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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자국산 비행기 띄운 일본] 2017년 고공비행 노린다 

미쓰비시 여객기 ‘MRJ’ 첫 비행 성공 ... 브라질·캐나다·중국 등과 소형 여객기 경쟁 


▎1962년 ‘YS-11’ 이후 50년 만에 일본산 여객기가 하늘을 날았다. 주인공인 MRJ(Mitsubishi Regional Jet). / 사진:동양경제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기체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 푸른 하늘을 향해 쭉쭉 고도를 높여간다. 11월 11일 오전 9시 35분. 많은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치현 나고야 공항에서 ‘MRJ(Mitsubishi Regional Jet)’ 시험기가 날아올랐다. 과거 국가 프로젝트로 개발된 프로펠러기 ‘YS-11’ 이후 반세기 만에 일본 국산 여객기가 이륙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개발 7년 반 만에 첫 비행 성공


MRJ는 미쓰비시중공업 산하 미쓰비시항공기가 개발한 70~90석 규모의 제트 여객기다. 최첨단의 공기 역학 설계기술과 최신 엔진을 탑재해 동급 다른 기종보다 20% 이상 뛰어난 연비 성능을 가진 차세대형 ‘RJ(지방노선용 소형 여객기)’다. 이날 나고야 공항을 날아오른 MRJ는 태평양 지역 엔슈나타 연안 상공에서 조종성 등 기본 성능을 확인했다. 예정된 시험 항목을 소화하고 약 1시간 반 만인 11시 무렵, 다시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 후 활주로를 빠져 나오는 조종사들에게 관계자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활주로에서 이륙 속도에 다다르자 비행기가 ‘날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훌쩍 날아올랐다.” 첫 비행에서 기장을 맡은 야스무라 요시유키 수석 테스트 파일럿은 이륙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한 기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조종 안정성을 지녔다”며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첫 시험기를 완성한 이후, 미쓰비시는 1년 넘게 꼼꼼한 확인작업을 거듭하며 이날을 맞이했다. 개발책임자인 기시 노부오 미쓰비시항공기 부사장은 이날 새벽 2시 반에 잠에서 깼다. “나 같은 엔지니어들은 항상 여러 가지 사태를 떠올리고,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한다. 너무 걱정이 돼 눈이 떠졌다.” 그는 극도의 긴장감에서 해방된 착륙 후 기자회견에서 이따금 웃음을 보였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신들의 손으로 국산 여객기를 내놓은 것은 오랜 꿈이었다. 반세기 전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 중공업 메이커가 공동으로 YS-11을 개발했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누적 적자가 불어나, 1973년 생산이 중단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08년 다시 시작된 것이 바로 ‘MRJ 프로젝트’다. 사실 MRJ 구상 자체는 수년 전부터 있었으나 사업화에 이르기까진 큰 결단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여객기 개발·제조는 커다란 안전 책임과 위험 부담을 동반한다. 자칫하면 아무리 미쓰비시중공업이라도 회사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 망설이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소형 여객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으로 참전했다.

400기 이미 수주, 2017년 첫 인도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방위성의 전투기 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했으며, 민간 분야에서도 중대형 여객기인 미국 보잉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익(양쪽 날개)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서 여객기를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여객기를 구성하는 부품 숫자는 작은 RJ라도 100만개에 달한다. 일반 자동차의 30~40배다. 엔진이나 각종 전장부품, 전원, 공조, 유압 등 수많은 부품을 하나의 기체에 집약시키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더구나 항공기는 매우 까다로운 안전 규제가 동반된다. 개발과 병행해 설계 안전성을 항공 당국에 끊임없이 입증해 나가야 했다. 악전고투였다.

MRJ 개발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위신과 사운을 건 프로젝트다. 이미 많은 개발비를 투자했으나, 본격적인 시험 비행을 거칠 내년이 고비다. “당초 예상한 개발비는 최대 1800억엔(약 1조 7000억원)이었으나 개발 기간 연장 등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들었다”(오오미야 사장). 최종 금액은 3000억엔 규모다. 여기에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등을 감안하면 비행기 인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선행 투자액만 4000억엔 이상이다.

그럼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이 MRJ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쿠지라이 요이치 부사장(교통수송 담당 CEO)은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완성기 비즈니스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MRJ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민간 항공기 분야가 문자 그대로 기간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민간 항공기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3000억엔이다. 주로 동체·주익과 같은 여객기 분담 제조 분야에서 매출을 올렸다. 연이은 증산으로 사업 규모는 착실히 커지고 있지만 중공업 전체 매출(2014년 3조9000억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좀 더 나아가면 보잉이 20년 후, 30년 후에도 미쓰비시에 일거리를 준다는 보장이 없다. MRJ의 판매 가격은 정가 기준으로 1기당 57억엔(약 540억원). 중기 목표인 월 10기 생산을 전제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6000억엔 이상의 매출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다.

MRJ가 첫 비행에 성공하며 기체 개발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번 비행은 어디까지나 시험 비행을 시작하기 위한 첫 비행이었다. 앞으로 1년 반에 걸쳐 총 1500회에 걸친 비행과 이착륙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만약 이 사이 큰 문제점이 발견되면 2017년 4~6월에 예정된 첫 납품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든 인도를 시작하더라도 남은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최대 초점은 사업성이다. 여객기 판매는 개발비 등 선행투자 부담이 커서, 본격적인 회수까진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MRJ가 뛰어든 100석 이하 RJ는 현재 지방노선 네트워크가 조밀한 북미나 유럽에서 주로 운항한다. 기존 비행기 교체와 중남미나 아시아 등 신흥국 지방노선의 정비·확충이 예상돼 향후 20년간 3000기 이상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시장 규모가 큰 중대형기 전문이다.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소형 여객기 시장은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와 캐나다의 봄바르디어가 양분해왔다. 여기에 러시아의 수호이, 중국의 COMAC(중국 상용비행기), 일본의 미쓰비시가 새로 참여해 5개 회사가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됐다.

지금까지 MRJ의 손익분기점은 400기 전후라고 보도돼 왔으나 “그 정도를 팔아 본전을 건질 수 있다면, 고생하지 않을 것”(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실제로 선행 투자를 회수하고,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 800기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금까지 MRJ는 전 세계에서 407기가 판매됐다. 일본의 ANA·JAL뿐만 아니라 높은 성능을 기대하는 미국 대형 항공3사로부터도 큰 물량을 따냈다. 단, 계약이 확정된 건 절반 수준인 223기다. 아직 800기까진 갈 길이 멀다.

기체 완성도 높이고, 사후 관리 체제까지 갖춰야


▎11월 11일 MRJ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더 중요한 건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의 가격이다. 그동안 비행용 시험기 개발에 온 힘을 쏟다 보니 가격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뒀다. 시험기와 양산기는 다르다. 여객기 제조사는 거액의 개발비를 비행기 판매 대금으로 회수하는 비교적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자연히 생산 비용이 높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더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항공사에 팔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제조 부문의 가격 경쟁력이 필수란 의미다.

‘모집기업-미쓰비시중공업, 소속-미쓰비시항공기 고객지원 본부’.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은 구인사이트 등을 통해 일등 항공 정비사를 비롯한 항공 업계 경험자 채용에 분주하다. 여객기 영업은 기체 인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조종사나 승무원 훈련, 정비·점검 지도, 스페어 부품 공급 등 세심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항공사가 자신들이 운행할 비행기를 고르는 건 자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영 판단이다. 기체 신뢰성이나 성능, 객실 쾌적성과 같은 품질도 중요하지만 예정된 납기 일정에 맞춰 기체를 인도할 수 있는 ‘공급능력’과 서비스의 질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한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아직 이런 풀패키지를 갖추지 못했다.

미쓰비시가 ‘최대 강적’이라고 보는 엠브라에르는 전 세계에 2000기 이상의 비행기를 판 실적이 있다. 당연히 대량 생산이나 사후관리 체제도 잘 갖춰져 있다. 더구나 엠브라에르는 MRJ의 대응책으로 현행기를 개량한 ‘E2’ 개발에 착수했다. 미쓰비시와 동일한 엔진을 탑재해, 약점이었던 연비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MRJ보다 1년 늦은 2018년 인도할 예정이나, 2013년 개발 발표 후 2년 반 만에 수주량이 500기를 넘어섰다. E2의 등장은 MRJ의 최대 무기인 성능 우위성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객기 제조사로서의 신뢰성, 양산 체제, 비용 경쟁력, 사후관리 서비스 등 다른 경쟁 조건이 중요해진다.

두 번째는 속도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3년 여름 미쓰비시 항공기는 다시 한 번 MRJ 개발 스케줄 연기를 발표했다. 3번째 연기였다. 당시 가와이 데루아키 사장은 여객기 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단순히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것뿐이라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을 운운하는 문제가 아니다. 형식증명을 취득한 비행기를 만든다. 이를 위해 겪는 진통이다.” 11월 11일 첫 비행을 성공시킨 MRJ는 2008년에 본격적으로 개발 착수한 후, 이륙까지 7년 반이 걸렸다. 당초 계획에 비해 4년이 지연된 것이다. 최대 장벽이 바로 형식증명이었다. 형식증명은 민간 항공기가 반드시 획득해야 할 공적인 안전증명이다. 항공당국이 개발 단계부터 시험 비행이나 해석 데이터 등을 세밀하게 체크해 모든 안전기준 요건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증명서(형식증명)를 교부한다. 이 인증이 없으면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현재 MRJ는 등산으로 치면 6~7부 능선 언저리에 와 있다. 이제부터 진짜 뒷심이 필요하다. MRJ 개발책임자인 기시 부사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일단 기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시험 비행 결과를 참고로 필요한 개량을 실시하고, 최종 설계를 마무리 짓는 작업이다. 실제 비행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그러한 설계 확정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시험으로 모아진 방대한 비행 데이터를 이용해 안전성 증명 작업을 마치고, 최종적으로는 국토교통성의 허가를 받아야 개발이 끝난다.

첫 고객인 ANA에 MRJ를 납품하기로 한 시기가 2017년 4~6월이다. 남은 기간은 최대 20개월이다. 경험이 풍부한 미국의 보잉이나 유럽 에어버스도 신형기를 개발할 때 첫 비행에서 납품까지 20개월 전후가 걸렸다. 가뜩이나 4년 이상 지연된데다 최대 라이벌인 엠브라에르가 신형 비행기 개발을 추진 중인 만큼, 더 이상의 지연은 막아야 한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쓰비시항공기는 MRJ를 미국으로 보낸다. 필요한 시험 비행은 총 1500회, 합계 2500시간이다. 대부분의 시험을 날씨가 좋고, 공항 이착륙이나 비행지역 제약이 적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실시하려는 계획이다. 이미 근교인 시애틀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만들었다. 비행 시험 데이터 해석 등에 정통한 인재를 현지에서 대거 채용해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나고야공항 옆 새 공장 곧 준공

마지막으로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 MRJ 첫 비행의 무대가 된 아이치현 나고야공항 터미널 바로 옆엔 길이 150m, 폭 135m의 대형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2016년 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고마키미나미 공장이다. 생산총괄책임자인 이시카와 데루히코 미쓰비시중공업 집행임원이 “당사가 쌓아온 제조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결집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는 이 공장은 MRJ의 최종 조립을 담당하는 중요 거점이다. 시험기는 인접한 전투기 공장에서 만들었지만 앞으로 항공사에 인도할 양산기는 이 새 공장에서 조립해 전 세계로 보낼 계획이다.

MRJ는 산하의 미쓰비시항공기가 개발·판매를 담당하지만, 주익이나 동체 등 생산 부문은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가 담당한다. 목표 시기인 2017년 4~6월 납품 개시를 향해 중공업 본사도 양산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식 개발 완료를 기다리면 늦다. 형식증명을 취득하면 바로 인도할 준비가 되도록 개발과 병행해 기체 제작에 착수할 것이다”(이시카와 집행임원). 2016년부터 양산에 착수해 인증을 취득할 시점에 복수의 기체가 거의 완성된 상태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양산 개시로부터 1년 간은 월 1기 정도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2년째엔 월 2기, 3년째엔 3~4기로 단계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향후 수주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장기 목표는 월 10기 생산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1315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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