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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5년, 달라진 부자들] 투자형 부동산·펀드 늘리고 주식 직접 투자 줄였다 

KB경영연구소 ‘한국 부자 보고서’ 5년치 분석 ... 안전 투자 성향 유지하면서 중수익·중위험 투자처 물색 

돈을 벌고 싶으면 부자 곁에 있으라고 했다. 그들의 투자철학이나 비결을 배울 수 있어서다. 그런 부자들이 달라졌다. 부동산에 올인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산 늘리기와 지키기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도, 중수익·중위험 투자처를 물색하는 부자들도 증가 추세다. 고착된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낳은 변화로 풀이된다. 한국의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변하고 있었다. 경기 변동과 정부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자산을 늘렸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11년부터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 5년치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 PB(프라이빗 뱅킹)센터가 전하는 ‘요즘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도 짚어봤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부자씨의 금융자산은 23억원이다. 부동산과 기타 자산(회원권·미술품 등)을 포함한 총자산은 51억원이다. 연소득은 2억9000만원이다. 김부자씨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대략 28억원 정도인데, 거주하는 9억원짜리 아파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소형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등 투자형 부동산이다. 김부자씨가 투자형 부동산으로 얻은 수익률은 연 5.9% 정도다. 금융자산 23억원 중 11억원은 은행 예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넣어뒀다. 또한 4억원은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고, 3억원은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묻어 두었다. 투자·저축성 보험 자산도 3억원 정도 된다. 나머지는 채권과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고 있다. 김부자씨가 금융 투자로 기대하는 수익률은 6.5% 정도지만, 지난 1년간 실제 수익률은 3.5%에 머물렀다. 김씨는 향후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형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주식·펀드 투자를 늘릴 생각이다. 중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예적금은 뺄 생각이 없다. 이자가 낮지만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5년 새 5만명 증가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이하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15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토대로 정리한 ‘한국의 부자’ 평균 모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는 사람을 말한다. 2014년 말 기준 한국의 부자는 18만2000명. 이들은 대한민국 상위 0.35% 안에 드는 부자들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부자인 이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 보라. “당신은 부자인가?” 십중팔구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그게 부자의 속성이고, 그래서 더 부자가 되는 것인지 모른다. 과언이 아니다. KB경영연구소가 2011년 국내에서 처음 펴낸 ‘한국 부자 연구’에 따르면, 당시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는 부자는 약 13만명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부동산을 포함해 평균 34억원.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안 쓰고 68년 동안 모아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배고프다고 했다. 당시 조사 대상자의 75.5%는 “나는 부자가 아니다”고 답했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자산 규모는 평균 75억원이었다.

2014년 말 기준, 한국의 부자는 5년 전보다 5만명 넘게 증가했다. KB경영연구소는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만 406조원으로 추정한다. 한국 부자의 보유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3%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부자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자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자신에 맞는 투자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한 자산 수준이나 금융 지식에 따라 투자 성향도 명확히 갈렸다.

금융자산 늘리고, 투자형 부동산으로 옮겨 가


그렇다면, 지난 5년간 한국 부자들의 투자 성향과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본지는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5년치 ‘한국 부자 보고서’를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부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자산을 늘려 갔다. 이들은 예전만큼 돈을 불리기 어려운 시대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기대 수익률을 낮췄다. 투자 성향은 안정형을 추구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고, 현금 선호 현상 뚜렷했다. 하지만 유망 투자처가 포착되면 과감하게 투자했다.

지난 5년 사이 단연 두드러진 변화는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지난 5년간 한국의 부자들은 부동산자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렸다.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58.1%에서 올해 52.4%로 줄었다. 이와 달리 금융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36.9%에서 43.1%로 증가했다. 일반 가계보다 금융자산 비중은 훨씬 크고, 증가 속도도 빨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국내 가계의 평균 자산은 3억3400만원이데, 금융자산 비중은 26.8%에 불과하다. 2011년 말에는 23.1%였다.

부동산 자산 구성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특히 아파트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자들은 투자용 부동산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2011년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 중 투자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였다. 하지만 2014년 말에는 비중이 23.2%로 증가했다. 반면 거주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 비중은 같은 기간 46.2%에서 39.7%로 줄었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임대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옮겨 갔다는 얘기다.

다른 투자용 부동산의 선호도도 달라졌다. 한국의 부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 1~3 순위는 상가·아파트·오피스텔이다. 그런데, 부자들 중 상가를 보유한 비중은 2012년 68.6%에서 지난해 말 58.1%로 줄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 되면 상가 임차인의 사업 소득이 감소하고 이는 상가 투자자의 임대료 하락이나 공실률 증가로 이어지는데,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용 아파트 보유 비중은 38.3%에서 40.8%로 늘었고, 단독·연립주택 보유 비중은 9.5%에서 15.5%로 증가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해 졌다. 부자들이 보유한 임대 부동산 중 전세로 활용하는 비중은 5년 사이 14.8%에서 11.7%로 줄었다. 또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부자들은 2011년 69.9%에서 올해 75.9% 늘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봤던 부자들의 투자 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1%, 2014년 8.1%였던 부동산 투자 기대 수익률은 올해 9.8%로 상승했다. KB경영연구소는 ‘꾸준히 높아진 전세 가격과 월세 전환 증가, 부동산 경기 회복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역시 5년 사이 변화가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저금리가 심화됐는데도 오히려 현금과 예·적금 보유 비중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2011년 평균 3.05%에서 2012년 2.7%, 올해는 1.78%로 하락했다. 그런데 이이간 동안 부자들의 금융자산에서 현금과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에서 47.2%로 커졌다. 은행 이자율이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인데 왜 부자들은 예·적금 투자를 늘린 것일까. KB경영연구소의 분석은 이렇다.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익성 증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당분간 안정성 위주의 금융 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의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저금리에도 현금·예적금 비중 증가


주식 직접 투자 비중도 줄었다. 2012년 말 기준 한국의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7%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16%로 감소했다. 부자들의 증시 이탈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뚜렷했다.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부자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2012년 25.7%에서 지난해에는 12.7%로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혔던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 보유 비중은 다소 증가했다. 금융자산 중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2.5%에서 지난해 14.4%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부자의 76%는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펀드는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국내 혼합형 순이었다.

해외 증시나 부동산에 직·간접 투자하는 부자도 늘었다. KB 경영연구소가 2011년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고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해외 직접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였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32.3%로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5%포인트 증가했다. 부자들이 가장 주시하는 지역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인도·베트남·캐나다·뉴질랜드·미국 순이었다. 또한 해외 직접 투자에서 주식 선호는 늘고, 부동산 선호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부자 중 56%는 해외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자산 투자에 눈독


그렇다면 한국의 부자들은 향후 어느 분야를 유망한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을까? 당분간은 안전성 위주로 투자를 하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투자용 부동산과 해외 펀드, 국내 주식 투자는 증가할 것이라는 게 KB경영연구소의 분석이다. 실제로 부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대상’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24.3%가 국내 부동산, 특히 투자형 부동산을 1순위로 꼽았다. 다음은 해외 펀드(12.3%), 국내 주식(11.3%), 국내 펀드(10%), 금 등 실물 투자(9.8%), 저축성 보험(8%) 순이었다. 예·적금과 채권, 신탁·ELS 등 수익률이 낮은 분야에 대한 선호도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KB경영연구소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저금리에 따른 예·적금 기대 수익률 하락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는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최근 주식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펀드 등 리스크성 자산에 투자를 늘리는 부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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