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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개종에 버금갈 발상의 전환 절실 

고성장기의 달콤한 성공 경험 잊어야 ... 일본 기업의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저자 : 김현철 / 출판사 : 다산북스 / 값 : 1만8000원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면 한국 경제에 대해 ‘낫 배드’(Not bad)라고 한다. 이건 ‘굿 뉴스(Good news)’라는 뜻으로, 3% 성장률, 900억 달러 경상흑자 내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생각인 것 같다.” 지난 5월 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느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이 발언 뒤에는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국내에 팽배한 ‘한국 경제 비관론’에 대해 에둘러 불만을 표현한 것일 텐데, 적절하지 않은 얘기였다. 최근의 한국 경제를 ‘낫 배드’로 보는 이들은 (누가 그런 인사치레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나라 중앙은행장’과 이주열 총재,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일부 기득권층뿐일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와 기업·가계 심리를 종합해 보면, 한국 경제는 ‘소 배드(So Bad)’라고 보는 것이 맞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0.3%였다. 5분기 연속 0%대다. 그나마 상반기에 집중된 정부 지출이 없었다면, 수치는 더 떨어졌을 것이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소득 정체 속에 빚을 갚느라 가계의 소비성향은 뚝뚝 떨어진다. 기업 투자는 부진하고, 정부 지출도 한계가 있다. 곧 인구 절벽에 맞닥뜨릴 한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기술·산업 육성도 더디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쓴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 전공 교수는 “경제의 성장 엔진은 꺼져가는데 경제를 다시 활성화할 주체인 기업인과 관료, 정치가들은 기능 부전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의 표현대로 한국 경제는 ‘못 다 핀 꽃 한 송이’ 신세로 시들 것인가?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를까 걱정한다. 턱도 없는 소리다. 한국은 일본처럼 20년을 버틸 힘이 없다. 일본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즈음, 세계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었다. 국민소득은 3만 달러가 넘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 즐비했다. 일본이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 시대 초입에 서 있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그런데, 김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희망을 찾는다. ‘본격적인 저성장까지 조금은 시간이 남아 있고, 이 기간 중에 잘만 대응하면 경제를 다시 활성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와 후지 제록스·신일본제철·캐논 등에 경영 자문을 해왔던 김 교수는 일본 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돌파 전략을 제시한다. 일본 기업 특유의 과잉 품질과 과잉 모델, 폐쇄적인 유통 전략, 경영진의 지나친 신중함, 소극적인 해외 진출…. 그는 ‘일본 기업들은 과거의 지나친 성공 경험에 도취해 새로운 시대 흐름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 내린다.

이 뼈아픈 교훈을 우리 기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목전에 다가온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어떻게든 도와주겠지라는 기대를 완전히 버리는 것과 동시에,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체에서 강의도 해보고 자문도 해본 경험에 따르면, 발상의 전환이 가장 힘들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고성장기의 추억이 뼛속까지 박혀 있어서 저성장에 접어든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종교의 개종에 버금갈 정도로 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는 7가지 대응전략도 제시한다. 첫째가 해외 시장 개척이다. 저자는 저성장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전에 미리 해외 시장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율 탓만 하지 말고, 철저한 현지 조사와 인재 확보, 경쟁력 있는 기술과 제품을 통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면 희망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전략은 기존 시장 사수다. 산토끼도 중요하지만, 집토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성장기에는 기존 시장 사수를 위해 강력한 시장 지위를 구축하고, 전략 방향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되 큰 시장의 환상은 버리는 것이다. 시장 창조형, 사업 창조형, 질서 파괴형 방식으로 작은 신규 시장을 노리는 게 포인트다. 넷째 전략은 원가 혁명이다. 일상적인 원가 절감 방식으로는 안 되고, 원가 혁명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 기존의 가치사슬을 완전히 파괴하는 정도여야 한다. 다섯째 생존 전략은 가치 혁신이다. 저자는 일본 유니클로와 수퍼호텔의 사례를 들면서, 제거·강화·믹스(Mix)·단순화라는 네 가지 가치 혁신 방식을 제안한다. 여섯째는, 영업력 강화다. 저자는 저성장기에는 기업 내에서 천대받던 영업조직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잘 만드는 것보다 잘 파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마지막 전략은 민첩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현장 대응력을 기르고, 마켓 센싱(market sensing)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의 구심력을 키우라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바로 ‘리더’다. 저자는 발상의 전환부터 조직 민첩성을 키우는 것까지 생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기업의 흥망과 운명은 여기서 갈렸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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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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