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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 대비한 G7의 ‘예비군 훈련’] 잔펀치 여러 번 맞으며 핵펀치 대비 

주요국 국채금리 요동 ... 자산 시장의 버블 위험 줄이려는 의도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6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펌 랜딩(Firm Landing)’이라는 게 있다. 활주로 노면이 눈과 비로 미끄러울 때 착륙시 인위적인 충격을 가하는 기술이다. ‘쿵’ 하는 소리와 진동으로 승객들은 얼어붙지만 비행기 바퀴의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을 일시적으로 높여 착륙거리를 단축시키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위험을 막는다. 5월 말부터 국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이 소란을 방치 혹은 부추기고 있는 것은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당국자들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0.5%→1%대로

결론부터 말하면 일종의 펌 랜딩, 즉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한 예비군 훈련이다. 시작점은 지난 5월 말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G7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였다. G7회의가 끝난 뒤 독일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G7 수장들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안정 위험과 잠재 자산버블 위험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명백하다. 특히 보험 영역에서 그렇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최대 버블은 사실 국채시장에 형성돼 있었다.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일부 선진국의 단기물 금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란 국채가격이 전대미문 수준으로 급등(국채가격과 국채수익률은 반대)했다는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정받았던 국채가 심각한 버블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보험사들은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 위험에 노출됐고, 이를 메우기 위해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 편입을 늘려왔다. 더구나 금융회사 중 여전히 국채 보유 규모가 가장 많아 향후 금리 상승 때 상당한 자산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는 처지였다.

바이트만의 설명은 G7이 이러한 국채시장 버블위험, 그리고 이것이 금융시장 곳곳으로 파고들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저금리가 만들어 온 버블영역을 다스리기 위한 당국의 조치가 나타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실제 며칠 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G7의 이러한 의지를 계승한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장은 저금리 하의 큰 변동성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G7회의 이후 꿈틀대던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일정 부분 용인하겠다는 시그널이자, 시장도 이런 변동성에 익숙해지라는 의미였다. 5월 말 0.5%였던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단 열흘 만에 1%대로 치솟았다. 장기 금리가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 여파는 미국 국채시장과 일본 국채시장으로도 확산됐다. 마침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확대되고, 미국의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국채 시장의 진폭을 키웠다. 양적완화(QE)로 주요국 국채 시장 내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충격을 상쇄할 버퍼가 얇아져) 국채가격 하락 속도는 한층 가팔랐다.

G7 경제수장들의 회의가 끝나고 1주일 뒤 다시 독일 바이에른주로 G7 정상들이 모여들었다. 공식적으로 전해진 G7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별 게 없었다. 그러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율 발언이 전해지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만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강달러는 문제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뉴스 이후 달러는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곧 이어 백악관은 이 뉴스를 부인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는 경험칙이 작용했다.

그리고 며칠 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오바마의 발언이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라는 정황 증거를 제공했다. 구로다의 “실질실효환율상 엔이 더 약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엔이 강세로 돌면서 124엔 중반이던 달러-엔 환율이 순식간에 122엔대로 미끄러졌다. 달러 인덱스는 다시 하락했다(달러 약세). 오바마의 달러 누르기에 구로다가 힘을 보탠 것이다. 시장은 G7회의에서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심증을 굳혔다. 그리고 며칠 뒤 구로다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오바마도 구로다도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술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민감한 지점에서 환율의 가파른 흐름을 한번 누르고 가는 정밀타격을 선보였다. 국채 시장에 이어 외환 시장을 손본 것인데, 이를 통해 주요 당국자들은 시장금리는 한 레벨 끌어올리되, 지나친 달러 절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던졌다.

이를 조금 더 풀어보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 국채 시장에 일차 충격이 가해진다. G7은 그 충격을 덜기 위해 미리 소규모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돈줄 죄는 미국 vs 돈줄 푸는 주변국’이라는 통화정책 다이버전스를 심화시켜 달러 절상을 불러온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 지나친 달러 절상은 미국 실물경기를 위축시킨다. 이는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연준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달러 절상 속도를 누르고자 하는 미·일 간의 공조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를 가볍게 한다. 결국 지난 5월 말 이후의 흐름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혹은 연준의 금리 인상 과정이 덜 혼란스럽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군 훈련에 가깝다. 다만, 환율공조에 있어 ECB와 유로존 정치권이 미국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조할지,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이런 훈련은 좋든 싫든 위험자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리를 한 레벨 끌어올려 글로벌 증시와 이머징 금융 시장, 정크본드 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된다. 이미 일부 이머징 시장에서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연준이 연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후 행보는 상당히 신중할 것으로 보여 이머징의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예전만큼 크지 않다. 다만, 금리 인상의 초기 충격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큰 소동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른 지역과 다른 자산 시장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G7은 미래 충격(Future tantrum)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활주로 노면과 바퀴의 마찰을 높여야 했다.

제로금리 더 이어질 가능성도

아직은 주요국 당국의 통제가 먹히는 시장이다. 다만 펌 랜딩 과정에서도 승객들의 가방은 나뒹굴 수 있고 아이는 눈물을 쏟아 낼 수 있으며 타이어 바퀴가 찢겨질 위험도 존재한다. 당분간은 안전띠를 동여매야 하는 구간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은 오는 9월 아니면 12월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마지막 순간 승객들의 아우성이 겁이나 기수를 돌릴 수도 있다. 실제 이런식으로 제로금리 국면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지난 3주간 주요국의 행보는 (결과론적으로) 제로금리 장기화를 위한, 즉 제로금리 장기화가 가능하도록 시장 내 버블위험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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