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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난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 스마트폰으로 밤 12시에 적금 가입 

사업계획서로 본 가상 이용기... 메신저로 간편송금, 낮은 대출금리 매력적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렸다. 금융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미래형 은행이다. 카카오가 주도한 ‘카카오뱅크’와 KT가 중심인 ‘케이(K)뱅크’가 스타트를 끊는다.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시장을 혁신할 ‘메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전용이니 임대료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선 예금 이자나 수수료 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과제도 많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 조건과 해외 사례를 꼼꼼히 짚어봤다.

▎카카오뱅크 가상 사용 화면. 예금 이자를 현금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하반기쯤 공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는 가장 큰 차이점 외에도 상품이나 고객 관리 등 기존 은행과 다른 점이 많다. 다가올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 우리 가족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

남편 정기혁(49)씨

얼마 전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달 월급이 40만원이나 더 들어왔다. 내후년이면 둘째도 대학에 입학할 때니 ‘적금을 하나 더 들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열어 카카오은행에 접속했다. ‘카카오프렌즈적금Ⅱ(가칭)’로 골랐다.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조금 더 높다. 월 납입금액을 입력하니 만기일에 받을 금액이 새로운 창에 뜬다. ‘가입하시겠습니까?’ ‘YES’를 클릭했다. 5분도 안 걸렸다. 적금 하나 들려면 신분증을 챙겨 은행 지점을 방문한 뒤, 30~40분 기다려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상 참 쉬워졌다.

창을 닫기 전 괜히 아쉽다. 오늘 같은 날은 아이들에게도 뭔가 선물이 필요하다. 좋다. 오늘은 아빠가 쏜다! 카카오톡 창을 열고 대학생 아들에게 10만원, 고등학생 딸에겐 5만원을 송금했다. 계좌번호는 필요 없다. 아이디만 있으면 된다. 얼마 전까진 미리 충전해둬야 ‘간편송금’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까똑! 까똑!’ 메시지가 왔다. 내 비서인 ‘금융봇’이 보낸 메시지다. 아파트 관리비 납부 만기일이라는 내용이다. 자주 쓰는 메뉴 창을 여니 ‘관리비’ 항목이 바로 뜬다. 매달 보내던 거라 지난달 납입 내역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달력에서 ‘1월’을 클릭하니 이번 달 납부금액이 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또 다시 ‘YES’. 사무실에 앉아서 오늘 할 일 다 했다.

아내 김윤희(48)씨

얼마 후면 남편의 동생이 늦은 장가를 간다. 형수라곤 하나밖에 없는데 그간 해준 것이 없어 미안했다. 평소에 조카들을 자식처럼 돌봐준 삼촌이라 이번만큼은 잘 챙겨주고 싶었다. 평소 남편이 돈 관리를 해 여윳돈이 많지 않다. 생활비를 절약해 가입한 정기예금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딱 1년만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K뱅크에 접속했다. 노트북에 설치된 카메라에 눈을 맞추자 화면에 ‘본인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늘 감탄하는 것이지만 홍채인증은 5초면 충분하다. 공인인증서를 쓰다 잦은 오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K뱅크 신용대출 상품을 클릭하고, 주부 대출을 선택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과 금리, 만기 후 상환 금액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화면에 나타났다.

금리는 10% 중반이다. 여기에 통신요금 결합상품 혜택까지 받았더니 금리가 0.5%포인트 더 내려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주부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어려웠고, 제2 금융권은 대출이 쉬웠지만 금리가 너무 높았다. 들어보니 신용 정보 평가 방식이 금융거래 내역 중심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평가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홍채인증 절차를 거치니 ‘서류 접수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틀 뒤 통장에 돈이 입금됐다. 남편이 모르는 ‘깜짝쇼’ 준비가 끝났다.

삼촌 정민수(37)씨

결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신혼집을 알아보고, 웨딩촬영이다 뭐다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직장 생활 10년 차.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고 살았다. 월급은 오로지 두 가지 용도로 쓰였다. 생활비와 적금. 결혼 후에도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K뱅크 로보 어드바이저에 접속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금융상담을 도와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이제껏 모은 자산과 앞으로의 소득, 월 평균 소비액 등을 기입했더니 내 나이와 자산 규모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 적금이나 펀드 상품별로 궁금한 점을 물었더니 즉시 답변이 온다. 금리부터 세금까지 한번에 계산 끝. 가입할 때 정해둔 나만의 투자 철학에 따라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을 땐,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준다고 한다.

내 집 마련에 필요한 금액을 넣었더니 현재 달성률이 25%라고 알려 준다. 좀 더 아끼고 저축해야겠다. 밤 12시, 누워서 곰곰이 생각하니 아무래도 적금 비중이 너무 큰 것 같다.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마음이 들었다. 월 30만원 정도는 주식형 펀드를 추가해야겠다. 로보 어드바이저에 다시 접속했다. 그는 24시간 쉬지 않는다. 곧바로 적금 하나를 적립식 펀드로 전환했다. 이렇게 친절하다니. 고맙다. 로봇아.

장남 정진규(22세)씨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다가오는 5월은 부모님의 은혼식(25주년)이다. 일본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이다. 목표 금액은 500만원. 벌써 300만원을 모았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 이번 달에는 현금 이자 대신 멜론 스트리밍 1년 이용권을 받기로 했다. 현금으로 받으면 8530원인데 멜론 이용권은 1만원이다. 어차피 금리는 얼마 안 된다. 동생 생일이 다가오고 있으니 선물로 줘야겠다.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과 회비와 동창모임 통장 관리도 한다. 굳이 은행 사이트를 거치지 않아도 카톡방 안에서 대화하듯 송금하면 자동으로 입금된다. 납부하지 않은 사람에겐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가 발송된다. ‘너는 언제 안 냈다’ ‘빨리 내라’ 일일이 알려주기 귀찮았는데 참 편해졌다.

장녀 정아름(18세)씨

아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용돈 5만원 보냈다’. 와우! 신나게 학교 정문 앞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달려갔다. 얼마 전까지 공중전화 부스가 있던 자리다. 통장? 카드? 그런 거 없다.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1만원만 인출했다. 친구들 생일이 다가오니 아껴둬야 한다. 이 돈으로 오늘 저녁엔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예전엔 편의점에 ATM이 있어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겨우 1만원 뽑는데 수수료가 1300원이나 됐다. 하지만 요즘엔 편의점 안에 인터넷 은행 ATM이 있어 편리하다. 주말에도 밤에도 언제나 수수료 없이 현금을 찾을 수 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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