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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배우는 3가지 혁신] 세계를 매료시킨 ‘사이렌(스타벅스 로고 속 바다의 신)’의 마법 

현지화·인사·IT 혁신으로 ... 지난해 매출 사상 첫 20조원 돌파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200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하던 ‘커피 왕국’ 스타벅스가 위기를 맞은 건 고작 커피 한 잔에 비싼 값을 매기는 ‘뻔뻔함’ 탓이 컸다. 스타벅스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뻔뻔함을 당당함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사이렌 로고가 새겨진 컵에 담은 건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고 말한다. 첨단 IT 기술을 갖춘 매장에서 실력있는 바리스타가 건넨 시간의 가치다. ‘사이렌의 마법’을 먹고 자란 초대형 커피콩나무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오상민 기자
국내 커피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빽다방’은 1000원짜리 커피를 내놓으며 어지간한 밥 한 끼 값과 맞먹는 커피전문점 가격에 반기를 들었다. 씨유·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 역시 나란히 1000원대 원두커피를 출시하며 ‘저가 커피’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와 달리 한 잔에 1만원이 넘는 고급 원두 시장도 동시에 커졌다. 일화가 운영하는 ‘카페코나퀸즈’의 스페셜티 커피 한 잔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고급형 매장인 리저브 매장에서는 고가 커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전국 51개 리저브 매장에서 팔린 고급 커피는 2014년 론칭 이후 지난해까지 51만 잔에 이른다.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맛은 물론 가격대까지 다양해졌다. 1000원짜리 커피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휴식용 매개체라면, 고급 커피는 불황에 위로를 건네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이 당신에게 주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커피의 가치를 문화적 가치로 환산한 인물이다.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 덕분일까. 스타벅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20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스타벅스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192억 달러(약 22조원). 2014년 164억 달러(약 18조8000억원)보다 17% 증가했다. 68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 매장 수는 2만3043개로 1년 만에 1677개 늘었다. 주가는 1년 만에 52% 급등했다.

성공 뒤에는 위기도 있었다.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하워드 슐츠 회장이 2008년 CEO로 복귀한 이유도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그의 결정은 직원들의 전면 재교육. 바리스타는 물론 전 직원들에게 에스프레소 제조와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을 하루 동안 모두 문을 닫게 했다. 하루 평균 매출 70억원을 포기한 결정이었다. 이사회와 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혁신을 위해 용단을 내린 이 일화는 스타벅스의 진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로부터 2년 간 슐츠 회장은 새 메뉴 개발을 비롯해 물류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과감한 혁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고객 만족은 직원 만족부터

스타벅스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직원을 중시하는 슐츠 회장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모든 직원을 ‘종업원(Employee)’이 아닌 ‘파트너(Partner)’라고 부른다. 모든 파트너는 회사로부터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시간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스타벅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원칙이다. 미국 본사는 모든 직원에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학업에 뜻이 있는 직원에게는 학비를 제공한다. 커피빈앤드티리프 등 수십 곳의 경쟁사들은 이직률이 연간 평균 150~400%에 달하지만, 스타벅스는 60~70% 내외 수준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타벅스의 경쟁력은 기업문화가 만든 직원들의 강력한 충성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고객과 눈을 맞추고 건네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중시하면서도 IT 분야에서의 혁신은 누구보다 발빠르다. 스타벅스의 충전식 적립카드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은 애플페이·삼성페이 등 모바일 결제시장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핀테크가 화두인 금융권에서도 IT와 결제 기능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스타벅스를 성공모델로 여긴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공간에 그친 카페를 음악을 듣거나 공부를 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게 한 것도 스타벅스의 IT 기술이 한 몫을 했다.

68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커피 공룡’은 해외 진출에 앞서 철저한 현지 조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은 스타벅스 현지화 전략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매장 밖에서 음료를 사전에 주문하는 방식인 ‘사이렌 오더’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맞춰 개발했다.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 없이 미리 주문해 커피를 빨리 받아갈 수 있어 마음이 급한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지만 역으로 미국 본토에 수출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올해 목표는 중국 시장 확대다. 매년 45억 잔의 커피를 소비하는 중국인의 소비량은 인구 수를 고려했을때 미국(1339억 잔)에 한참 뒤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임에도 뿌리깊게 발달한 차 문화 때문에 커피전문점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커피브랜드인 카페베네는 한류 열풍을 내세워 2012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반짝 성공을 거둔 후 사라졌다. 이밖에 드롭탑·주커피·만카페 등 수많은 한국 커피전문점이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까지 ‘커피 불모지’나 다름 없는 중국에서 스타벅스는 앞으로 5년 간 해마다 500개의 매장을 새로 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중국 경기 둔화와 시장 변동성 등 여러 문제에도 중국의 시장성을 확신한다”며 “일부는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스타벅스 직원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바리스타와 점장 등 직원 1만여 명의 주거 비용을 최대 50%까지 지원하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다. 스타벅스는 정확한 중국 매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스타벅스가 달성한 매출은 6억5220만 달러로 1년 전의 두 배를 기록했다. 커피에 혁신을 더한 ‘사이렌의 마법’이 중국인까지 사로잡을지 관심거리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1319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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