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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회 브리티시오픈 관전 포인트 7] 정교한 장타자들의 올드 코스 정복기 

파4 원온 도전 가능한 9번 홀 … 아이언 샷 살아있는 타이거 우즈 부활도 기대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7월 16일부터 열리는 제 144회 브리티시오픈이 5년 만에 다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로 돌아왔다. 올해로 29번째 개최하는 디오픈 관전 포인트 7가지를 추려봤다.

1. 장타자 넘쳐나는데 코스 전장은 짧고 = 17세기 말부터 스코틀랜드 파이프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올드 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건 1873년 10월 4일이었다. 디오픈 첫 개최지인 프레스트윅이 1860년부터 12회나 연속 개최한 뒤에야 옮겨왔다. 당시 경기 방식은 독특했다. 하루에 18홀을 두 번 도는 36홀 승부였다. 첫 대회에선 며칠 전부터 내린 비로 코스 여기저기에 빗물이 고여 질퍽했다. 요즘 용어로 캐주얼워터(Casual Water)가 곳곳에 형성된 것이다. 당시 골프룰에서는 ‘볼을 옮겨놓고 치도록’한 로컬룰이 없었다. 따라서 그 상황에 처하면 1벌타 받고, 볼을 해저드 뒤에 놓고 티를 꽂고 플레이하도록 했다. 출전 선수 27명의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우승 타수는 179타였다. 첫 라운드에서 세 명이 91타를 쳤고, 오후의 두 번째 라운드에서 톰 키드가 88타를 쳐서 우승했다. 단 하루로 챔피언을 결정하는 방식에 불만이 높아지자, 20년 지난 1892년부터는 36홀을 이틀간 치러 4라운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어 3일간 4라운드하는 과도기를 거쳐 1966년부터 하루 18홀씩 4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이 정착됐다.

코스 전장은 1995년까지만 해도 변화 없이 파72에 6933 야드였다. 타이거 우즈가 처음 출전한 2000년에는 코스 리 노베이션을 거쳐 파72에 7115야드로 늘렸다. 하지만 우즈는 올드 코스를 철저히 농락했다. 2위 토마스 비욘, 어니 엘스를 8타 차이로 제치고 72홀 최저타 기록인 19언더파 269타로 커리어 그랜스슬램을 달성했다.

5년 뒤에 R&A는 파72에 7279야드로 전장을 더 늘렸으나 우즈는 또 다시 14언더 274타로 우승한다. 2위 콜린 몽고메리와는 5타차였다. 두 번 우승할 때의 8라운드 평균 스코어는 67.875타였다. 대회 조직국은 2010년에는 늘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전장을 만들어서 파72에 7305야드로 세팅했다. 이 대회에서는 남아공의 루이 우스트후이젠이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올해는 5년 전보다는 8야드가 줄어든 파72에 7297야드로 치르는 방안이 검토된다. 유럽을 대표하는 설계 거장 마틴 호트리가 4년 전에 코스 개조 책임을 맡아서 난이도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11번 홀 그린 에지에 낮은 둔덕을 조성하거나, 17번 홀의 벙커를 30~60㎝ 늘렸다. 하지만 넘쳐나는 장타자들을 상대로 고작 이 정도의 미세 조정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 최소타 63타 기록 누가 깰까? = 올해는 타수 신기록 경신 레이스를 지켜보는 것이 재미날 것이다. 올드 코스의 코스 레코드는 1987년 던힐컵에서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기록한 10언더파 62타다. 브리티시오픈을 28회나 치르는 동안의 기록을 보면 9언더파 63타가 8번 나왔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10년 대회 1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세웠다. 하지만 그는 2라운드에서 80타를 치며 미끄럼을 탔고, 3라운드부터는 69, 68타를 치면서 회복해 최종 8언더파 공동 3위에 그쳤다.


‘명색이 메이저 대회인데 코스를 늘이거나 파 배열을 줄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든다. 미국 체임버스베이에서 열린 US오픈의 코스 전장이 파70 임에도 7526야드 였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짧은 세팅이기 때문이다. 브리티시 오픈을 개최하는 다른 대부분의 코스들은 이미 전장을 늘이거나 파70~71로 줄여서 운영한다. 하지만 올드 코스는 불가능하다. 1, 9, 17, 18번을 제외한 14개의 그린을 인-아웃 코스에서 공동으로 쓰기 때문이다. 2번 그린 한쪽이 16번 그린이 되는 구조다. 따라서 전장을 더 이상 늘일 수 없다.

파 배열을 줄이는 것도 어렵다. 통상적으로 코스 설계를 할 때 240야드 이내 거리에 파3를 잡고, 470야드까지는 파4를 준다. PGA투어에서는 비거리가 늘어난 투어 선수들을 막기 위해서 500야드 넘는 파4 홀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올드 코스의 경우 가장 짧은 파4가 348야드인 12번 홀이다. 이 홀을 파3로 치를 수는 없다. 또한 단 2개뿐인 파5 홀인 5번(568야드), 14번(618야드)을 파4 홀로 당기기도 무리다.

장타자들의 원온 플레이가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로 짧은 파4는 352야드인 9번 홀이다. 그린이 둥근 원형이고 앞에는 벙커가 없다. 더스틴 존슨이나 토니 피나우 정도면 이런 홀은 드라이버로 충분히 원온할 수 있다. 380야드 미만의 6개 홀을 장타자들이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올해 브리티시오픈의 최저타 기록 경신 여부가 달려 있다.

물론 올드 코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린 주변 벙커에 빠지면 바로 한두 타 손해를 감안해야 한다. 미세한 굴곡과 언듈레이션이 허다해 비거리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코스다. 하지만 올해는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많고 정교하다. 브리티시오픈에서 62타 이하의 최소타 기록을 기대해 보자. 그게 어렵다면 최다 이글 기록을 기대해보자.

3. 마지막 출전인 선수는 누구일까? = 올드 코스는 역대 전설들이 골프 인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아놀드 파머는 1995년, 잭 니클러스는 2005년에 18번 홀에서 티샷을 마치고 역사적인 스윌컨 다리 난간에서 지나온 대회들을 되돌아보며 기념촬영을 했었다. 18번 그린을 둘러싼 동료 선수들, 갤러리, 골프계 인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는 건 골프 선수로서는 최고의 마무리다.

올해는 65세의 톰 왓슨 차례다. 이 코스에서 우승은 없지만 왓슨은 디오픈에서 5승을 기록했다. 58세인 닉 팔도도 여기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1990년 올드 코스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디오픈 3승을 거뒀다. 영국 출신에 기사 작위를 받은 선수였던 만큼 올해의 디오픈은 전설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전설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다.


▎아이언샷이 살아있는 타이거 우즈가 브리티시오픈에서 부활할지 관심을 끈다.
4. 두 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 재기할까? = 출전 선수 중에 코스 경험이 많은 선수는 여기서 2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다. 섹스 스캔들로 경기력이 거의 망가진 상태에서 출전한 2010년에도 그는 3언더파 23위로 선전했다. 우즈의 올해 드라이버 샷 적중률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코스에서는 드라이버보다는 아이언으로 높은 탄도를 내는 샷에 탁월했다. 2000년 우승할 때는 4라운드 내내 한 번도 벙커에 볼을 빠뜨리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그의 아이언샷은 아직 살아 있다. 최근 끝난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우즈는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골라내 3언더파 67타를 쳤다. 공동 32위에 그쳤지만, 보기 없이 경기를 끝낸 건 2013년 8월 바클레이스 4라운드 이후 2년 만이다. 숏게임도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린 적중률은 83.33%였다.

5. 조던 스피스의 메이저 3연패 가능할까? = 지난 5월 초에 도박사들이 꼽은 우승 예측에서 선두는 4대 1의 로리 매킬로이였다. 그 뒤를 조던 스피스(10대 1), 타이거 우즈(14대 1), 더스틴 존슨(16대 1)이 따랐다. 저스틴 로즈, 아담 스콧, 핸릭 스텐손, 리키 파울러는 5% 미만의 확률로 점쳐졌다.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는 지난해 로열리버풀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지만 축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해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따라서 현재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크게 예상된 선수는 메이저 2연승을 한 스피스다. 실력과 기량을 겸비한 그는 큰 경기일수록 오히려 대담해진다. 경험이 부족한 게 최대 걸림돌이다. 브리티시오픈 출전 경험이 두 번뿐이다. 링크스 스타일의 체임버스베이에서 우승했다지만, 링크스의 원조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얼마나 세련되고 요령 있게 코스를 공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그린 밖에서 홀에 가까이 붙이는 숏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6. 우스트후이젠의 2연패 가능할까? = 남아공의 루이 우스트후이젠은 지난 US오픈에서 조던 스피스에 이어 1타차 2위를 했다. 그리고 5년 전 이 코스에서 우승한 이 선수를 주목하자. 당시 선두로 앞서가던 폴 케이시는 12번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면서 무너졌고 루이가 이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당시 선수 중에 핸릭 스텐손, 폴케이시, 마틴 카이머 등이 다시 선두권을 노려볼 선수다. 이들은 링크스에 익숙한 유럽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7. 한국계 선수가 선전할까? = 한국 선수 중에는 안병훈과 아마추어 양건이 출전하고, 한국계 선수로는 대니 리 등 4명이 출전한다. 안병훈은 유러피언투어 메이저인 BMW챔피언십 우승자로 출전하며 양건은 지난해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여서 초청권을 받았다.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는 지난주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재미교포 제임스 한은 그 대회 6위를 하면서 12위까지 주는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케빈 나는 세계월드랭킹 27위로 50위까지 주는 출전권을 받았다. 지난해 아시안투어 상금왕으로 출전권을 얻은 재미교포 데이비드 립스키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1294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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