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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발전의 걸림돌은] 제도적 보완 없으면 탈세 온상 될 수도 

신뢰 강화하고 근로 여건 개선해야 ... 한국도 규제 일변도에서 변화 조짐 


▎지난해 11월 국내 택시 운전기사들은 서울광장에서 우버(Uber) 서비스와 렌터카 택시 영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왼쪽). 우버 서비스는 전 세계 택시 운전기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 사진:뉴시스
우버(Uber)는 2009년 설립된 미국의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택시나 운전기사를 보유하지 않되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이렇게 올린 수익은 운전기사들과 회사가 나눠 갖는 공유경제 모델을 제시했다. 우버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트레비스 캘러닉은 “택시를 잡기 위해 30분씩이나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우버의 사업은 크게 성공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6월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가 182억 달러로 공유경제 열풍의 선도 기업이라 불리는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 100억 달러)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우버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만 세계 63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기존 택시 운전기사들은 “우버가 무면허 택시 영업을 부추기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버가 택시 면허를 발급받지 않은 일반 운전기사들을 승객과 연결해줘 택시 운전기사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택시 운전기사들이 ‘우버 고 홈(Go Home)!’을 외치며 대규모 파업 농성을 벌였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택시 면허를 발급받고 일에 종사해온 이들로서는 당연히 달갑지 않은 일이다. 결국 우버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정부 규제로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우버는 한국에서도 서울시 등과 적법성 시비로 마찰을 겪은 끝에 지금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국토부 “운전기사 등록제도 불법”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신모(59)씨는 우버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실상의 탈세가 아니냐”면서 “엄연히 불법이며 그 피해는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 모두가 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부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우버의 사업을 막지 말고 규제를 해주면 되며, 스마트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에 이른바 ‘운전기사 등록제’ 실시를 제안했다. 이를 도입하면 운전기사들의 전과(前科)나 과거 음주운전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게 되며, 투명한 경영으로 오히려 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논리였다.

이는 불법성 논란과 함께 현재 공유경제 모델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신뢰성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소비자들은 공유경제 모델을 제시한 기업이 중개해주는 개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해왔다. 국가가 관리하는 경우와 달리 법적으로 검증이 안 된 개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우버 측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우버 측의 제안(운전기사 등록제)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불법이냐 아니냐. 이는 공유경제 모델이 지금보다 발전하는데 있어 선결돼야 할 가장 큰 논란거리로 꼽힌다. 재화나 서비스를 여럿이 나눔으로써 공익을 도모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취지라지만, 자칫하면 이런 명분을 앞세운 채 탈세와 같이 사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에어비앤비도 탈세 숙박업자들이 이 회사가 제시한 공유경제 모델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부산지방법원은 9월 23일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한국인 7명에게 자신의 집을 하루 20만원에 빌려준 주부 A(55)씨에게 벌금 7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우리나라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A씨는 이런 절차 없이 영업했다며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기존 숙박 업체들은 에어비앤비 숙소 대부분이 무허가 영업으로 안전과 세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버 등이 강조하는 ‘공유경제 모델은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리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 모델 아래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질적으로 뛰어난 일자리인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전미고용법프로젝트(NELP)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버나 리프트(Lyft) 등의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에 소속 근로자를 ‘독립 계약 근로자’ 대신 ‘피고용자’로 분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기업이 노동법을 우회해 근로자들이 각종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피고용자 신분이 아닌 공유경제 근로자는 사고를 당했을 경우 산업재해수당을 받지 못하며,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무수당 등도 보장받지 못한다. 조용수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유경제 모델은 현행법 위반, 그리고 소비자와 기업의 효용 사이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모순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유경제 모델 옹호론자들이 법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공유경제는 아직 법적으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운송업자나 숙박업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규제를 새 패러다임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제도 개선의 밑그림을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 결과 분야별로 제도를 일정 부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 공유경제 모델 공급자의 거래 규모·빈도가 일정 수준 미만이면 ‘일시적 사업자’로 분류해 관련 규제를 풀어주되, 일정 수준 이상이면 ‘상시적 사업자’로 분류해 기존 사업자 대상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 사례인 이른바 숙박 공유 모델의 경우 현행법에서 예외 조항과 신규 조항을 점차 마련하는 등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주차장이나 공간 공유 모델의 경우도 예외 조항 도입 등으로 지금보다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우버가 대표적 사례인 차량 공유 모델의 경우 기존 렌터카 규제에 예외 조항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지자체, 공유경제 활성화 나선다는데…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자체들도 적극적이다. 조례 제정 등으로 공유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버와는 대립각을 세웠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국내에서 공유경제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 중 하나다. 박 시장은 10월 21일 서울 북창동 스페이스노아에서 열린 공유경제 활성화 토론회에서 “내년에는 서울시가 공유도시 3.0으로 나아가도록 이끌겠다”며 “공유경제 확산을 위해 더 많은 공유기업이 생겨나야 하며, 이들 기업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서울시도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부산시도 지난해 공유경제 촉진 조례를 제정하고 공유경제플레이숍 운영과 공유경제정보센터 홈페이지 구축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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