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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3·4세 승계 Ⅱ] 

현대중공업그룹 / 한진그룹 / 한화그룹 / 두산그룹 / 신세계그룹 / CJ그룹 

현대중공업그룹 | 장남 정기선 상무만 경영수업 중
행사에서 직접 대통령 맞기도 ... 3세로의 지분 승계는 거의 ‘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우리나라 재벌가 중 비교적 지분구조가 간단한 편이다. 26개 계열사(금융·보험회사 포함) 중 매출 1조원 이상인 대형 계열사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6곳이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지분 10.15%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1.32%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3.51%를, 현대미포조선이 다시 현대중공업 지분 7.98%를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미포조선은 금융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하이투자증권 지분 83.24%도 가지고 있다.

축구계와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정 회장은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198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니 25년이 더 됐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은 정 회장의 중·고·대학 동기인 이재성 전 회장과 민계식 전 회장 등 전문경영인이 주도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책임을 지고 이 전 회장이 물러났고, 지금은 최길선 회장이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아내 김영명씨와 2남2녀를 뒀다. 이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는 장남인 정기선(34) 현대중공업 상무가 유일하다. 막내아들인 정예선(20)씨는 연세대에 다니고 있다. 사실상 정 상무로의 승계가 확실시되지만 정 상무가 가진 지분은 현대중공업 주식 53주뿐이다. 회사에서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것인데 시가로 600만원도 안 된다. 웬만한 임원들보다 지분이 적다. 향후 지분 승계 작업이 순탄치 않으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증여하려면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부담을 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일부 계열사를 정리해 실탄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식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정 상무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것은 확실시된다. 대일외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상무는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입사 전에 언론사 인턴기자를 거친 특이한 경력이 있다. 입사 후 반년 뒤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약 2년간 일한 뒤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승계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2014년 10월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임원이 됐다. 지금은 안전·경영지원본부 상무를 맡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기술 분야와 재무 분야를 고루 거치며 전문성을 쌓고 있으며 이해력이 뛰어나고, 사리판단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육군 ROTC로 입대한 뒤 중위로 전역해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정 상무는 7월 15일 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 명예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아들인 정 상무가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맞았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데뷔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직급이 상무고, 아직 나이가 어린 편이라 언제 경영 전면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을 고려할 때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오랜 전문경영인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업황까지 좋지 않은 시점이라 일종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한진그룹 | ‘땅콩 회항’에도 후계 구도 큰 틀은 유지
조양호 회장 “세 자녀 전문성 살릴 것” ... 지주사 대표 맡은 조원태 부사장 부상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조양호(66) 회장이 2세 경영을 하고 있다. 조중훈 회장은 4남 1녀를 뒀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물려받고,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조선업(한진중공업),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은 해운업(한진해운), 4남인 조정호 회장은 금융업(메리츠금융)을 이끌었다. 그러나 2002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별세하자 이들 형제는 그룹의 사업권·재산 등을 둘러싸고 수차례에 걸쳐 소송 전을 벌였다.

이후 조양호 회장은 2013년 지주사인 ‘한진칼’을 설립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순환출자 해소, 손자회사의 계열회사 지분 처분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한진→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총수 일가→한진칼→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의 수직구조로 전환하는 중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후 2년이 지나는 2016년 11월10일 전까지 한진해운 8개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정리하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한다.

조양호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39)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32) 대한항공 전무는 현재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세 남매 모두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애초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이 호텔·관광·서비스, 장남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 막내 조전무가 광고·마케팅과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의 경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일으키며 3세 후계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결국 두 동생에 밀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조양호 회장이 장녀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회장은 6월 프랑스에서 한국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회항 사건 이후 세 자녀의 역할 변화에 대해 “덮어놓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넘기지 않겠다”면서도 “세 명의 역할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후계 구도가 재편되더라도 주력인 항공과 해운 등 물류 부문은 조 부사장이, 호텔 부문은 조 전 부사장이 맡는다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현재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를 맡고 있는 조원태 부사장 중심의 후계 구도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조 부사장은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항소심 공판을 앞둔 3월 의장 자격으로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여하며 한동안 뜸했던 외부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조원태 부사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 삼남매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가 각각 2.50%로 같다. 최근 지분 관계를 정리한 유니컨버스의 경우 조원태 부사장이 지분 38.94%,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각각 27.76%를 확보했다. 지난 2013년 말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인 중 최연소 임원에 오른 조현민 전무가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의 공석을 메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한항공 측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한화그룹 | 장남 김동관 상무 입지 갈수록 탄탄
태양광 사업 진두지휘하며 그룹 지배력 확대 ... 차남·삼남도 보폭 넓히는 중



김승연(64)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세 아들이 있다. 장남 김동관(33) 한화큐셀 상무, 차남 김동원(31) ㈜한화 디지털 팀장, 삼남 김동선(27) 한화건설 매니저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자녀 모두 젊다는 점에서 3세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장남인 김동관 상무가 후계 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는 평이다. 김 상무는 ㈜한화 지분 4.44%와,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50%로 세 형제 중 보유 지분이 가장 많다. 김동원 팀장과 김동선 매니저는 각각 ㈜한화 지분 1.67%와 한화S&C 지분 25%를 보유했다. 재계는 향후 김 상무가 김 회장의 뒤를 이어받고, 두 동생이 그룹 내 일부 사업 부문을 물려받아 독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친다.

김동관 상무는 한화그룹이 수년째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부문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만큼 부친의 신임을 받고 있다.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거쳐 올 초 한화큐셀 상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입사 5년 만에 임원이 됐다. 그는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으로서 해외를 중심으로 그룹 내 태양광 사업의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 4월 한화큐셀이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와 총 1조원 규모에 이르는 1.5기가와트(GW)급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하는 데도 김 상무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가 미국 현지에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쳐 넥스트에라에너지 측의 신뢰를 얻었다”고 전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 상무는 올 3월 한화큐셀 사내이사로도 선임될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룹 측도 김 상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6월에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의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한화테크윈과 한화종합화학 등을 새 계열사로 뒀다. 이 가운데 이번 빅딜로 한화종합화학 지분 30%를 인수한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는 한화S&C가 갖게 됐다. 이 회사는 김 상무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이로써 한화S&C는 총 10조원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6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리게 돼 기업 가치가 그만큼 커지게 됐다. 비상장사인 한화S&C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김 상무의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한화종합화학 등의 인수가 그룹 내에서 김 상무가 입지를 더욱 확실히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차남과 삼남도 이전보다 경영 관련 보폭을 넓히고 있어, 향후 한화그룹의 후계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동원 팀장은 그룹 내 금융 부문 계열사인 한화생명에서 핀테크와 내부 전산망 강화 등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디지털팀장인 그가 한화생명을 중심축으로 삼아 그룹 전반의 디지털 사업 전략을 재편하려는 뜻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대표 승마 선수였던 김동선 매니저도 지난해 10월 선수 은퇴 이후 한화건설에 입사해 해외 건설 현장 등을 돌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두산그룹 | 4세 9명 지분 고루 나누고 요직 맡아
다음 총수 후보는 박정원 회장 ... 형제경영 전통 이어갈지 주목



원칙은 있지만 완벽하지 않고, 허술해 보이지만 나름 규칙적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긴 업력을 자랑하는 두산그룹 승계 과정의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3세의 형제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회장을 거쳐, 1981년 박용곤 현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이후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 박용성 전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회장이 그룹의 총수가 됐다. 장남부터 다섯째 아들까지 차례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다. 박용곤 회장은 총수로 취임한 직후 낙동강 페놀 사태가 터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물러났다. 이후 둘째 박용오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아 회사를 키웠다. 2005년 박용곤 명예회장은 박용오 회장에게 ‘경영권을 3남(박용성 전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용오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세간에 잘 알려진 ‘형제의 난’이 터졌다.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동생들(박용성·용만)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했다”고 폭로했다. 형제들을 고발한 박용오 회장은 이 사건으로 사실상 가문에서 제명을 당했고 2009년 11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그룹의 경영권은 넷째 박용현 이사장을 거쳐 다섯째 박용만 회장까지 이어졌다. 2012년부터는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산그룹은 4세 경영시대를 앞두고 있다. 가문에서 제명당한 박용오 회장의 자녀를 제외한 4형제의 아들 9명이 경영권 승계의 대상이다. 지분 승계작업도 순조로운 편이다. 현재 4세들이 가진 ㈜두산의 지분의 합은 약 30%다. 3세들이 가진 지분율의 합(약 12%)보다 많다. 4세들 대부분은 이미 두산그룹 내 요직을 맡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7월 27일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집행임원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다음 경영권 승계 대상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53) 두산건설 회장이다. 문제는 애매한 나이다. 현 두산그룹의 총수인 박용만 회장은 올해 60살이다.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젊다. 거기다 박정원 회장이 그룹 전체를 이끌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의견이 있다.

어쩌면 형제경영이란 단어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두산그룹의 가장 유력한 4세 승계 시나리오는 3세들의 장자들(정원·진원·태원·서원)이 이어서 그룹을 경영하는 것이다. 사촌들끼리 경영권을 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형제간에도 순조롭지 않았던 경영권 승계가 조카·사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꼬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령 4세 9명이 3년 임기로 총수직을 맡아도 27년이 걸린다. 5세로 넘어가면 말할 것도 없다. 두산그룹이 형제경영 전통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 주목받는 이유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신세계그룹 | 공고한 정용진 체제 불안한 지분 구조
이명희 회장 지분 상속 또는 증여세가 변수 ... 두 남매 계열 분리 가능성은 작아



신세계그룹은 순환출자가 없어 지분 구조가 단순하다. 백화점 사업 부문인 신세계와 대형마트 사업 부문인 이마트가 각 사업 부문별로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3세 승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됐다. 최근 10여 년간 신세계그룹은 정용진(47) 부회장이 이명희(72)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경영했다. 따라서 신세계그룹의 승계는 정 부회장이 이 회장의 신세계·이마트 지분만 물려받으면 완료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상속 또는 증여세다. 과거 정 부회장과 정유경(43) 신세계 부사장은 첫 상속 과정에서 정공법을 썼다.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147만주(시가 6870억원)를 물려받으면서 이듬해 3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납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이 다소 적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7.3%씩 보유하고 있고,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이 각각 7.3%, 2.5% 갖고 있다. 이 중 이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 482만주와 신세계 주식 170만주를 모두 정 부회장에게 물려줄 경우 세금만 약 7000억~8000억원에 달한다. 주식으로 세금을 대신 낸다고 가정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8%대로 줄어든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에는 불안한 수준이다.

결국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계열사 규모를 키운 뒤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거나 규모를 키운 계열사를 신세계나 이마트 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와 합병해 3세 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때문에 시장에서 주목하는 게 광주신세계다. 현재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를 백화점 부문의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키운 후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신세계와 합병해 정 부회장이 가진 광주신세계의 지분이 신세계로 흘러들어가게 하거나, 지분을 매각해 세금을 마련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 가치는 약 3000억원 정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라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다음으로 많다. 이명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실탄 마련을 위해 이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지주회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나온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각각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눈 뒤 2개 지주 부문을 합병해 새로운 지주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 부회장은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데, 이후 사업 부문 주식을 지주 부문 주식과 교환하면 지주 부문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정 부회장→지주사→신세계·이마트’의 지배구조가 구축된다.

일각에선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마트 등 할인점 부문을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정유경 부사장이 백화점 사업을 맡는 분할 승계 시나리오다. 2011년 이뤄진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작업이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남매간 독립 경영에서 얻을 수 있는 승계 절차나 사업적인 이점이 적어 이 회장의 지분이 남매에게 넘어가더라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은 정용진 부회장 체제로 꾸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계열 분리설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CJ그룹 | ‘오너 리스크’에 3세 승계 가속도
이재현 회장 두 자녀 경영수업 중 ... 전문경영인 체제 속 사위 경영 가능성도



지난 8월 20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4) CJ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CJ인재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이는 고 이맹희 회장의 손녀 사위(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 남편) 정종환씨였다. 위패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스 대표의 아들 호준씨가 들었다. 장손인 이선호씨(이재현 회장의 아들)가 뒤를 따랐다. CJ그룹의 예비 후계자들이다. 이재현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 병동에서 투병 중이어서 영결식에는 참석 못하고 빈소만 두 차례 찾았다.

1998년 부회장, 2002년 회장에 취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CJ 지분 42.16%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과 관련해 경쟁자는 없다.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CJ그룹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다. 문제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다. 지난해 9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서울대병원 측에서 감염을 우려해 빈소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할 만큼 건강이 나쁘다. CJ그룹 관계자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CJ그룹의 3세 승계가 더욱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경영 수업과 지분 승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이 회장의 장녀인 경후씨(31)는 2011년 CJ에듀케이션즈에 대리로 입사해, 현재는 CJ오쇼핑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 금융경제 학과를 졸업한 장남 선호씨(26)는 2013년에 CJ에 공채로 입사했다. 현재까지 지분은 선호씨가 많다. 선호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11.3%), 씨앤아이레저산업(37.89%), CJ E&M(0.68%), CJ파워캐스트(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가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약 470억원이다. 경후씨는 CJ(0.13%), 씨앤아이 레저산업(20%), CJ E&M(0.27%), CJ 제일제당(0.17%), CJ파워캐스트(12%) 주식을 갖고 있고, 주식가치는 290억원 정도다.

CJ그룹 승계와 관련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CJ시스템즈와 화장품 유통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이재현 회장은 합병 기일인 지난해 12월 2일 하루 전날, 자신이 보유 중이던 CJ시스템즈 지분 29만8667주 중 14만9000주를 선호씨에게 증여했다. 당시 주식가치는 약 280억원. 이로써 선호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해 CJ와 이재현 회장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3세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회사는 이재현 회장의 측근이자 지주사인 CJ 경영총괄을 맡았던 허민회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 승계와 관련 이재현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36)씨도 주목받는다. 2008년 경후씨와 결혼한 그는 현재 CJ아메리카에서 근무 중이다. 주목할 만한 CJ그룹 보유 지분은 없지만, 장인의 공백을 메울 인물로 관심을 끈다. 정씨는 미국 씨티은행과 모건스탠리 출신이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경우에 따라 사위가 경영 전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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