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ista

[ROAD IMPRESSION] CHRYSLER 300C -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된 개성 

카리스마 넘치는 정통 아메리칸 세단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300C는 고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레트로 디자인과 유행을 타지 않는 동력계통이 그렇다. 시대를 거스른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변치 않는 개성이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요즘처럼 세상이 급변하는 때가 또 어디 있나 싶다. 스마트폰이 등장해 생활 행태는 급속하게 모바일로 전환됐다.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광경을 보기 힘들다. 대부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정보를 접하는 통로도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생활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동차는 다운사이징 광풍으로 디젤과 터보가 대세로 떠올랐다.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은 구시대 유물로 여겨진다. 초반부터 뿜어져 나오는 두터운 토크감에 길들여져서, 어쩌다 자연흡기 엔진을 경험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요즘 차들은 늘씬하고 매끈한 차체로 가다듬는 게 유행이다. 성형의 유행으로 생김새와 몸매가 비슷해지는 현상을 보는 것 같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차를 찾기 힘들다.

거대한 차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


▎1. 기능을 모니터로 몰아 깔끔한 레이아웃을 실현했다./ 2. 근육질의 듬직한 차체는 세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3. 당당한 자세는 300C의 가장 큰 개성이다.
300C는 요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차다. 디자인부터 고전적이다. 2004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300C의 디자인은 과거 감성을 살린 레트로 디자인이었다. 2011년 모델 체인지를 했지만 기본틀은 바뀌지 않아 고전적 이미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 엔진은 3.6L V6 자연흡기다. 한 때 중형 세단의 상위 모델은 3.5L 이상 되는 V6이 대세였다. 지금은 배기량을 낮춘 4기통 터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300C는 아직까지 다운사이징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가솔린 V6이 라인업을 지킨다. 그런데 고전적인 엔진에 복고적인 디자인이지만 참신하게 느껴진다. 이런 차가 드물기 때문이다. 모두가 ‘예스’할 때 혼자서 ‘노’ 하면 눈에 띄는 것처럼, 남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길을 따르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튀게 마련이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2011년 모델 체인지 이후 4년 만에 시도한 변화다. 가장 큰 변화는 그릴이다. 스포츠 모델에 주로 쓰이는 메시타입으로 바꾸어서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차체 형태는 그대로 둔 채 범퍼의 형상이나 램프의 구성 등 손을 댈 수 있는 부분만 변화를 줬다. 옆모습을 보면 1세대의 느낌이 여전히 살아 있다. 300C는 개성과 카리스마가 강한 차다. 뭉뚝한 차체는 마초적인 스타일의 전형이고, 거대한 차체는 위압적이다. 초대 모델은 거친 남성미가 물씬 했는데, 지금은 매끈하게 다듬어 이전보다 부드러운 감성이 살아난다.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다. 계기판 가운데 LCD의 크기가 커졌다. LCD에는 온갖 상세한 정보가 표시된다. 스티어링 휠의 모양이나 센터페시아 조작부의 구성에 변화를 줬지만 크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변속은 시프트레버에서 다이얼식으로 바뀌었다. 아래 급인 200에서 이미 보여 줬기에 아주 낯설지는 않다. 센터페시아 상단 모니터는 각종 기능의 집합소다. 차 내 조작 버튼을 줄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 합병한 이후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운전석 공간은 여유롭고 편하다. 차체에 비례해서 시트도 크기 때문에 소파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다. 뒷좌석은 넉넉하지만 5m가 넘는 차체에 비해서는 여유가 덜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세단이라 쇼퍼드리븐 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미국에서 300C는 오너 드라이브용 차다. 뒷좌석은 쇼퍼드리븐으로 사용하기에는 공간 여유나 편의장비 면에서 미흡하다. 앞좌석 시트의 두께를 줄이는 등 뒷좌석에 여분의 공간을 확보한 점은 잘한 일이다.

300C는 3.6L 자연흡기 가솔린 V6을 얹는다.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는 36.0kg·m다. 요즘에는 이런 출력을 4기통 2.0L 엔진으로 만들어내는 추세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패들이 달려있어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다. 가솔린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숙성이다.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니 스르르 미끄러진다. 최대토크는 4800rpm은 되야 터져 나온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토크가 쌓여가는 느낌이 아주 좋다. 초반부터 토크로 밀어 붙이는 터보와는 가속 질감이 판이하게 다르다. 요즘에는 죄다 터보 아니면 디젤이니 이런 느낌을 경험할 기회가 드물

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자연흡기 가솔린의 매끄럽고 가뿐한 가속이 힘차게 이뤄진다. 예전에는 아주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소한 느낌이 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더 신선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거침 없는 가속력 자랑하는 스포츠 모드


시프트 다이얼을 S로 맞추면 변속이 늦춰지면서 좀 더 힘이 축적된 상태를 유지한다. 오른 발에 힘을 줄 때마다 불쑥 튀어나가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스포츠 모드 버튼은 시프트레버 주변이 아니라 센터페시아 비상등 옆에 만들어 놨다. 위치가 좀 애매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존재를 몰라서 스포츠 모드가 없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다. 스포츠 모드에 돌입하면 스티어링, 가속 페달, 주행 안정 장치, 변속기, AWD 등 동력과 관련된 기능 전체의 특성이 변한다. 일반 모드일 때와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진다. 거침없이 튀어나가는 데 아찔할 정도다. ‘쏘는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배기량 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참 맛이 스포츠 모드에서 진하게 우러나온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스티어링도 유연하다. 한마디로 운전하기 편하다. 와인딩에서 환상적인 짜릿함을 안겨줄 정도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아닐지라도, 정확하게 라인을 유지하는 기본기는 갖췄다. 직선 가속에 능한 대륙의 차 특성에 좀더 치우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300C는 기본이 뒷바퀴굴림이다. AWD 모델도 평상시에는 뒷바퀴만 굴린다. FR의 주행감성은 동급의 앞바퀴굴림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다.

배기량 큰 가솔린 엔진에 AWD라 연비는 그리 높지 않다. 복합 연비는 L당 8.7km다. 뒷바퀴 굴림도 L당 9.2km로 한자리 수에 머문다. 날이 더워 에어컨을 켜고, 스포츠 모드의 짜릿함에 취해 좀 밟았더니 시내 연비보다도 낮게 나온다. 배기량 큰 가솔린 엔진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이다.

300C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복고적 스타일도 그렇고 한때 중대형 세단의 표준으로 여겨졌던 3L 대 자연흡기 가솔린 V6도 고전적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간직한 차가 드물다 보니 오히려 더 신선하고 개성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듬직한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마저 든다. 오래 떨어져 있어도 만나면 며칠 전에 봤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친구 말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원래 모습을 지키면 유행에 뒤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유한 특성을 간직하기가 더 힘들다. 300C는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와 합치면서 세련미를 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차 특유의 마초적 기질이 다분하다.

임유신_ 독일산 럭셔리 컴팩트 세단 가격으로 이렇게 알찬대형 세단을 살 수 있다니…. 큰 차 좋아하는 우리 성향에 딱 들어맞는 차다.

신홍재_ 쏘는 맛이 일품이지만 기름 값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모드는 중독성이 강해 자꾸 누르게 된다.




1296호 (2015.08.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