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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넓어지는 할랄 열풍] 식품→의약품→화장품으로 

국내 화장품·제약 할랄 인증은 걸음마 단계 … 2018년 할랄 투어 규모 1800억 달러 


▎‘말레이시아 국제 할랄 박람회(MIHAS)’ 참가자들이 할랄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할랄은 식품에서 의약품과 화장품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할랄 열풍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식료품이다. 그러나 할랄은 먹는 것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화장품과 의약품, 의류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금융과 미디어까지 모두 할랄의 대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할랄 인증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제약·의류·여행·금융 업계에서도 할랄 인증에 관심을 갖고 접근 중이다. 발 빠르게 대응하면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기회가, 늦으면 16억 인구의 할랄 시장을 빼앗기는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도 식품과 마찬가지로 할랄 인증을 받는다.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색조 화장품이나 마스크팩은 큰 문제가 없지만, 로션·크림 등은 할랄에 민감하다. 돼지로부터 나온 콜라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는 금지된 재료다. 이에 따라 무슬림은 다른 동물 재료를 사용해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을 쓴다. 현지에서는 할랄로 인정되는 매니큐어도 개발되고 있다. 무슬림은 원칙적으로는 매니큐어를 바르기 어렵다. 매일 다섯 번씩 하는 기도 전에 손발과 얼굴을 씻는데, 이 때 지워지지 않는 매니큐어는 율법에 어긋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쉽게 뗄 수 있는 제품이나, 안으로 물이 스며드는 매니큐어가 할랄 인증을 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非무슬림 소비자도 관심

최근 이슬람 지역에서 할랄 규율이 강조되면서 이 같은 할랄 인증 화장품의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할랄 화장품은 무슬림뿐 아니라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이나 유해 화학물질을 기피하는 소비자의 관심도 끈다.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 2014-2015’에 따르면 세계 할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400억 달러(약 43조원)에서 2019년 730억 달러(약 78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말레이시아 국제통상부는 자국의 화장품 시장 중 10~20%가량이 할랄 화장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계의 할랄 인증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K-뷰티의 인기가 중국·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중동 지역에는 본격적인 진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할랄 인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업체는 두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인증을 받은 중소 업체 탈렌트화장품과 터키에서 인증을 받은 대덕랩코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이블씨엔씨 등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도 아직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이 없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할랄 화장품 시장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철저한 시장조사를 벌이며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지만 이슬람 지역의 시장조사와 함께 할랄 인증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제약 업계도 할랄 인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이슬람 국가들은 할랄 인증을 받은 약을 구입하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서다. 할랄 인증 컨설팅 업체 펜타글로벌의 조영찬 대표는 “전문 의약품의 경우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할랄 제품이 어느 정도 용인이 되지만, 일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 식품에 대해서는 할랄 인증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최근 커지는 동남아 시장에서도 할랄 인증이 이슈가 되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각 제약사가 개별적으로 대응을 준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의약품에서 할랄 인증에 관건에 되는 것은 연질 캡슐이다. 흔히 제조되는 캡슐형 약제의 재료는 돼지로 만든 젤라틴이다. 따라서 할랄 인증을 준비 중인 제약사는 연질 캡슐을 다른 제형이나 식물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유유제약이 말레이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할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유제약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는 달리 말레이시아 법인은 현지 수출을 위한 교두보 차원이며, 할랄 인증도 그 일환으로 시장 조사를 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도 생약 성분의 캡슐로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인증을 받기 위해선 생산 시설도 전부 바꿔야 해 비용 효율적인 측면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 분야의 할랄 인증 절차는 현장조사, 평가, 사후관리 등 다른 분야와 똑같다. 할랄과 비할랄 원료를 같이 보관하면 안 되고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보관·생산·출고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할랄 투어 준비 미흡

할랄은 삶의 전방위적인 ‘합법’을 뜻한다. 따라서 넓은 범위에서 보면 금융도 할랄의 대상이다. 일종의 허용된 돈, ‘할랄 머니’다. 다만, 금융은 제조·수출 분야와는 달리 국내로의 자본 유입과 관련이 깊다. 대표적인 게 ‘수쿠크’다. 수쿠크는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돈을 빌린 사람이 투자자에게 이자 대신 부동산 임대료나 배당을 주는 금융 상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쿠크 도입은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다. 2009년 우리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로 해외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지역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수쿠크 도입을 추진했다. 투자자에게 이자 대신 부동산 임대료나 배당을 주는데 여기에 붙는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은 종교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나 이슬람 지역의 풍부한 오일머니가 유용한 외화 조달원으로 꼽히는 만큼 수쿠크 도입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관광 업계에서도 할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중동 지역에서는 이미 ‘할랄 투어’ 산업이 꿈틀대면서 새로운 틈새시장이 열리고 있다. 할랄 투어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행지의 교통·숙박·외식·여가활동 등에서 무슬림의 생활에 적합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두바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년 세계 관광산업 중 할랄 투어 산업은 1370억 달러 규모로 전체의 13%를 넘었다. 오는 2018년에는 180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국내 관광 업계는 아직 할랄 투어 준비에 미흡한 편이다. 할랄 호텔이라고 부를 만한 숙소도 전무한 실정이다. 할랄 호텔은 무슬림에 대한 배려 정도를 채점해 일정 점수 이상을 얻은 호텔을 일컫는다. 구체적으로는 할랄 음식을 취급하는지 여부, 기도실과 기도를 위한 비품 제공, 스파·수영장·헬스장·교통편 등 대중 시설의 남녀 구분, 도박 및 음주 시설의 유무, 무슬림 직원 배치, 객실 내 초상화 유무 등이 평가 항목이다. 조영찬 대표는 “이슬람 관광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관광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업계가 무슬림 편의 시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86호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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