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신용카드 등 시너지 효과 창출일본도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발달한 나라다. 일본은 비금융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회사인 소니가 지난 2001년 세운 소니뱅크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초기 시장을 선점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중 처음으로 자산관리 중심의 풀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니뱅크의 총자산은 2조554억엔(약 19조4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에 달한다.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통한 수입이 전체의 약 72%다. 또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외화예금을 취급하는 점도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됐다. 이 은행은 8개 통화의 외화예금 입출금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한다.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은 라쿠텐뱅크를 만들어 송금수수료를 없애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기존 시중 은행들과 차별화했다. 일본의 송금수수료는 건당 300엔(약 2800원) 이상으로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여기에 모기업과의 각종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하고 있다. ‘편의점 은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세븐뱅크도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유통회사인 이토요카도와 세븐일레븐이 합작해 만든 이 은행은 세븐일레븐 매장마다 설치돼 있는 ATM기를 활용해 각종 공과금 수납과 예금, 대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유럽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보험계약자의 만기보험금을 내부 유보하는 형태로 발전한 탓에 서비스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환경을 영업에 활용하는 등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의 ING는 인터넷전문은행 ING다이렉트를 만들어 ‘제로 수수료’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본업인 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스웨덴 최대 보험사 스칸디아가 세운 스칸디아뱅크 역시 ‘올 인 원 계좌’라는 일종의 통합계좌서비스를 만들어 하나의 저축예금 계좌에서 계좌이체, 주식거래, 보험료 및 공과금 납부 등 모든 금융 거래를 한 번에 이뤄지게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 미국 씨티은행에 인수된 에그뱅크는 디스커버뱅크처럼 신용카드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한 젊은층을 겨냥해 온라인 쇼핑몰 이용 등에 높은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빅데이터 활용한 서비스 등장
참여·공유형 서비스도 늘어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과 제2의 이동통신사 KDDI가 절반씩 합작해 2008년 설립한 지분은행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금 조회와 할부금 계산, 온라인몰 결제가 가능하며, 계좌번호 없이 전화번호만으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독일 피도르(Fidor)는 사용자들의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한 은행이다. 고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 활동에 따라 보상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은행 고객 간에 정보 공유와 조언을 통해 이자율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P2P 대출과 크라우드펀딩 등의 수단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마이뱅크(Mybank)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편의에 맞춰 은행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해외 사례를 비춰봤을 때 기존 은행과 같은 모형은 실패한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주주들의 영업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서병호 금융 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설립 후 적어도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데 실패할 경우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대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존의 은행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금융 선진국의 이 같은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됐고, 국내 은행법이 열거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어 법규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는 데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개인정보 이용 제한과 투자일임업 금지 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점도 한계다. 아울러 다양한 서비스의 도입 가능성에도 의문은 있다. 한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허가제인데 비해 미국은 인가제라 여러 산업의 기업이 대거 참여, 다양한 서비스와 실험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가제이지만, 자본 적정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 경영진의 경영 평가, 출구전략 마련 등 한국의 금융업 허가보다 엄격한 심사 잣대를 적용해 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박스기사] 해외 실패 사례 - 이자 장사만으론 한계해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서다. 스마트기기 확산과 빅데이터의 활용,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등장으로 금융과 타업종 간에 융합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졌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제도적 정비가 이미 끝나있었기 때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외의 변화를 보고 뒤늦게 발걸음을 뗐다.10여년 전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은 높은 위험성에 비해 돈 벌기는 어려운 사업이었다. 금융업은 대면영업을 통한 고객과의 신뢰 구축, 금융회사의 브랜드 가치, 신용도가 중요하다. 또한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에 오르지 않으면 돈을 벌기 어렵다. 비대면 영업을 통한 소자본 대출이 주된 업무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같은 금융산업의 기본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기존 은행들이 영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조 업체들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줄줄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예전 방식대로 전통적 예대업무에만 몰두하니 사업이 잘 될 리 없었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명사였던 넷뱅크(Net Bank)는 높은 조달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다가 2007년 주택경기가 위축되자 파산했다. 디스커버뱅크 등 일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등 확고한 수익 모델을 잡았지만 전통적 예대마진만 노린 은행들은 대부분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인터넷전문은행 태동기인 199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30여 개의 사업자가 난립했는데, 현재는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 등 10여 곳만 남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적 형태의 은행에 비해 거래·전략·평판·규제준수 관련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통화감독청이 지난 2001년 발간한 ‘인터넷은행과 국법은행 인가지침’에서 내놓은 평가다.이런 미국의 실패 사례를 접한 일본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안착시켰다. 금융과 타업종이 융합돼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유통·통신사업자들의 진출을 적극 유도했다. 일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지난 2000년 마련한 ‘이(異)업종의 은행업 진출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 업무에 대한 면허 심사·감독 지침’에서도 ‘인터넷’보다는 ‘타업종의 은행업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에서는 2000년 이래로 총 6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겼고, 아직까지 문을 닫은 곳은 없다. 결국 심사능력 등 은행의 기본 업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의 경우 기존에 있던 은행을 모태로 자회사 형태로 출범하거나 통신·증권기업의 합자형식으로 설립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기기를 통한 사물인터넷(IoT)이 가능해지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새 국면을 맞고 있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