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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CHEVROLET SPARK - 높은 상품성과 뛰어난 주행 안정성 

경차의 경계를 허무는 차 급의 도약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스파크는 차 급만 경차일 뿐 내용은 준중형차 이상이다. 각종 안전·편의장비가 넘쳐나고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필요 최소한만 갖추고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국내시장 현실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

경차의 성격 변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크기와 배기량의 규정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자동차 회사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차가 나올 수 있다. 크기와 배기량이 우리나라보다 작은 일본에서 각양각색 수십 종의 경차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차 시장은 너무 단조롭다. 쉐보레 스파크, 기아 모닝, 기아 레이 세 종류가 전부다. 박스형인 레이를 빼면 일반 경차는 단 두 종류다. 새로운 차가 나오지 않는 이상 커다란 변화를 바라기 힘들다. 회사당 하나의 차종만 나오는 현실에서 경차의 성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개성을 살린답시고 대중성을 버리면,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대중성을 살리면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쉐보레 스파크가 새로 나왔다. 스파크라는 이름은 계속 쓰고 ‘더 넥스트’(The Next)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쉐보레 경차 역사에 있어서 1991년 티코, 1998년 마티즈,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이은 네 번째 큰 변화다. 스파크는 고급화와 역동성을 변화의 핵심으로 삼았다.

고급화는 차급을 불문하고 어떤 차들이나 세대 교체를 할 때에는 접목하는 요소다. 경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파크는 품질감도 좋아지고, 각종 첨단 안전·편의 장비도 가득 담았다. 차는 작지만 내용은 준중형 이상이다. 경차는 필요 최소한 것들만 갖춘 담백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다. 물론 풍부한 옵션의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 지출이 따른다.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1670만원이다. 준중형차도 넘볼 수 있는 가격이다. 옵션 욕심 없다면 경차다운 1036만원짜리 기본형 수동 모델도 괜찮은 선택이다.

차 급을 뛰어 넘는 주행 안정성


▎디자인 논란이 있는 뒷모습. 윗급인 아베오 분위기를 풍긴다.
스파크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동성이다. 1.0L 엔진은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는 9.7kg·m다. 경차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수준만 되어도 합격이다. 가속에서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도로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다. 변속기는 C-TECH라 이름 붙은 CVT이다. 가속 패턴이 자동변속기와 비슷해서 이질감이 덜하다. 급가속 할 때에는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나지만, 연비 포기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나름 기대 이상의 추진력을 발휘한다.

스파크의 역동성은 힘보다는 주행 성능에서 두드러진다. 안정감과 균형감에서 경차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쉐보레 특유의 단단한 차체와 탄탄한 하체가 스파크에도 그대로 구현됐다. 상하좌우 흔들림도 적고 바닥에 착 달라붙는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불안감도 덜하고, 특히 고속으로 달릴 때 이 차가 경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준중형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안정감 구현이 우선이라 승차감은 경차치고는 다소 단단한 편이다. 동네 단거리만 다니기에 적합한 물컹하고 푹신한 경차는 지양한다. 장거리와 고속도로도 안심하고 나갈 수 있다. 시티모드는 스티어링에 보조력을 더한다. 스티어링이 가볍고 쉽게 돌아가기 때문에 주차할 때나 도심 저속 운행 때 유용하다.

잘 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차의 본질은 효율성이다.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효율성의 희생이 따른다. 쉐보레는 스파크 라인업에 에코 모델을 따로 만들었다. 일반 모델의 복합연비는 L당 14.8km이고, 에코 모델은 L당 15.7km다. 수동 모델의 L당 15.4km보다 높다. 이전 모델은 수동과 CVT가 각각 L당 16.8과 15.3km였다. 수동은 낮아지고 CVT는 에코 기준 소폭 높아졌다(참고로 공차중량은 CVT는 910kg으로 이전과 동일하고, 수동은 900kg으로 5kg 늘었다). 국내에서 경차는 차종 불문 실연비가 낮게 나온다는 불만이 많다. 시승하는 동안 막히는 구간이 많지 않았고, 성인 둘이 타고 에어컨을 계속 켠 채로 국도 위주로 달리는 동안 트립 컴퓨터 연비는 평균 12km 전후를 유지했다(시승차는 CVT 일반 모델).

고급화와 역동성에서 발전적 변화와 달리, 디자인 변화는 개선이냐 개악이냐로 반응이 갈린다. 개선적인 면은 디자인 통일이다. 위급인 아베오를 닮아 동질성이 커졌다. 개악은 경쟁 모델과 일부분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예전의 날이 서 있던 개성이 무뎌졌다는 평가다. 대중성을 키운 결과다. 디자인은 좀 더 지켜보면서 익숙해진 다음에 다시 한 번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애플 카플레이


실내는 고급스러워졌다. 한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수준을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차의 통상적인 수준을 따지면 평균 이상이다. 앞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은 머리 공간은 여유가 있고, 무릎 공간은 앞에 누가 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차 크기 대비 여유롭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애플 카플레이다. 국내 최초라서 신기하기 그지 없다. 아이폰을 연결하니 익숙한 메뉴 구성이 뜬다. 전화, 음악, 지도, 문자, 동영상, 팟캐스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시리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큰 화면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꽤 높을 것 같다.

스파크를 보면 상품성에 있어서 이제는 경차에 더 바랄 것이 없다. 에어백 6개는 기본이고, 전방 충돌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 안전장치도 풍부하고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후방 카메라, 열선 스티어링, 크루즈 컨트롤, 16인치 휠 등 어지간한 장비는 다 있다. 크기는 경차지만 내용은 준중형차다. 그런데 부족할 것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경차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값싸고 효율성 높은 경차와는 거리가 좀 있다. 기본 모델도 본질에 대한 해답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차의 종류가 많아지기 전까지 경차다운 경차는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참에 스파크는 소형으로 격상 시키고 일본 경차쯤 되는 새로운 차급이 하나 생기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준중형차 같은 상품성에 만족해야 하는 건지, 경차답지 않은 경차에 실망해야 하는 건지…. 결국 판단은 시장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안정적인 주행성능만으로도 선택할 이유가 된다. 요즘 같은 효율성 시대에 경차 치고는 연비가 만족스럽지 않다.

임유신_ 쉐보레 경차의 최대 강점은 개성인데 너무 무난해졌다. 일반과 에코 모델로 구분한 시도는 괜찮은 발상이다 .

신홍재_ 기아 모닝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이 정도 상품성은 현재 경차중 가장 우수하다.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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