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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안착의 6가지 과제] 법 개정~수익모델 개발 ‘산 넘어 산’ 

은행법 개정 험난할 듯 … 기존 은행과 핀테크 경쟁도 부담 


▎지난 7월 열린 금융감독원의 인터넷전문은행 주요 인가 심사 기준 설명회.
summary | 인터넷전문은행 안착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은산분리 원칙을 정한 은행법 개정부터 논란이 많다.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는 기존 대형 은행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보다 훨씬 까다로운 금융 규제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저비용-고수익이란 수익모델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예상과 달리 비용이 적지 않게 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난제가 남아있다. 금융당국은 발생 가능한 문제와 수익성을 따지기보다 다소 급하게 인가부터 내줬다.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일단 정부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 본 인가부터 따자는 심산이다. 일단 서비스가 시작되면 저비용-고수익형 금융업으로 자리를 잡아 큰 수익을 벌어들일 거라 기대하는 눈치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된 무점포 금융업’. 금융당국 등이 바라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개념적 정의다. 금융보다는 산업적 측면에 무게를 둔 개념이다. 하지만 금융업 입장에서 바라보면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다. 은행이 지켜온 수많은, 이유 있는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렇게 보면 난관이 많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행으로 안착하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6가지로 정리했다.

01. 은행법 개정 논란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논란이 거세다. 기존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 지분은 4%로 제한된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성이 중요한데, 이를 독려하려면 ICT기업 등 산업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산업자본이 지배주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은행법에 따른 지분 제한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은행자본의 유용금지 등은산분리의 규범적 원칙은 지키되 일반 기업으로서 투자 대비 지배력을 보장해주자는 뜻이 담겨있다. 금융위원회는 예비인가 대상을 발표하면서 한국카카오은행의 카카오, K뱅크의 KT·GS리테일·다날·한화생명보험·KG이니시스(KG모빌리언스 포함) 등 산업자본의 주식보유 한도(4%) 초과 신청을 승인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행 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예비인가를 받더라도 현재 투자 지분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할 수 없다.

은산분리 규제는 인터넷전문은행에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자본으로 금융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게 본래 의도다. 산업자본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50%까지로 늘려 산업자본이 은행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얘기다. 과거와 달리 한국의 공시제도와 이사회 제도가 투명성을 높였고, 대주주 신용공여한도 규제가 있기 때문에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기존 규제가 국내 은행의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은행에 뚜렷한 주인이 없어 보수적인 방식의 안일한 영업에 안주한단 얘기다. 은행과 같은 거대 자본을 댈 수 있는 산업자본이 지배주주가 돼 보다 강한 경영권을 발휘해야 금융이 활성화된단 주장이다. 이에 반해 은산분리를 고수하자는 쪽은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행과 산업이 동반부실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동양증권은 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하는 등 산업이 금융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입혔다.

일본은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 운용상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5%로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허가한 2000년부턴 보다 폭넓게 산업자본에 은행 지분을 열고 있다. 유럽은 은산분리 규제가 없지만 자본의 적격성 심사를 통해 부적격 지배주주를 걸러낸다. 미국은 여전히 강한 은산분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은행지주회사법을 통해 산업자본이 5%이하 의결권을 가지거나, 간접적인 지배로도 25% 이하로 지분을 제한한다.

정부 원안대로 은행법이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고, 은산분리를 지키는 기존 은행들이 다른 여러 나라 인터넷 전문은행 못지 않게 핀테크(Fin-Tech) 서비스를 훌륭하게 개발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계 보유 지분을 확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은산분리 원칙을 깨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행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02. 기존 은행과의 핀테크 경쟁

금융과 ICT를 결합한 핀테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 은행권도 이미 핀테크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기존 은행들은 엄청난 규모의 IT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4~5년마다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한 번에 대략 1500억~2000억원을 투자한다. 농협의 경우에는 2017년 2월까지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7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 핀테크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복안이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안에 기존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개편하고, 간단하고 새로운 플랫폼인 심플뱅크를 출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기존 시스템과 구별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범모델인 위비뱅크를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를 출범했다. 기업은행은 고객 맞춤형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을 융합한 아이원뱅크 운영을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은행들이 벌이는 대규모 핀테크 사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안에 관한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ICT전문 기업이라 하더라도 금융 보안 문제는 새로운 영역이다. 예상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임종률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기존 은행만큼의 자본건전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03. 위험한 중금리대출 시장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들의 주요 수익 원천은 대출이다. 거금을 대출받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 대출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절대 불리하다. 자본과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액 신용대출 역시 우량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노리는 틈새시장이 중금리 대출이다. 금리 양극화가 뚜렷한 대출시장에서 중금리 대출시장은 새로운 영역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이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지난 6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중은행도 중금리 상품을 취급해달라”고 독려한 바 있다. 이후 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이 금리 6~10% 대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앞다퉈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부족한 영업망과 신용위험 측정능력을 극복하고 중금리시장에서 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특히 비대면 영업에서 제대로 된 신용측정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예비심사를 통과한 2개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을 제시했다. 서적 구입, 휴대전화 요금 지불 실적 등을 모아 신용도를 측정한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선 검증되지 않았다. 중금리 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더욱 안정적인 신용평가가 필요하다. 그런 신용평가에 비금융 거래 정보를 활용한단 얘기인데, 이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출액이 소액에 그친다면 모를까 개인당 수천만원으로 늘게 되면 신용측정 능력 부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04. 늦어질 흑자반전 시점

은행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용이다. 신용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인정을 받으면서 만들어진다. 설립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조달금리도 높아 자금 확보에 불리하다. 예금을 맡기는 고객들도 예금보험 한도(5000만원) 이내에만 돈을 맡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예금을 받는 기존 은행에 비해 많은 고객 수를 확보해야 자본의 융통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아무래도 젊은층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자산 규모가 작은 고객들이 많을 것이고,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도를 쌓고 조달금리를 떨어뜨리는데 난관으로 작용하게 된다. 조달금리는 곧 비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런 난점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은행이 과도하게 많은 지점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임대료와 임금 등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영업점이 아예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저비용 효율성은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감축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은행업은 규모의 경제로 성장해왔다. 영업점은 일반 영업 외에도 은행을 알리는 주요한 홍보 수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려면 전국 주요 교차로와 빌딩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기존 은행과 광고·홍보 경쟁도 벌여야 한다. 그만큼 판매관리비 부담이 늘 수 있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난 일본에서 잘 나타난다. 일본 인터넷은행들의 판 관비 비중은 일본 시중은행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 오랫동안 은행을 알리는 데 많은 비용을 투여해야 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2000년부터 만들어진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8개 중 4곳이 5년 차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의 예비인가 사업자들은 흑자 전환 시점을 3년 차로 전망하고 있다.

05. 은행업 특유의 규제

은행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계획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일일이 금융당국의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자산 건전성이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산업이면서도 금융위원회의 특별한 관리를 받는다. 고객 정보의 관리와 유지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카카오톡은 특정인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 서버의 내용을 검찰에 제출해왔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을 경유해 서비스하기 시작하면 검찰의 영장만으로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 통장 내역 열람은 금융당국의 허가가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보안의 규제는 사법적 영역과 별개이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 받는다.

은행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조사대상이다. 정기·부정기적인 강도 높은 재무감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최소한의 자금이라도 산업자본처럼 운용했다간 당장 경고가 들어온다. 기업의 사금고가 됐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여차하면 단숨에 은행업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인력이 적고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를 취소하려 할 때 드는 정치적 부담도 적다.

은행업 규제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자본적정성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에 대해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설립 초기에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단계별로 일반은행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설립 초기에는 ‘바젤I’ 기준을 적용하고 예대율 규제 대상이 되는 자산 규모 2조원을 초과하면 ‘바젤III’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런 규제를 지키려면 현재 예상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는 바젤III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은행원 인력이 최소 2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임금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06. 새로운 수익구조 개발

대부분 은행이 고민하는 수익구조의 문제도 인터넷전문은행엔 부담이다. 이자수익만으론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부가 수익으로 수수료 기반 서비스 등 비이자수익이 확보돼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서비스가 ATM이다. 예치된 현금을 뽑을 때마다 상당한 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터넷은행인 소니은행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이 ATM 이용 수수료다. 하지만 편의점 등에 비치된 ATM에 입점하면서 기존 은행들과 출혈경쟁을 벌어야 해서 안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제시장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쇼핑 등에서 결제할 때 더욱 빠르고 간편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하는 앱투앱 결제로 결제비용을 절감하는 안이다. 앱투앱 결제을 하면 카드사나 밴(VAN)사, PG(결제대행업체)를 경유할 필요가 없어 소비자와 판매자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제를 하려 해도 총 결제 금액에 상응하는 담보물권이나 일정 비중 이상의 현금 예치가 필요하다. 소비자나 판매자 쌍방에 일어날 수 있는 결제 오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결제 과정에서 생략된 만큼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신용을 결제대행사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에 비해 더 많은 현금을 예치해야 한다. 그만큼 자금 융통이 더뎌지면 서비스가 원활히 돌아가기 어렵다.

은행을 끼고 있는 카드사나 대기업 금융계열사는 든든한 자본이 신용을 공여한다. 이 때문에 결제량이 많아도 카드사를 경유한 핀테크 서비스가 불안하지 않다. 중국의 마이뱅크가 운용하는 알리페이는 알리바바라는 전자상거래 결제서비스와 신용을 공동으로 나눈다. 이 때문에 대형 결제총액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을 공여해줄 기업이 마땅히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한 산업자본이 신용을 공여하면 이 역시 산업자본의 자산 운용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는다 해도 문제는 있다. 그러려면 금융감독원 기준으로 300명 이상의 임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비용 절감을 경쟁력으로 보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선 부담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 바젤I, 바젤III :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1974년 1차 오일쇼크 당시 독일 헤르슈타트은행 파산을 보고 만든 국제 규제. 1988년 만든 바젤I에서는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BIS)을 8% 이상 유지하도록 함.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의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9월 만들어진 바젤III에서는 총자본비율 8% 이상, 기본자본비율 6%, 보통주 자본비율 4.5%, 완충자본비율 2.5% 등으로 자기자본 확충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강화됐다.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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