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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친환경 경영] 에너지 낭비 줄이고 환경 지켜 지속 성장 

고효율 차세대 항공기 도입 계약 … 그랜드하얏트인천, LEED 골드등급 획득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6월 16일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에어버스 등과 차세대 항공기 100여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했다. 오른쪽은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
한진그룹이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6월 16일 프랑스 파리에어쇼 현장에서 새로운 항공기 102대 도입 계획을 밝혔다. 대한항공 창사 5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면서 약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으로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항공기 구매계약은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최첨단 기종을 도입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항공기 도입 이유로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기존 보유 중인 단거리 항공기를 점차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교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단 의미다.

연비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적어


▎칼호텔네트워크 김재호 대표이사 등이 6월 17일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빌딩 정문에 LEED 인증 현판을 걸고 있다.
친환경 항공기 도입은 최근 대한항공 경영의 주요 가치다.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해 연료를 적게 쓸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1990년대 보잉사의 성장을 주도했던 B747-400을 이어받을 B747-8i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체되는 구형 항공기는 보잉사에 되팔아 재활용한다. 새 항공기는 새로운 알루미늄 합금과 복합소재를 사용해 항공기 무게를 대폭 줄였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좌석당 연비 효율성을 16% 향상시켰다. 이에 따라 운영비는 13%, 운항비는 2% 절감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16% 줄일 수 있다. 또 엔진 덮개(Cowl)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기존 항공기 대비 소음도 30% 줄일 수 있다.

내년부터는 B787-9 기종도 10대 도입할 예정이다. ‘꿈의 여객기’라는 애칭을 가진 B787은 미국 보잉사가 차세대 여객기로 개발해온 항공기다. 기체의 절반 이상을 첨단 복합소재로 제작했다.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효율을 20% 이상 높이고 가스배출과 이착륙 때 소음을 크게 낮춘 친환경 항공기다. 중형 항공기이면서도 탁월한 연료효율성으로 항속거리는 대형 항공기 수준이다. 20%나 적은 연료를 쓰면서도 마하 0.85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친환경 항공기 도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일종의 경영방침으로 자리잡았다.

호텔 사업에서도 친환경 행보가 엿보인다. 한진그룹이 소유한 그랜드하얏트인천은 새로 지은 웨스트타워에 대해 미국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 골드등급을 획득했다. LEED 골드 등급을 딴 국내 호텔로 3번째다. LEED인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녹색건물인증제도다. 이를 취득하려면 약 70개 기준에 따른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개관한 그랜드하얏트인천의 웨스트타워는 환경을 고려한 설계, 건축자재 사용, 시공 등에서 관련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 웨스트타워는 골드등급 취득으로 ‘친환경 특급호텔’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됐다. LEED는 친환경 정도에 따라 모두 4등급으로 나뉜다. 인증·실버·골드·플래티넘 순으로 갈수록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골드는 60~79점 사이, 플래티넘은 80점 이상이다. 골드 인증만 해도 친환경 정도가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웨스트타워 설계에서 환경은 중요한 가치였다. 곳곳에 녹지 공간을 배치하고 누구나 편하게 녹색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호텔 2층 야외 가든과 이벤트데크 등 대규모 조경공간을 조성했다. 야외 가든에는 벚꽃나무·소나무 등을 심었고 이벤트데크 역시 나무바닥으로 만들어 숲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햇볕을 받는 장소 대부분을 나무로 덮어 열섬현상을 방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온도를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어 냉방에 드는 에너지를 크게 줄였다.

물 절약도 LEED 인증에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다. 500개 객실을 가진 웨스트빌딩은 물 절약을 위해 화장실 변기와 호텔의 조경용수를 100% 중수로 사용한다. 중수는 세면이나 샤워용으로 사용하는 상수를 1차 정수장치로 거른 물이다. 객실 내 상수를 절약하는 기술도 숨어있다. 세면대나 샤워기에서 물을 틀면 수량이 풍부해 보인다. 하지만 수압과 물줄기를 조절해 보기보다 적은 물을 소비토록 하는 기술이다.

웨스트빌딩은 파도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모던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호텔 내부의 고급 대리석 역시 물결 모양의 아치를 그리고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화려한 조명으로 비춰보면 우아함이 빛을 발한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가려있지만 이런 대부분의 자재 역시 친환경 자재를 중심으로 했다. 일반 자재로 시공했을 때보다 환경을 보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인트나 접착제, 합판 등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함유량이 적은 자재만 골라 썼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고효율 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모든 조명을 LED 조명으로 설치해 에너지 소모량도 크게 줄였다. 에어컨·냉장고 등 냉방장비에 사용하는 냉매 역시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은 제품만 선별 채택했다.

LEED의 까다로운 인증에 맞추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랜드하얏트인천도 웨스트빌딩을 세우면서 시공비용이 3~5% 추가됐다. 중수 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대신에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은 15%가량 줄어드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연 2억원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 350t 절감하고 있다. 비용만큼 가치가 있단 계산이다. 그랜드하얏트 인천 총지배인 폴라이트(Paul Wright)는 “웨스트타워의 처음 개발 단계부터 한진그룹과 하얏트코퍼레이션은 환경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호텔을 건설하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며 “LEED 골드인증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앞으로도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환경 호텔로서 고객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째 지구 사막화 막는 식림사업

한진그룹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사업을 이어왔다. 지난 12년간 몽골과 중국, 미국 LA 등에 식림 활동을 하고 있다. 몽골 사막에 총 44ha 규모로 9만여 그루 나무를 심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몽골 사막을 푸른 숲으로 바꿔 놓은 사업이다. 대한항공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몽골 자연환경관광부로부터 ‘자연환경 최우수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5월 18일~29일까지 두 차례 걸쳐 몽골 바가노르구 사막화 지역에서 식림활동이 이어졌다. 임직원 170여명을 포함해 현지주민 600명이 합심해 나무를 심었다. 지난 2007년부턴 중국 쿠부치 사막에 ‘대한항공 녹색생태원’을 조성하고 있다. 매년 대한항공 임직원과 중국 대학생들이 참여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사막버드나무, 포플러, 양차이 등을 심고 있다. 녹색생태원은 2016년까지 총 450만 ㎡ 면적에 137만 그루 나무가 자라는 숲이 될 전망이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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