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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준 서울시 복지본부장] 50+ 사업은 사회적 투자 

“서울시만의 복지모델 만들어 시민과 더불어 발전시키겠다” 


▎사진:오상민 기자
서울시가 50+ 세대를 위한 복지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각의 복지를 고민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존에 없는 길을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당장 ‘50+ 세대’라는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있던 베이비부머 대책과 차이를 못 느끼겠다’ ‘괜히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50+ 복지를 책임지는 남원준(56) 서울시 복지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원준 본부장은 “50+ 사업은 베이비부머와 같은 특정 세대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그들을 부양해야 할지도 모르는 젊은 세대, 곧 50대에 진입할 장년층 등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50+ 세대는 정확히 어느 계층을 말하나. 지금 50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0+는 어쩌면 새로운 인생의 시기다. 과거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을 하면 거의 바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퇴직은 점점 빨라지는데 수명은 늘어났다. 능력도 있고, 일할 의지도 있는데 일 없이 노인이 되기를 기다리는 공백이 생겼다. 이 공백에 머무는 사람이 50+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을 힘들게 보내야 한다. 50+ 세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고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생의 절반 가까이를 불행하게 살 확률이 높다. 이들이 불행해진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다. 아주 중요한 시기임에도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이 세대를 위한 고민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50+ 세대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굳이 50+ 세대에 복지예산을 쓰는 게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우선 이 집단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50~64세 인구는 214만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21.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복지사업은 어르신·영유아·저소득계층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왔다. 50+를 위한 복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50+ 세대의 특수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지금 50+ 세대가 인생을 재 설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돕지 않으면 이들의 의료·복지·연금에 대한 부담은 모두 사회적인 짐이 된다. 또 50+ 사업만 놓고 보면 50+ 세대가 단기적 수혜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50+ 세대는 다른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복지 제공자로서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복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투자’인 셈이다.”

50+ 사업의 큰 그림은 무엇인가?

“50+ 사업에는 크게 3개의 목표가 있다. 하나는 50+ 세대의 인생을 재설계해 노후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모든 50+ 세대가 똑같은 삶의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생계 유지가, 다른 누군가는 여가나 가족이 우선 순위일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는 이들이 가진 역량을 공익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역사회나 공동체가 연계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는 서울시만의 새로운 50+ 복지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인생설계와 사회공헌, 여가와 문화생활이 어우러진 삶을 사는 50+ 세대가 많은 도시. 세계가 배워갈 수 있는 복지 정책을 가진 리딩도시로의 위상을 갖추려고 한다.”

세부 계획은 뭔가?

“현재는 큰 뼈대를 구축하는 과정이고, 점차 살을 붙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2016년 2월에 출범할 예정인 ‘50플러스 재단’이다. 사업의 콘텐트를 기획·개발하고 민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리고 50+ 세대의 주요 활동무대가 될 ‘50+ 캠퍼스’와 ‘50+ 센터’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캠퍼스는 50+ 세대의 교육과 고용, 창업, 사회참여 지원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 시설이다. 50+ 센터는 지역기반으로 설치돼 고육과 고용 등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이 두 개의 공간이 50+ 세대가 쉽게 모이고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꾸밀 것이다. 은퇴한 사람들은 음지에 머물 때가 많은데 일단 이곳에 모이도록 최대한 유도하겠다. 모여서 교육도 듣고 사람도 만나며 관계를 쌓다 보면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업의 콘텐트나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참고한 해외 사례가 있나?

“해외 사례도 많이 찾아봤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기업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인 ‘앙코르 펠로우십’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민간단체인 ‘앙코르 닷 오르그’에서 운영하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각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경력자들을 비영리기관과 연결해 준다. 비영리단체는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을 통해 조직 운영에 도움을 받고, 퇴직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인텔이나 IBM같은 대기업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50+ 캠퍼스에서 퇴직자들을 위한 교육을 하는 동시에 인턴십을 비롯한 다양한 일자리,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도록 돕겠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서 7월부터 복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려움은 없나?

“모든 자리가 어렵다. 지금도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일을 하다 보니 상수도 업무와 복지 업무에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두 사업 모두 시민들의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일이다.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가장 많이 고민한 일이 ‘마시는 물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좋은 물을 만들어도 믿고 마시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좋은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도 시민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시민들이 달라진 서울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50+ 사업의 성공 여부는 서울 시민들의 참여도에 달렸다. 얼마나 많은 50+ 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된 삶을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50+ 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된다. 많은 50+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와서 쓴 소리도 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줘야 사업이 발전한다. 관심과 열정이 사회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서울시도 최선을 다하겠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11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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