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진화하는 공유경제] 1인 기업-대기업 참여도 늘어 

2025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 3350억 달러로 커질 전망 

공유경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이미 공룡급으로 성장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많은 1인 기업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앞세워 도전에 나섰다.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2008년 처음 제시한 공유경제의 개념은 이미 유물이 됐다. 단순히 물건 공유를 넘어 인력·지식 등 무형의 자산 공유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공유경제의 영향력이 커지자 대기업의 진출도 늘었다. 규제 일변도이던 각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일러스트:중앙포토
공유경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집과 자동차 공유는 기본이다. 취미·생활용품·식료품·운동기구까지 사업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변화도 생겼다. 공유경제를 활용한 1인 기업의 증가다.

미국에서 최근 각광받는 공유기업을 보자. 온라인 쇼핑몰 엣시는 1인 사업자 등록을 적극 권한다. 이들이 올린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 필요한 기간만큼 공유한다. 참신한 작품을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어 인기다.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인자에게 연결해주는 인력 공유 기업 태스크래빗도 주목받고 있다. 구직자와 업체를 연결해주던 기존 인력중개사이트와는 다르다. 소속은 원래 회사에 두고, 일정 기간만 ‘빌려 쓰는’ 방식이다. 온라인 일자리 공유 사이트에 가입하면 곳곳에서 연락이 온다.

일상의 거의 모든 것 공유


영국에선 청소 전문 공유기업 하셀닷컴(hassle.com)이 인기다. 앱을 통해 청소부를 요청하면 근처에 있는 청소원이 찾아가 청소를 대신 해주는 사업이다. 3D 프린터용 설계도를 공유하는 쉐이프웨이(Shapeway)도 큰 인기다. 프로그래머들은 만화나 영화 캐릭터 피규어, 정교한 기계 부품과 간단한 생활용품을 경쟁적으로 사이트에 올린다. 독일에선 음식재료를 공유하는 푸드쉐어링(foodsharing)과 집에 있는 공구를 나눠 사용하는 프란츠(Frents)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개인이 공유 사이트에 등록하면 앱을 통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준다.

공유경제가 처음 활성화된 분야는 주택이다. 2006년 미국의 홈익스체인지닷컴이 등장해 여행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유사한 사업을 하는 에어비앤비가 나타나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엔 공유경제의 아이콘 우버가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찬사와 비난을 받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성공은 전 세계 창업자들에게 커다란 자극을 줬다. 창업자들은 나눌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특화하며 기업을 설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서비스산업과 기술 분야로 시장이 넓어졌다. 개인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에부터 컴퓨터프로그래밍, 금융·회계 상담, 그리고 의료 서비스 공유 기업까지 등장했다.

공유경제 시장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변화는 대기업의 참여다. 공유경제 규모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매솔루션에 따르면 2014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었다. 미국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5년까지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3350억 달러(403조44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기존 대기업들이 공유기업을 인수·합병(M&A) 하거나 아예 공유서비스 모델을 만들며 변화에 합류하고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가장 큰 카셰어링 기업을 운영하는 곳은 독일 철도청이다. 전체 카셰어링 시장의 31%를 차지한다. BMW와 폴스크바겐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스포츠 기업 나이키는 소셜허브 기업 나이키플러스를 설립했다. 조깅을 좋아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조깅 경로와 지도를 올리고 서로 조언을 나누고, 때론 함께 만나서 조깅을 하는 정보 공유 커뮤니티다. 나이키플러스 참여 회원 중 나이키 제품을 구매한 적이 없는 40%가 나이키 제품을 구매했다.

국내 공유기업 80%는 영세 사업자

공유경제 관련 기업 M&A도 활발하다.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는 자동차 공유서비스 기업 집카를, 어도비는 사진 공유 서비스 포토리아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1조원에 사진공유 서비스 기업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초대형 벤처 투자도 진행 중이다. 2015년 3월 벤처캐피탈은 우버에 12억 달러를 투자했다. 6월에 에어비앤비는 실리콘밸리에서 15억 달러를 유치했다. 2008년 공유경제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지 7년 만에 벌어진 변화다.

한국에서 공유경제 창업은 활발하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국내 공유경제 관련 서비스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10월 경기개발연구원은 국내 공유허브(cckorea)에 등록된 주요 공유기업을 조사했다.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법인이 대부분인데, 80%가 자본금 1억원 이하, 직원수는 5명 내외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해당 기업 상대의 설문조사에서 국내 공유기업·단체들은 국내 공유시장 여건을 해외보다 시민의식이나 기술지원, 법·제도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의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비영리 공유 분야를 늘리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점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기업과의 공생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비영리 공유 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규제도 걸림돌이다. 우버는 한국에서 영업 길이 막혔다. 에어비앤비도 호스트의 범위를 놓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내 공유경제 사업자에 대한 정의도 아직 불명확하다. 그사이 공유경제 선진국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중이다. 영국은 40년 만에 숙박 공유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했다. 새로운 지원법도 마련했다. 런던을 공유경제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독일은 이미 국민 12%가 공유경제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공유경제 강국이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시적 사업자 위주의 현행 규제 제도는 공유경제의 신규 거래 창출 효과를 감소시켜 개선이 필요하다”며 “과세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 기업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시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12호 (2015.11.3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