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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VOLKSWAGEN GOLF R | 참을 수 없는 질주 본능 

핫해치를 뛰어 넘는 초고성능 하이퍼 해치백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골프 R은 핫해치의 대명사인 골프 GTI보다 훨씬 강력하다. 핫해치를 능가하는 초고성능 하이퍼 해치백이라고 할 만하다. 대중차이지만 동급 프리미엄 고성능 해치백에 밀리지 않는 대등한 경쟁을 펼친다. 가솔린 모델이라 폴크스바겐 디젤 사태와 무관한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골프는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기록을 만들어 낸 차다. 40년 역사에 전세계에서 3000만대 이상 팔린 가장 많이 팔린 톱3 모델이다. 두 번째는 대중차답지 않은 성능의 확장성이다. 골프는 대중차이지만 라인업에 고성능 모델을 배치한다. GTI는 해치백에 강력한 엔진을 얹어 역동성을 극대화한 ‘핫해치’의 원조이자 대명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능을 더 키운-‘핫핫해치’ 정도 되는-R 모델까지도 나온다.

골프 R의 역사는 6기통 골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6기통 엔진은 1990년대 3세대 골프에 처음 쓰였다. 2.8L(또는 2.9L) VR6 엔진을 얹었는데, 엔진 라인업의 가지치기 정도 위상이었다. 2002년 4세대 골프부터 R32라는 별도의 정식 모델로 자리 잡았다. 소형 해치백에 V6 엔진을 넣은 것부터 놀라운 일이었다. 최초로 더블 클러치 기어(DSG)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2005년에는 5세대를 바탕으로 한 R32가 나왔다. 출력은 240마력에서 250마력으로 높아졌다. 6세대부터는 이름을 R32에서 R로 바꿨다. 엔진도 4기통 2.0L로 작아졌다. 출력은 270마력으로 높아졌고 전체적인 성능은 더욱 강력해졌다. 7세대 골프 R은 배기량은 그대로 두고 출력을 300마력으로 높였다(국내 제원은 292마력).

6기통은 물론 300마력 출력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골프의 섀시는 단단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스페셜 모델이기는 해도 W12 650마력 엔진을 집어 넣은 적도 있다. 최고출력이 400마력에 육박하는 R400도 조만간 양산한다는 소문이 돈다(골프는 예전부터 400마력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C 63 AMG나 BMW M3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은 준중형 차체에 400마력이 넘는 V8 엔진을 집어 넣는다(M3는 6기통으로 다운). 그만큼 큰 힘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섀시를 지녔다는 뜻이다. 골프는 대중차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에 버금가는 컨셉트와 강성 높은 섀시를 자랑한다. 아래로는 1.0L, 84마력부터 위로는 2.0L(과거에는 3.2L V6) 300마력까지 소화해내는 성능의 폭넓은 확장성은 골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골프 R은 고성능 모델이라고 해서 일반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능은 높이되 티는 많이 내지 않는’ 고성능 모델의 법칙을 철저히 따른다. 그릴의 크롬 라인이나 은빛 사이드미러, 19인치 휠, 트윈 듀얼 머플러 등 일부 디테일만 다르다. 인테리어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D컷 스티어링휠과 파란색 바늘이 인상적인 계기판, 스포츠 시트 등이 좀 눈에 띌 뿐이다. 자료를 보면 여러 부분에 손을 댔다는 설명이 있지만, 두드러지게 표가 나지는 않는다.


292마력 터보 엔진과 6단 DSG의 결합


골프 R은 2.0L 292마력 터보 엔진을 얹는다. 최대토크는 38.7kgㆍm. 굴림방식은 네바퀴굴림에 6단 더블클러치 기어(DSG)를 집어 넣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4.9초다. 요즘 핫해치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는 성능이 상향 평준화됐다. 5초가 넘으면 ‘핫’을 함부로 붙이기 힘들다. 타이어 사이즈는 235/35R 19로 휠 하우스를 가득 메운다. 골프 R의 성능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골프 GTI와 비교하면 된다. GTI는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는 35.7kgㆍm, 0→시속 100km 가속은 6.8초다. 참고로 골프 R보다 한 단계 높은 AMG 45는 360마력, 45.9kgㆍm이고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4.6초다.

요즘 중대형 세단 가운데도 300마력을 넘게 내는 차들이 많다. 골프 같은 준중형 해치백이 내는 300마력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동을 걸면 엔진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과격한 울부짖음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얌전하다. 평상시 운전하듯 ‘일반인 모드’로 달릴 때에는 승차감도 편하고 가속도 무난하다. 실내도 조용하다. R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일반 골프와 차이점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엑셀 페달을 힘주어 밟으면 힘 좀 쓰려는 듯 움찔움찔 튀어나가지만, R의 본질을 느끼기엔 좀 부족하다. 이처럼 노멀 모드에 맞춰 놓으면 고성능이지만 일상에서 타기에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

골프 R의 주행 모드는 노멀ㆍ레이스ㆍ에코로 나뉜다. 스티어링은 컴포트ㆍ노멀ㆍ스포츠, 엔진은 노멀ㆍ스포츠ㆍ에코 중 하나씩 조합을 이룬다. 레이스 모드로 돌입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가 난폭 모드로 바뀐 것처럼 주행감각이 180도 변한다. 배기음은 과격해지고, 스티어링은 뻑뻑해지고, 엑셀 페달은 민감해진다. 본격적으로 달릴 태세를 갖춘다. 엑셀 페달을 꾹 밟으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작은 차체가 빠르게 치고 나가니 속도감이 엄청나다. ‘부아아앙~’ 소리를 내며 속도계와 타코미터 바늘이 동시에 거침 없이 솟구친다. 엑셀 페달은 예민해져서 작은 압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적인 엔진 반응을 이끌어낸다. 배기음은 꽤 자극적이다. 인위적인 과장이 느껴지R는데, 차의 성격에 걸맞은 재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DSG의 빠른 변속은 변함없이 만족스럽다.

골프 R은 네바퀴굴림이다. 차고도 일반 골프보다 20mm 낮다. 언더스티어를 줄이는데 기여하는 ‘전자식 디퍼렌셜락’인 XDS+도 집어 넣었다. 골프 R은 이런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한 절대적 안정성이 큰 매력이다. 일부에서는 너무 안정적이라 재미가 덜 하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스티어링 반응은 정확하다. 날카로운 맛은 덜하지만 정교하다. 네바퀴로 바닥을 움켜쥐는 힘이 대단하다. 앞뒤가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XDS+는 코너링할 때 미끄러지는 앞뒤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를 막는다. 기본적인 안정성이 높은데다가 자세제어장치 개입까지 빨라서 흐트러진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ESC를 끄면 주행안정성을 일부 제한하는 ESC 스포츠 모드로 돌입한다. 안정성의 책임 일부를 운전자에게 떠넘긴다. 와인딩에서는 쉴 새 없이 번쩍거리던 경고등이 순간 잠잠해졌다. 급한 코너에서는 슬쩍 미끄러지며 라인을 벗어난다. 긴장과 스릴이 커진다. 다루는 재미가 조금씩 살아난다. 하지만 보호본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기계적 순수성을 느낄 여지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노멀에서는 그런대로 편하던 승차감이 레이스 모드에서는 딱딱해진다. 연골 빠진 관절 마냥 절그럭거리고 충격을 그대로 전달한다. 탱탱하던 서스펜션이 메마른 듯 부석거린다. 코너링과 핸들링에서는 절대적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하체의 반응은 순수한 기계적 감성을 살리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유럽에는 골프 GTI나 R 같은 핫해치가 여러 종류 팔린다. 고유의 영역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골프 GTI나 R을 빼면 딱히 내세울 만한 핫해치가 없다. 그러던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소형 AMG를 일시에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AㆍGLAㆍCLA 45 AMG는 2.0L 360마력 엔진을 얹어 제원에서부터 골프를 압도한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고 기세 등등하게 국내 핫해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독주체제가 경쟁구도로 바뀌면서 핫해치 시장이 흥미로워졌다. AMG 45 시리즈는 핫해치 시장 초짜인 만큼 강력한 성능과 시끄러운 사운드로 요란법석을 떨며 주목을 끌려고 한다. 반면에 골프 R은 고도의 안정성과 농익은 퍼포먼스 노하우로 대응한다. 시장의 반응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한 대립을 이룬다. 그만큼 초고성능 핫해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지, 박힌 돌은 그대로 있고 굴러온 돌이 튕겨나갈지 지켜 보는 일만 남았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각종 전자장비의 개입으로 고난도 운전 기술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들도 짜릿한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 고출력 엔진과 DSG의 결합이 인상적이다.

임유신_ 실내 공간이나 평상시 움직임은 전형적인 패밀리 해치백이다. 하지만 본성을 드러내면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진정한 ‘에브리데이 스포츠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홍재_ 이런 차들은 과장이 넘치고 시끄러워야 차의 성격이 제대로 살아난다. 골프 R은 의외로 점잖다. 외모까지 일반 모델과 크게 구분이 가지 않아서 R만의 희소성이 부각되지 않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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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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