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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담베리 스웨덴 기업혁신부 장관] 유럽 중심 수출 아시아·북미로 확대 

한-스웨덴 무역 증진 위해 방한 ... 수출 확대 위해 2019년까지 1050억원 투자 


▎미카엘 담베리 스웨덴 기업혁신부 장관은 “수 평적인 조직 문화와 복지제도가 혁신 기업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하루 평균 6시간 일하고, 1년에 25일 휴가를 가고, 480일 동안 유급 육아휴직을 쓰면서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9500 달러(2015년 기준 세계 10위, 한국 28위)에 달하는 나라.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오늘이다.

이쯤에서 생기는 의문 하나. ‘대체 뭘 먹고 그렇게 잘 사나?’ 인구도 적고(약 970만명), 석유도 없다. 정답은 ‘수출로 먹고 산다’. 스웨덴은 GDP의 약 45%를 수출로 벌어들인다. 에릭슨·볼보·이케아와 같은 대기업부터 이제 막 문을 연 스타트업까지 스웨덴 기업의 무대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이다. 그러나 수출의 70%는 아직까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스웨덴 정부는 지난 9월 ‘신(新) 수출 촉진 전략’을 내놨다.

미카엘 담베리(44) 스웨덴 기업혁신부 장관은 새로운 수출 주력 시장으로 아시아와 북미시장을 꼽았다. 담베리 장관은 앞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국가는 2020년경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스웨덴이 신흥국가에 대한 수출을 적기에 확대하지 못하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수출 확대를 위해 22개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2019년까지 총 8억 크로나(약 105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담베리 장관이 11월 25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이유도 아시아 수출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스웨덴 기업혁신부가 공동 주최한 ‘한-스웨덴 혁신세미나’에 참석한 담베리 장관을 행사가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9월 발표한 새로운 수출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스웨덴은 작은 나라지만 볼보나 에릭슨·이케아 등 많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경쟁력을 갖췄어도 각 국의 시장 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5개 지역에 수출지원센터를 설립해 중소기업에 수출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수출의 많은 부분을 유럽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스웨덴 중소기업 가운데는 유독 혁신적인 기업이 많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마인크래프트’ ‘캔디크러쉬사가’와 같은 게임이 모두 스웨덴에서 탄생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도 혁신적인 기업의 좋은 예다. 스톡홀름에 자리한 혁신적인 기업들은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국 못지 않게 탄탄한 IT 기반이 한 몫을 했다. 일찍이 전자·통신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능력있는 엔지니어도 많다. 여기에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잘 갖춰진 복지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수많은 혁신 기업이 생겼고,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다.”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소개하자면?

“민간은행들과 협력해 창업·벤처·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활성화와 신용보증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세금선택제도(tax option program)’는 스타트업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했다.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능력있는 사람을 스카웃할 때 높은 임금 대신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인데, 정부에서 스톡옵션에 높은 세율(68%)을 매겨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 창업자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초기에 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 함께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은 3월, 매출 부진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스웨덴 전역에서 22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과 생산부서를 중심으로 전체 인원의 2%에 해당하는 직원을 구조조정 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 이에 대해 담베리 장관은 “노동구조 변화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모델, 혹은 북유럽 모델은 노동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며 “우리 정부는 모든 실업자를 보호하지만 모든 직장을 지키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스웨덴의 실업률은 7.1%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치(9.3%)를 밑도는 수치다.

실업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에는 어떤 것이 있나?

“스웨덴에선 매년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그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우리는 실업자가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실업수당을 비롯해 얼마든지 재취업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물론, 스웨덴 사람들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에릭슨에서 해고된 사람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곧 새로운 직장을 찾게 될 것이다.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 적합하다고 본다.”

2020년까지 실업률을 유럽 최저치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어려운 목표지만 유럽 내에서 어쨌든 어느 한 나라의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고, 그게 스웨덴이 아니란 법도 없다(웃음). 2010년 9%대로 치솟은 스웨덴의 실업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웃돌고, 내년에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실업자 지원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중요한 건 취업에 필요한 기술·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이 일과 학업을 병행해 대학 졸업 후 바로 노동시장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올해 EU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1%대인데 반해 상당히 선전한 모습이다. 경제성장의 저력은 어디서 오나?

“국가재정이 탄탄한 덕분에 유럽 경제위기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일찍이 사회보장시스템과 연금제도를 정비해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도 도움이 됐다. 기업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R&D 투자를 강화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좋은 파트너를 찾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수한 기업이 많은 한국은 스웨덴과 좋은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자동차·철강·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을 펼치고 있지만 더 많은 분야에서 양국 간에 협력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1313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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