 포인트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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