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공유기업인 '코자자'는 한옥 숙박을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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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유경제 규모가 지난해 기준 100억 달러에 달한 반면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해외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인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집·차량 등 의식주를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듯 국내 시장도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분야는 카셰어링이다. 국내에선 쏘카·그린카·씨티카 등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내세워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쏘카’는 지난 2011년 제주도에서 차량 100대로 출발했다. 설립 5년 만에 전국 1600곳의 쏘카존과 100만명의 회원, 차량 3100여대를 보유한 국내 대표 공유경제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47억원으로 직전해(25억원)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500억원이다. 쏘카가 단시간 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강조한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를 빌릴 수 있어 기존 렌터카보다 절차가 간단하다. km당 과금하는 합리적인 유류비 체계도 한몫을 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편도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행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3만명을 기록한 편도 서비스는 차량 사용 후 대여한 곳으로 다시 되돌아올 필요가 없다. 렌터카를 돌려줄 때 정해진 반납장소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시간으로 현재 이용 가능한 ‘무료 노선’을 볼 수 있게 해 이동경로가 맞는 회원은 일부 주행요금이나 주차비만 부담하면 별도 대여료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쏘카는 이동이 필요한 차량의 약 65%를 자발적인 회원 참여를 통해 옮기고, 노선이 맞지 않은 경우에만 탁송업체를 이용한다. 이렇게 무료로 제공된 노선이 약 5억원에 달하지만 회사 측은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쏘카 신승호 마케팅 본부장은 “회사 입장에선 차를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고, 회원들은 무료로 차를 이용할 수 있으니 양쪽이 이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회장에게 한옥 체험 주선글로벌 공유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국내 특성을 살린 한국형 공유서비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업체가 한옥 숙박공유 기업 ‘코자자’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은 집주인이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옥에 초점을 맞춰 해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여행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방한 당시 한옥 체험을 주선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빈방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투자 없이 돈을 벌 수 있고, 손님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립 초기 코자자는 공유대상을 한옥 숙박으로 한정했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일반 주택, 템플스테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모든 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공유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오가는 실물경제”라며 “공유경제의 핵심이 자본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 대규모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업체만이 갖는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공유서비스 중엔 화장실 공유사업도 있다. 비어 있는 화장실을 공유하는 ‘에어피앤피(airpnp)’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주위의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 이용할 수 있다. 주로 톱스타가 이용한다는 뉴욕의 한 고급 호텔 화장실은 1회 이용료에 10달러를 받기도 한다. 한국과 달리 공중화장실이 적고, 휴게소나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도 돈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북미·유럽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뉴욕 시민에게 화장실 공유가 유용한 서비스라면 복잡한 거리를 운전하는 서울 시민에게는 주차장 공유가 절실하다. 2013년 서울 송파구 지역의 주차장을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한 ‘모두의주차장’ 앱은 이제 전국 약 4만2000여개 주차장의 정보를 제공한다. 운영시간, 요금, 카드결제 가능 여부 등 주차장 이용에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이 업체는 공공 데이터를 사업화해 공유경제를 펼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관할 지자체에 신청한 후 일정 비용을 내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거주자가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잠시 공유하는 것이다. 이 회사가 시범 지역으로 삼은 송파구 역시 주민이 출근한 뒤 비어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쓰는 것에서 출발했다. 미국·유럽 등에선 공공 데이터를 이용해 민간에서 사업화하는 사례가 일반적인 반면 국내에선 아직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동현 공동대표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야말로 원래 사용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차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모델”이라며 “주차장 관리권한이 있는 지자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서비스 제공 지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4만2000개 주차장 공유로 주차난 해결공유경제가 아직 시작에 불과한 국내에선 지자체 중심으로 공유경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공유서울’을 선언하고, 공유단체·기업을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도 ‘공유경제 생활화’를 기조로 내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서울시가 선정한 공유기업 중 한곳인 ‘열린옷장’은 기증받은 정장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하는 업체다. 비싸지만 자주 입지 않는 정장을 공유해 새 옷 구입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구직자에게 각광받는 서비스다. 공유의 가치는 한정된 재화를 나누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데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용기간이 짧은 제품은 공유할수록 경제적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 옷이나 면접이나 경조사 등 특별한 날에만 입는 정장이 대표적이다. 약 1000여벌의 정장을 보유한 열린옷장의 이용자 수는 월 평균 2000명에 달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옷을 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 취업한 선배가 청년 구직자의 조력자가 돼준다는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어 더욱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