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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설립자 겸 CTO] “모르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 

7년 만에 기업가치 255억 달러로 키워 … “평창올림픽 숙박 문제에 도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설립자 겸 CTO. / 사진:오상민 기자
에어비앤비의 주력 사업은 ‘빈 방 빌려주기’다. 빈방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연결해 준다.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7년 만에 25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휴가철 여행객이 몰릴 때면 하룻밤에 100만명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방 한 칸 없이 세계 최대 숙박기업으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를 대표적 공유경제 기업으로 꼽는 이유다.


10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브래넌가 888번지를 찾았다. 에어비앤비가 세 번째로 둥지를 튼 빌딩이다. 건물 3층부터 6층까지 사용한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할 때마다 더 큰 곳으로 옮겼는데, 공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본사 건물을 새로 건설하거나 빌딩을 매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사무실이 있는 3, 4, 5층 곳곳에 각 나라 에어비앤비 숙소를 그대로 따라 만든 공간이 있었다. 6층 전체가 식당이었지만, 층마다 카페가 있었고 업무시간 중 생일 파티를 여는 모습도 보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직원들이 각국 언어로 현지와 통화를 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의 책상은 5층에 있다. 이곳엔 사장실이 없다. 아기자기한 회의실을 제외하곤 열린 공간에 놓인 책상이 전부다. 임직원 대부분이 책상 하나 놓고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 흰 남방에 청바지 차림으로 만난 네이선은 “머리 속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사업 초기, 빈방을 낯선 사람과 공유하는 아이디어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반대가 극심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기에 오늘의 에어비앤비가 있다고 말했다.

25% 오른 집세 마련하다 사업 시작


사업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조 게비아,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함께 만들었다. 룸메이트로 지내며 일자리를 찾고 있던 2007년 여름, 집주인이 방세를 25% 올렸다. 궁지에 몰려 돈 벌 방법을 찾던 백수 청년 3명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 디자인 학회가 열렸다. 시내 호텔은 물론 교외지역 모텔까지 방을 구하기 어려웠다. 브라이언의 지인이 부탁을 해왔다. 충분히 사례할 테니 일주일만 지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디자이너 3명이 왔는데, 침대는 두 개뿐이었습니다. 바닥에 에어 베드를 깔고 한 명을 재웠습니다. 아침엔 시리얼을 대접했고, 행사를 마친 다음엔 함께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다녔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1000달러가 생기더군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바닥에 깔아주었던 에어 베드(Air Bed)와 아침 식사(Breakfast)를 합쳐 에어비앤비(AirBnB)로 사명을 정했다. 곧장 아이디어를 정리해 투자자를 찾아 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저희 사업안을 듣고 창업 멘토가 처음 한 말은 말도 안 된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설마 그게 다는 아니겠지요? 다음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군요.’ 우리가 만난 전문가, 투자자, 업계 관계자 모두 빈방 공유 사업을 ‘정신 나간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창업 자체였다.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창업 컨설턴트들은 숙박공유 사업의 가능성을 읽지 못했다. 상담에 나선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옆방에 재우고 마음이 편할 것 같은가’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범죄에 악용 될 수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2007년 7차례 투자 유치를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다. 성공을 확신하며 회사를 설립한 2008년 1월,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며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 한 해 내내 투자자를 찾아 다녔지만 1달러도 유치하지 못했다. 신용카드를 돌려 막으며 1년을 버텼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바마 등 대선 후보 이미지를 활용한 시리얼 박스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생존을 위해 오바마 시리얼을 만들어 파는 열정적인 청년 사업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뿐이었다”며 “반짝 했지만 사업은 여전히 불투명했고 빚만 늘어 사업을 접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이들은 한 번만 더 도전하기로 한다. 그리고 신생 벤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13주 동안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자고 동의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던가. 2009년과 함께 시장이 변했다. 첫 3개월간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생활고에 몰린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나선 것이다. 1년간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사람도 늘었다. 이들의 입소문과 추천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누구나 집은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여행을 다니고요. 이 둘만 연결시켜주면 됩니다.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믿지 못했지만, 경험을 통해 생각이 변했습니다. 한 호스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일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저희 사업의 핵심 원리를 설명해 주는 말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악한 존재가 아닙니다.”

2011년 유니콘 기업 등극


▎에어비앤비 설립자들. 왼쪽부터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브라이언 체스키. /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승승장구했다. 가입자와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1년엔 가치 10억 달러 기업으로 꼽히며 유니콘 명단에 올랐다. 유니콘은 미국에서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벤처기업을 말한다. 2010년 가치인 7200만 달러에서 14배로 성장했다. 투자가 몰렸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 5대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 바로 다음주에 사고가 생겼다. 고객이 호스트 집에 불을 낸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신뢰를 잃었다.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여 벌어진 사고라는 것이다. 본사의 대처도 미흡했다. 지원 금액을 얼마로 할지 논의하는 사이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소개한 유니콘 기업에 터무니 없는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한숨을 쉬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하는 데 딱 일주일 걸렸습니다. 순식간에 돌아선 언론을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커다란 경고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고객보호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중지하고 고객 서비스에 나섰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목표였다. 2주간 안전과 관련된 40여 가지 설정을 새로 만들었다. 지금 에어비앤비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안전 규정을 이때 만들었다. 24시간 고객 핫라인, 신뢰와 안전팀, 호스트 보호 프로그램 등이다. 도난, 손상 등 사고가 발생하면 집주인 지원을 위해 10억원을 따로 준비했다.

위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안전 규정을 만들어갈 무렵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에어비앤비와 똑같은 사업을 하는 독일 기업이 등장한 것이다. 샘워 브라더스(samwer brothers)는 독특한 사업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성장하는 벤처기업의 경쟁사를 만들어 압박을 가한다. 신생기업은 성장 시기에 벌어지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길 원한다. 샘워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자신이 만든 기업을 상대방에 매각해 큰 돈을 벌었다. 이들에게 당한 기업으로 이베이와 그루폰이 있다. 악명 높은 샘워가 이번엔 에어비앤비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샘워는 독일 베를린 본사에서 시작해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단기간에 에어비앤비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에어비앤비의 유럽 진출 길을 막은 샘워는 곧 미국 시장을 공격하겠다고 알렸다. 그리고 그들의 기업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라고 제안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가진 돈도 없었지만, 그런 복제품에게 지기 싫어 거절했다”며 “압박이 거세지던 중 어떤 기업인지 한번 살펴보고 싶어 독일에 들렀다”고 말했다.

당시 설립 4년차에 접어든 에어비앤비의 직원은 40명이다. 샘워는 6개월 만에 400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양사가 보유한 호스트 수는 비슷했다. 에어비앤비는 미국에, 샘워는 유럽에 더 많은 집주인을 보유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그들이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 수익으로 40명을 꾸려가는 일도 버거웠다. 마케팅, 보험, 새로운 회원 확보 등 지출이 만만치 않다. 직원 400명 월급의 원천은 사업 수익이 아니라 샘워가 쏟아 붓고 있는 자금이었다.

“숙박 공유 사업은 자금력이 있다고 하루 아침에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신뢰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신뢰가 쌓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습니다. 독일 경쟁사는 우리와 같은 수의 호스트를 6개월 만에 확보했지만, 이를 유지할 실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자금력은 우리보다 앞서 있지만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회사를 인수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죠.”

결국 샘워는 커다란 실패를 거둔 다음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사건 이후 에어비앤비는 유럽 시장 공략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인다. 그 결과 지금 에어비앤비는 수익의 50%를 유럽에서 올리고 있다.

2015년 현재 에어비앤비는 세계 190개국에 진출했다. 숙소 수도 200만 곳을 넘었다. 직원 수도 2000명에 달한다. 커다란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본고장인 샌프란시스코에서조차 에어비앤비 호스트당 사용 일수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사용자 등록 규정과 세금 적용 범위, 노인연금 수령 일자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며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규제가 시장 확대 걸림돌


▎사업 초기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설립자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미국 대선 후보 시리얼을 만들고 있다.
진출 준비 중인 중국에도 장벽이 있다. 정부 규제는 어느 정도 풀었지만 그 사이 중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숙박공유서비스 ‘투지아(途家)’가 시장을 장악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그러나 자신만만했다.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중국 관광객과 중국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커다란 자산과 경험을 앞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는 한국 시장에도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주목했다. 에어비앤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사한 경험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엔 숙박 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문제를 해결한 기업이 에어비앤비다. 관광객의 20%에 달하는 12만명이 에어비앤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들이 지불한 금액 4400만 달러는 모두 지역민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브라질 정부는 리오 월드컵의 대안 숙박 서비스 업체로 에어비앤비를 선정했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평창에서도 같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체 등록과 서비스 규정을 알려주기만 하면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한 덕에 자리잡은 기업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을 한국인들과 연결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겠습니다.”

- 샌프란시스코=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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