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해외 시장 겨냥해야 핀테크 꽃 핀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2015년, 대한민국의 카오스가 열렸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 핀테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를 카오스라고 부른다. 그 반대는 질서 정연한 조화의 상태인 코스모스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들이 행했던 최초의 작업은 카오스에 질서를 부여해 코스모스로 변형시키는 일이었다고 한다. 세상의 시작은 카오스이며, 노력을 통해 코스모스 상태를 찾아갈 수 있다는 그리스 신화는 오늘날에도 통용된다. 특히 기업의 생멸은 늘 이런 과정을 거친다.

비즈니스 시장은 처음에 중구난방이었다가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곧,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찾으면서 시장이 성숙한다. 특히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창출하는 IT 서비스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가는 통로를 착실히 밟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카오스 상태의 시장은 모바일 간편결제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면서 카오스가 열렸다. 온라인과 모바일 결제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Active X)를 폐지하는 사전 규제 중심에서 자율 규제로 변하면서 간편결제 시스템의 막이 오른 것이다.

삼성과 애플 등 IT 제조사와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IT 포털 사업자, NHN엔터테인먼트 등 단기간에 10개가 넘는 각 분야의 리딩 기업이 ‘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 규모는 성장 속도에 비해 시장 참여자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상태다. 더 이상 혼탁해지기 전에 신이 움직여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 신의 역할은 소비자가 맡았다.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가장 효율적인 페이 서비스를 선택하면 시장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 상태로 이동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용처가 많고 보안이 강화된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선택 받지 못한 업체들은 조용히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은 토큰화 등의 핵심 보안 기술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해서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는 내수 시장이 아니라 제조업 수출과 같이 해외 시장 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내 페이 서비스는 대부분 온라인 결제에 치중돼 있지만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시장이 크고, 국내보다는 중국 등의 소비력이 높다. 결국, 기술력을 토대로 내수용 간편결제 서비스보다는 수출용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들어 이익률을 높여야 한다. 수출이 쉽진 않겠지만 한국의 보안 기술력 정도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길게 보면 이쪽이 훨씬 승산이 높은 게임이다.

마지막으로 카오스가 없다면 코스모스가 있을 수 없다. 카오스는 단순한 혼돈이나 무질서한 상태가 아니라 ‘질서를 낳는 무질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카오스가 있어야 질서 정연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넘치는 페이 서비스 시장 참여자들은 고달프겠지만, 카오스가 있어야 코스모스로 간다는 생각을 갖고 인내하는 동시에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모바일 결제뿐 아니라 송금, 개인자산 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이 포함된 핀테크 시장.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이 시장의 카오스를 즐기고, 국내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길 바란다.

-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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