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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형마트의 생존법은] 日 마트, 색다른 시도-신선도별 가격 차별화 

코스트코·테스코는 가격대별 다양한 PB상품으로 재도약 


▎일본 야오코 마트는 지역 주부를 고용해 매장 내에서 요리를 선보이고 레시피를 제공한다.
대형마트가 새 살길 찾기에 바쁘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는 최근 연이어 각종 혁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기를 넘긴다는 취지의 가격 인하 같은 단기 처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대형마트의 부진은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리면서 생기는 문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대형마트는 사실상 땅 장사였다. 제조 업체에게 큰 ‘판’을 깔아주고 대가로 판매수수료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물건을 한자리에서 보고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사람을 끌어 모았다. 이게 제조업체가 내는 땅값의 근거가 됐고, 대형마트의 수익을 지탱했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가 열리고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더 다양한 물건을 더 싸게 살수 있게 됐고, 간단한 물건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게 된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의 부진은 이런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생긴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격 인하 같은 단기 처방은 효과 적어”


▎코스트코의 PB브랜드 ‘커클랜드’.
이런 변화는 국내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일본 유통 업계는 20여년 전부터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미국·유럽의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여건 속에서 변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미국의 창고형 할인 매장 ‘코스트코 홀세일’이다. 1994년 한국에 상륙한 코스트코는 2008년부터 매년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뤘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약 3000억원씩 매출을 늘리며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 기간 연매출은 2조86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7%, 영업이익(1639억원)과 순이익(1315억원)은 각각 19.6%, 1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린 국내 대형마트와는 다른 분위기다.

코스트코의 실적을 설명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게 ‘커클랜드’다. 커클랜드는 코스트코가 자체 개발한 PB상품 브랜드다. 음식료·생필품·의류 등 할인점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상품을 판매한다. 최고급 상품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라도 평균 이상의 품질을 유지한다. 중간 유통 비용이 생략돼 다른 제품보다 10~20% 싸지만, 수익성은 더 높다. 커클랜드의 매출은 코스트코 전체 매출의 23% 정도다. 커클랜드의 비중은 직접적인 매출이 전부가 아니다. 코스트코 회원인 주부 김명근(42)씨는 “다른 마트에는 없는 커클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코스트코 회원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의 75%가 연회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멤버십 갱신을 위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 핵심 역할을 커클랜드라는 PB상품이 맡고 있는 것이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제 어떤 유통 채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품을 파는지가 경쟁력”이라며 “그 매장만이 갖고 있는 상품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테스코도 PB상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1992년 영국 유통 업계는 지금의 한국 시장과 유사한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당시 테스코는 PB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1980년대 21%에 불과한 PB상품 비중을 55%로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2004년까지 연평균 12.9%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현재 테스코는 PB상품 비중을 50%대로 유지하고 있다. PB상품에 치중해 선택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테스코의 PB전략은 단순히 싼 제품만 내놓는 게 아니다. 테스코는 같은 상품군 안에서도 가격대 별로 고가·중저가의 다른 PB브랜드를 만들어 소비 양극화와 1~2인 가구 증가로 인한 HMR(가정 간편식) 시장에 대응했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일본 지방 유통 업체의 생존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일본 치바현의 야오코 마트는 인근 지역의 주부를 직원으로 고용해 이들이 판매 방식을 제안하도록 했다. 어떻게 자르면 낭비가 적고 많이 팔리는지, 어떻게 진열하면 맛있게 보이는지 등을 현장 직원이 아이디어로 내는 것이다. 또 이들이 매장에서 마트 내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레시피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치현의 선샤인 마트는 채소·우유 등 신석 식품의 가격을 진열 시간에 따라 할인해주는 등 ‘신선도’를 무기 삼아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 안에서 소비자가 ‘경험’을 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에 빠진 국내 유통 업계는 뒤늦게 해외 대형마트 따라잡기에 한창이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매장을 창고처럼 단순화해 영업비용을 줄이고 묶음형 판매로 기존 대형마트보다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스트코와 같은 형태다. 롯데도 2012년 롯데마트 금천점을 리모델링해 창고형 할인점 ‘빅(VIC)마켓’ 1호점으로 선보인 뒤 지금까지 5개의 매장을 냈다.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같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된다.

올해 들어 대형마트의 성장 정체가 지속된 반면에 창고형 할인점은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트레이더스 빅마켓의 올 1분기 매출 신장률은 각각 37.0%와 19.9%에 달했다. 이마트의 1분기 매출 신장률 1.1%와 롯데마트의 -3%와 비교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량 구매가 기본인 창고형 할인점이 소량 구매 트렌드에 맞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간편식 PB브랜드 주목

이마트는 PB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격이 싼 기존 대형마트 PB 상품과 달리 ‘최고급 식재료’, ‘집밥 이상의 맛’을 내세운 프리미엄 간편식 PB브랜드 ‘피코크’를 내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 1분기 피코크 브랜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했다. 최근에는 간편식 뿐 아니라 참기름·고추장·된장 등 양념은 물론 감자칩·팝콘·탄산수 등 가공식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HMR과 가공식품을 더한 피코크 상품수는 5월 현재 500여개다. 올 연말에는 9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식품본부에 있던 피코크팀을 독립 부서로 분리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체험형 상품 진열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장 혁신 전략인 체험을 강조한 경기도 수원 롯데마트 광교점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 고객은 실제 생활 공간과 상품 사용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쇼룸에서 진열 상품을 체험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쉽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마트로서의 테스트 매장”이라며 “향후 고객 반응을 보고 지속적인 개선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289호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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