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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은 지금] 오프라인 은행 모델 따르면 ‘백전백패’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진화 … 로봇이 자산관리, SNS로 신용등급 평가 


미국·유럽·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다. 오래 기간 노하우를 쌓은 만큼 금융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동차금융이나 편의점 소액결제, 보험결제는 기본이고, 고금리 예금과 기업운전자금 대출, 개인종합자산관리처럼 일선 영업점이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나 판매할 법한 금융상품도 취급한다. 최근에는 전통적 예대업무에서 벗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소비패턴과 투자성향을 분석,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세대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사업은 신용카드 결제 업무다. 신용카드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 계좌를 연동해 결제·이체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디스커버뱅크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은행은 지난 2013년 기준 각각 24억4000만 달러(약 2조8343억원), 18억 7000만 달러(약 2조16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신한은행이 같은 해 벌어들인 1조7199억원보다도 50%가량 많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기 전까지 이 수익은 고객들의 결제은행 몫이었다. 이 은행들은 보험료와 휴대폰 요금, 주택관리비, 주유비 등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에 주목하고, 이 비용을 신용카드 자동 결제로 연결해 은행의 고정 수입 창구를 확대했다.

예대사업보다는 일찌감치 수수료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3~3.5%의 높은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앨리뱅크는 모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성공한 경우다. 앨리뱅크는 GM의 브랜드를 활용해 자동차 딜러를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과 자동차 구매자 대상의 오토론을 특화했다. 앨리뱅크는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 시장)을 통해 현재 고객 78만4000명, 자산 1015억 달러(약 121조5900억원)를 확보한 대형 은행으로 성장했다.

구매·신용카드 등 시너지 효과 창출

일본도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발달한 나라다. 일본은 비금융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회사인 소니가 지난 2001년 세운 소니뱅크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초기 시장을 선점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중 처음으로 자산관리 중심의 풀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니뱅크의 총자산은 2조554억엔(약 19조4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에 달한다.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통한 수입이 전체의 약 72%다. 또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외화예금을 취급하는 점도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됐다. 이 은행은 8개 통화의 외화예금 입출금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은 라쿠텐뱅크를 만들어 송금수수료를 없애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기존 시중 은행들과 차별화했다. 일본의 송금수수료는 건당 300엔(약 2800원) 이상으로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여기에 모기업과의 각종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하고 있다. ‘편의점 은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세븐뱅크도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유통회사인 이토요카도와 세븐일레븐이 합작해 만든 이 은행은 세븐일레븐 매장마다 설치돼 있는 ATM기를 활용해 각종 공과금 수납과 예금, 대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럽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보험계약자의 만기보험금을 내부 유보하는 형태로 발전한 탓에 서비스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환경을 영업에 활용하는 등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의 ING는 인터넷전문은행 ING다이렉트를 만들어 ‘제로 수수료’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본업인 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스웨덴 최대 보험사 스칸디아가 세운 스칸디아뱅크 역시 ‘올 인 원 계좌’라는 일종의 통합계좌서비스를 만들어 하나의 저축예금 계좌에서 계좌이체, 주식거래, 보험료 및 공과금 납부 등 모든 금융 거래를 한 번에 이뤄지게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 미국 씨티은행에 인수된 에그뱅크는 디스커버뱅크처럼 신용카드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한 젊은층을 겨냥해 온라인 쇼핑몰 이용 등에 높은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빅데이터 활용한 서비스 등장


이들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금융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애초에 고원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 도입된 사업인 만큼 모기업들도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물론 신용카드 사업이나 일부 특화된 리스사업에서는 적잖은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시스템과 영업환경의 변화를 일구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급격히 늘면서 본질적인 서비스의 변화를 추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며, 고객에게 어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은행들이다. 이들은 고객이 돈이 필요하면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것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켜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재미와 신속·편리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신선한 상품과 프로그램도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 소비·투자·생활·취미 등 고객 개개인에게 맞춘 부가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전문은행 찰스슈워브뱅크가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모기업인 증권사를 기반으로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던 전형적인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그런데 올 3월 빅데이터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융합해 만든 ‘로봇자산관리’ 시스템을 내놓으며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5000달러 이상 예치하면, 개인의 투자 성향에 맞춰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투자 실행 등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목표 수익률을 이루기 위해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자산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환경에 발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도 한다. 미국 월마트 계열의 고뱅크(Go Bank) 역시 모바일 중심 전문은행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공인인증서처럼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잔액 슬라이드’ 기능만으로 간단하게 계좌의 현황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뱅크는 고객이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의 사진을 찍어 보내면 필요한 지출인지를 대답해주는 ‘점쟁이(Fortuneteller)’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 기업인 모벤(Moven)은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현재의 지출 수준과 앞으로 지출이 예상되는 금액까지 미리 알려준다. 김정민 삼일PwC컨설팅 금융본부 이사는 “최근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의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단순하고, 재미있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텐센트가 만든 위뱅크(WeBank)는 온라인 메신저 ‘QQ(사용자 8억명)’나 모바일 메신저 ‘위챗(사용자 4억명)’ 등을 이용해 신용 등급을 결정한다. 사용자들의 로그온 시간과 가상계좌 내 자산, 게임활동 내역, 온라인 구매, 송금 내역 등이 분석 대상이다. 이를 통해 일반은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중·저신용 고객들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상품인 ‘웨이리 따이’를 판매하고 있다. 또 안면 인식 등의 신기술을 도입해 온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도 보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마이뱅크(MyBank)를 시장에 내놓고 대출·신용·보험·결제시스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뱅크는 알리바바의 인터넷상거래 구매 내역 등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및 개인고객들에게 최대 500만 위안(약 9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이미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통해 2010년 이후 16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4000억 위안(약 72조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참여·공유형 서비스도 늘어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과 제2의 이동통신사 KDDI가 절반씩 합작해 2008년 설립한 지분은행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금 조회와 할부금 계산, 온라인몰 결제가 가능하며, 계좌번호 없이 전화번호만으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독일 피도르(Fidor)는 사용자들의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한 은행이다. 고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 활동에 따라 보상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은행 고객 간에 정보 공유와 조언을 통해 이자율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P2P 대출과 크라우드펀딩 등의 수단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마이뱅크(Mybank)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편의에 맞춰 은행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해외 사례를 비춰봤을 때 기존 은행과 같은 모형은 실패한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주주들의 영업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서병호 금융 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설립 후 적어도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데 실패할 경우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대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존의 은행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융 선진국의 이 같은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됐고, 국내 은행법이 열거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어 법규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는 데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개인정보 이용 제한과 투자일임업 금지 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점도 한계다. 아울러 다양한 서비스의 도입 가능성에도 의문은 있다. 한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허가제인데 비해 미국은 인가제라 여러 산업의 기업이 대거 참여, 다양한 서비스와 실험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가제이지만, 자본 적정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 경영진의 경영 평가, 출구전략 마련 등 한국의 금융업 허가보다 엄격한 심사 잣대를 적용해 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박스기사] 해외 실패 사례 - 이자 장사만으론 한계

해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서다. 스마트기기 확산과 빅데이터의 활용,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등장으로 금융과 타업종 간에 융합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졌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제도적 정비가 이미 끝나있었기 때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외의 변화를 보고 뒤늦게 발걸음을 뗐다.

10여년 전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은 높은 위험성에 비해 돈 벌기는 어려운 사업이었다. 금융업은 대면영업을 통한 고객과의 신뢰 구축, 금융회사의 브랜드 가치, 신용도가 중요하다. 또한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에 오르지 않으면 돈을 벌기 어렵다. 비대면 영업을 통한 소자본 대출이 주된 업무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같은 금융산업의 기본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기존 은행들이 영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조 업체들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줄줄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예전 방식대로 전통적 예대업무에만 몰두하니 사업이 잘 될 리 없었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명사였던 넷뱅크(Net Bank)는 높은 조달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다가 2007년 주택경기가 위축되자 파산했다. 디스커버뱅크 등 일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등 확고한 수익 모델을 잡았지만 전통적 예대마진만 노린 은행들은 대부분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인터넷전문은행 태동기인 199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30여 개의 사업자가 난립했는데, 현재는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 등 10여 곳만 남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적 형태의 은행에 비해 거래·전략·평판·규제준수 관련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통화감독청이 지난 2001년 발간한 ‘인터넷은행과 국법은행 인가지침’에서 내놓은 평가다.

이런 미국의 실패 사례를 접한 일본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안착시켰다. 금융과 타업종이 융합돼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유통·통신사업자들의 진출을 적극 유도했다. 일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지난 2000년 마련한 ‘이(異)업종의 은행업 진출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 업무에 대한 면허 심사·감독 지침’에서도 ‘인터넷’보다는 ‘타업종의 은행업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에서는 2000년 이래로 총 6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겼고, 아직까지 문을 닫은 곳은 없다. 결국 심사능력 등 은행의 기본 업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의 경우 기존에 있던 은행을 모태로 자회사 형태로 출범하거나 통신·증권기업의 합자형식으로 설립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기기를 통한 사물인터넷(IoT)이 가능해지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새 국면을 맞고 있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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