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카이켄’ CEO] ‘품질과 타협 없다’ 아버지 가르침 이어 

칠레 와인 거장 몬테스의 양조기술 접목 ...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 94% 수출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카이켄' CEO
칠레 와인을 대표하는 몬테스(Montes)는 한국 와인 시장에 돋보이는 존재다. 우선 판매에서 압도적이다. 단일 브랜드 판매 1위, 칠레 와인 판매 1위를 10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몬테스는 1998년 칠레의 유명한 와인메이커였던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Sr)가 중심이 돼 설립했다. 칠레 천혜의 기후와 첨단 양조기술을 결합해 프리미엄 와인에 도전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칠레를 대표하는 ‘고급 와인’으로 우뚝섰다. 신생 와인 제조국에 불과했던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전파한 계기가 됐다. 현재 120여개국에 수출하는 몬테스의 성공 신화는 경영학계에서도 관심사다.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스쿨에서 몬테스의 성장 비결을 가르친다. 몬테스는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와이너리를 개척한다. 첫 도전이 아르헨티나의 멘도자 지역이다. 태평양을 낀 기다란 칠레와 달리 안데스 산맥 너머인 아르헨티나는 대륙 지형이다. 기후와 떼루아(토양) 역시 칠레와 크게 달랐지만 몬테스는 아르헨티나에서 ‘카이켄’ 브랜드로 대박을 냈다.


▎카이켄 마이(왼쪽)과 카이켄 울트라
지난 11월 8일 카이켄 와이너리 대표(CEO)이자 와인메이커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41)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아우렐리오 몬테스의 장남이다. 몬테스 주니어 대표는 “좋은 와인은 좋은 떼루아와 기후, 그리고 인간의 노력과 열정을 담아내는 양조기술이 융합됐을 때 가능해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카이켄은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 기후와 둥근 자갈로 구성된 떼루아 덕분에 좋은 와인을 생산할 기본이 탄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같은 가격대의 프랑스 와인에 비해 10배는 좋은 품질을 자신한다”며 “품질로만 따지면 지금 가격의 세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자주 해외를 찾는 이유 역시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다.

몬테스 주니어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칠레 카톨릭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했다. 이후 호주 로즈마운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프랑스 부르고뉴 등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2007년 몬테스 와이너리에 합류해 2011년부터 카이켄의 CEO이자 와인메이커를 맡고 있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스카이다이빙, 사이클링, 산악 모터사이클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미국과 남미, 호주에서 300회 이상 하늘에서 뛰어내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개성이 강한 아버지만큼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부자지간에 의견대립이 잦았다. 그가 해외 와이너리에서 10여년간 유랑한 게 그런 이유다.

아버지에게 배운 교훈이 남달랐다는데.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많아 몬테스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늘 ‘경영자 이전에 좋은 와인을 빚어내는 와인메이커의 사명’을 강조하셨다. 그 다음으로 ‘품질과 타협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이어졌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포도를 수확하거나 새 장비를 구매할 때 ‘모르면 사지 마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게으름에 대한 충고였다. 이런 배움이 와인메이커로 성장하고 경영자가 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카이켄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

“카이켄은 안데스 원주민 언어로 야생 거위를 말한다. 이 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경계인 춥고 건조한 파타고니아 고원과 연 중 눈과 안개 지역인 남미 남단의 티에라 델 푸에코 제도에 서식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군락을 이뤄 북으로 이동을 한다. 매년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를 넘어 역경을 이겨내는 철새처럼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 이름을 땄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떼루아가 다른데.

“아르헨티나는 안데스 산맥 너머에 있다. 카이켄이 위치한 비스탈바 지역은 멘도자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안데스 산맥 줄기의 해발 1050m 고도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밤과 새벽에는 고지대라 기온이 뚝 떨어진다. 풍부한 일사량과 큰 폭의 기온 차이로 최상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토양의 상부는 모래질이다. 하부는 둥근 자갈로 구성돼 포도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제대로 얻어낼 수 있다.”

카이켄 설립은 아버지의 결정인가.

“아버지는 최고의 포도밭 후보지를 가려내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의 땅에서 최고의 포도를 얻고, 그 포도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고를 와인에 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신 분이다. 아버지는 2001년 아르헨티나 멘도자를 방문하고 칠레와 너무 다른 땅과 포도(말벡)에 매료됐다. 이미 검증된 포도재배 노하우와 양조기술을 결합해 안데스 산맥 너머에 몬테스와 같은 최고의 와이너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카이켄 마이(Mai)는 고가 와인(18만원)인데.

“몬테스로 보면 ‘알파 M’과 같은 프리미엄이다. 인디언 언어로 ‘첫 번째’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진한 붉은 적색의 말벡 100%로 만들어진다. 꽃향기로 시작해 스파이시한 향신료가 뒤를 이어 다가온다. 단단한 구조감이 특징으로 단 초콜릿, 검붉은 베리향, 따뜻한 과실향이 도드라진다. 타닌이 풍부해 오랜 숙성의 잠재력이 뛰어나다.”

한국에서 인기인 울트라 말벡(4만2000원)의 특징은.

“울트라 말벡은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와인이다. 1910년 식재된 고목(old vine)에서 수확하는 포도로 만든다. 깊은 제비꽃 색상이 도드라진다. 체리와 같은 붉은 열매 과일, 초콜릿, 담배 향의 복합미가 풍부하다. 입에서는 꽉 찬 타닌과 함께 부드러운 벨벳과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과실향에 이어 바닐라와 토스트한 느낌이 감돌면서 긴 피니쉬를 남긴다.”

카이켄 와인은 아르헨티나에서 6%만 소비된다. 나머지 94%는 65개국에 수출한다. 수출 비중은 미국·캐나다가 54%, 독일이 10%를 차지한다. 한국은 3% 수준으로 10위 이내에 드는 중요한 국가다. 다른 아르헨티나 와이너리의 경우 자국과 미국 판매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카이켄은 글로벌 와인이 된 셈이다.

스카이다이빙을 300번 넘게 했던데 경영에 도움이 되는가.

“3000m가 넘는 고도에서 뛰어내리면서 보이는 시야는 TV의 영상과 다르다. 손가락 몇 개만 움직여도 방향이 순식간에 바뀐다. 몸과 자연의 일체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할까. 내 역할은 65개국에 수출하는 카이켄을 더욱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은 이런 목표를 명확하게 해준다.”

- 김태진 전문기자 kim.taejin@joins.com

1311호 (2015.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