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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주부·은퇴자의 에어비앤비 활용기] 남는 방으로 돈 벌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호스트 35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28% 늘어 ... 홍대·강남 일대 과열 경쟁도 


▎에어비앤비 호스트 이창현씨는 집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인테리어 투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 사진:오상민 기자
숙소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2013년 1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한국을 시작으로 동북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조게비아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의 발표에 기자는 이 사업이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에어비앤비의 사업 방식은 호스트인 집주인이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본인 집을 등록하면 게스트가 돈을 지불하고 호스트 집에 머무는 것이다. 이때 에어비앤비는 여행객과 집주인에게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우리집에 남는 방 한 칸으로 돈도 벌고,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다지만 과연 대중화될 수 있을까.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미국을 비롯해 배낭여행 문화가 발달한 서구문화권에서야 손님을 소파(카우치)에 재우는 ‘카우치서핑’도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낯선, 그것도 외국인 손님을 받아 내 집에서 재우는 일이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기자의 질문에 창업자 게비아는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에어비앤비는 관광객이 머물 숙소가 부족한 서울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물가가 높은 이 곳에서 호스트는 주거비를 벌 수 있고, 게스트는 현지인과 생활하며 특별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검증하고, 안전상 문제가 없도록 하는 일은 에어비앤비의 역할이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전·부산·제주로 확산


한국 진출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에어비앤비는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호스트 수는 35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28% 늘었다. 대부분 서울시내 집중돼 있으며 대전·부산·제주 등에서도 증가 추세다. 에어비앤비 측은 “게스트가 숙박하는 평균 일수가 연간 110일가량으로, 선진 시장(30~60일) 대비 비교적 많은 편”이라며 “아직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호스트들의 연평균 수입은 340만원으로 집계돼 생활비 마련에도 보탬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빌려주고 있는 이창현(29)씨는 공유경제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1년 간의 호스팅 체험을 담은 저서 [나는 우리집으로 투잡한다]를 펴낼 만큼 이 사업에 매력을 느낀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4년째 IT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에어비앤비를 알게 됐다. 이씨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만 여긴 공유 경제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 직접 참여해보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신혼집으로 쓸 생각으로 직장에서 가까우면서도 교통이 편리한 서울 문래동에 집을 구했다. 그는 직장 생활동안 모은 돈에 장기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탠 돈 1억6000만원으로 46㎡(약 14평) 아파트를 구입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들여 집을 단장했다. 이씨는 “손님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서였지만 내가 살 집이기도 하니 인테리어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집 값 역시 회수 가능한 금액이니 결국 호스트가 되는데 든 비용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최대 인원은 2인, 1박당 숙박비는 평균 80달러(약 8만9000원)로 책정했다. 처음 집을 빌려준 7월 수입은 약 120만원이었다. 이후 차츰 예약자가 늘어 12월에는 2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와 관리비, 청소비 등을 제하자 그가 손에 쥐는 돈은 한달 평균 120만~150만원 남짓. 이씨는 “월급에는 못 미치지만 남몰래 보너스를 챙기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인터넷으로 예약은 물론 결제, 서비스 평가 등 모든 과정이 이뤄져 직장인들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지 않아 위험 부담이 적은 점을 호스팅 사업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세 달 전 서울 압구정동에서 가양동 아파트로 이사한 차태식(70)·민정숙(67) 부부는 안방을 제외한 방 3개를 모두 외국인 손님과 공유한다. 현역 시절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한 차씨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지에서 20여년간 살았다. 15년 전 퇴직 후 손주를 돌보며 취미생활을 즐기던 부부는 오랜 해외 경험과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4년 전부터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압구정동에 살 때는 동남아시아·일본 등에서 온 한류 팬이 주를 이뤘고, 현재는 외국인 출장객과 유학생이 많다. “은퇴 후 둘이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노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에서 머물며 ‘우리도 이렇게 살면 어떨까’ 생각했죠. 지인 가운데 자녀들 결혼 시키고 적적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 만나느라 심심할 틈이 없어요.”

은퇴 노부부, 안방 빼고 방 3개 외국인과 공유


하루 숙박비는 1인당 4만~5만원. 부인 민씨가 매일 정성껏 차리는 아침식사도 이 집의 인기 요인이다. 그는 “호박죽을 먹든, 커피에 토스트를 먹든 그저 우리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을 뿐인데 다들 좋아한다”며 “장기적으로 묵는 손님들과는 같이 등산도 가고, 산책도 하는데 노후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손님은 대개 5~7일 간 머물지만 길게는 세 달 넘게 묵으며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부부는 “벌써 우리집에 서너 번씩 오는 손님들도 있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고맙다”면서도 “수입은 용돈벌이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차씨는 “일본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 정치적 문제에 메르스까지 겹쳐 많이 줄었다”며 “관광업이다 보니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예약률이 높으면서 손님들의 평가가 좋고, 열 번 이상 손님을 치른 호스트를 매달 ‘수퍼호스트’로 선정한다. 서울 왕십리역 인근에 사는 주부 이영미(43)씨도 그중 하나다. 어린 아들의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까 해서 2009년부터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주는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홈스테이 경험을 살려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K팝 아이돌 가수가 되려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 소년, 주한대사관에서 근무한 스페인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씨 집을 거쳤다. 이씨는 “스페인어를 전공한 남편 덕에 초창기에는 유럽·미주 손님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동남아시아나 일본에서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나서 손님에게 시내 관광을 시켜주기도 하고, 한식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루 숙박 비용은 평균 4만~4만5000원, 장기 체류자는 한달에 약 90만원을 받는다. 이씨는 “어차피 남는 방을 활용하고, 직접 청소며 관리를 다하기 때문에 별다른 부대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전업주부로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서도 가계에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정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한국에 올 때마다 당연한 듯 저희 집을 찾고, 아이 생일 때마다 카드나 선물을 보내오는 사람들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잖아요. 공유경제라는 게 그런 데서 의미가 있는데 최근에는 단순히 임대업으로만 생각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 안타까워요.”

실제로 초창기 서울시내 호스트가 200명 남짓이었지만 2년새 3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마포구와 강남구, 용산구 일대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상수동에 살며 빈 방을 빌려주던 구선혜(가명·31)씨는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8개월 전 오피스텔을 새로 임대했다가 최근 사업을 접었다. 구씨는 “올해 초만 해도 1박당 10만원을 받아도 예약이 꽉 찼는데 근처 호스트가 갑자기 늘면서 숙박비를 거의 반값으로 낮춰도 예약이 확 줄었다”며 “그나마도 냉난방비 등 관리비와 은행 대출금을 갚고 나면 오히려 손해보는 달이 많아 1년도 안 돼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며 너도나도 집을 임대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쟁이 치열해져 월세도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발견된다. 190개국 3만4000여 도시에서 100만개 숙소를 확보한 에어앤비는 호스트 가운데 82%가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많게는 절반 이상이 자가가 아닌 임대용 주택을 재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아예 전문 숙박 업체나 임대업자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손님을 받기도 한다고 말한다. 한 호스트는 “처음에는 공유경제 취지에 맞게 ‘집을 나눈다’에서 출발하지만 수입이 늘면서 여러 채를 임대해 본격적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많다”며 “개인이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전문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임대업으로 여기지 말아야”


▎차태식, 민정숙 부부의 집에 묵은 중국인 유학생 레베카 한(사진 가운데)과 부부가 함께 도봉산에 올랐다. 두 사람은
현행법상 도시민박업은 주인이 거주하면서 남는 방을 빌려주는 형태로, 외국인 손님만 받을 수 있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빌려주는 형태는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 역시 마련되지 않아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누구든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등록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한국지사 관계자는 “정부와 협력해 호스트들이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공유경제의 본래 가치를 살리면서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1293호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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