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사제도 혁신] 리턴맘·장애인도 모두 환영 

국내 8300여 직원 전원 정규직 … 美 본사, 직원부터 ‘빅 팬’으로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지난해 한국 스타벅스 최초로 청각장애인 출신의 부점장(서울 올림픽공원남문점)이 된 권순미씨. /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2남 1녀의 엄마인 김정미(37)씨는 남들에 비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에 입사했던 김씨는 스타벅스 서울 남부터미널점 점장까지 올랐지만 2007년에 퇴사했다. 결혼 후 육아를 위해서였다. 수년 간 엄마로서 가정에 충실했던 그는 2013년 10월 ‘스타벅스 리턴맘 1기’로 재입사했다. 지금은 스타벅스 김포 장기점 부점장이다. “공백 기간이 무척 길었죠. 세 아이를 키우며 사는 동안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창업도 생각했지만 종일제로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기가 쉽지 않겠더군요.”

고민하던 김씨를 다시 흔쾌히 받아준 곳은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2013년부터 결혼과 출산 때문에 회사를 떠나야 했던 여성 퇴사자들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를 포함한 18명의 바리스타들이 스타벅스 리턴맘 1기로 재입사한 배경이다. 지금까지 60명이 넘는 리턴맘이 바리스타로 복귀했다. 물론 이들 모두는 정규직이다. 보통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김씨는 “재입사는 일반 입사보다 훨씬 어렵다는데 회사에서 흔쾌히 기회를 줬다”며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종일제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스타벅스의 리턴맘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종일제 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경단녀 대상 시간선택제 정규직 일자리 제공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스타벅스의 인사제도 혁신이 화제다. 김씨 같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입사까지 적극 장려할 만큼 실험적이다. 이들이 가진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는 한편 회사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선진국만큼 체계적이면서도 우수한 인사제도로 키우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이지만,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국내 커피 업계에선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한국 스타벅스의 모든 직원은 다른 업체와 달리 연령과 성별, 학력을 불문하고 정규직이다. 2016년 현재 전국의 850여 매장에서 일하는 8300여 명이 모두 정규직이다. 물론 정규직 사이에도 임금 등의 격차가 있지만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모든 임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른다”며 “모든 임직원이 사내에서 딱딱한 직급 대신 닉네임 호칭으로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쓴다. 스타벅스는 전 직원을 커피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커피, 커피기기, 서비스 등 분야별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내에서 커피 전문가임을 뜻하는 ‘커피 마스터’ 자격을 취득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커피 원산지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한편 원두 감별 테이스팅, 커피 추출기구 실습, 로스팅 교육 등의 종합적인 교육 과정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 커피 마스터가 되면 커피 전문가임을 나타내는 검정색 앞치마 차림으로 근무할 수 있다.

신입 바리스타는 입사 후 이런 체계적인 교육과 내부 평가 과정을 거쳐 수퍼바이저, 부점장, 점장, 지역매니저 등의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매년 우수 인원을 선발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이들이 글로벌 커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 및 다양한 국가의 커피 농가를 방문, 교류하도록 한다. 이에 힘입어 한국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리턴맘뿐 아니라 장애인 채용에도 힘쓴다. 그간 한국에서 장애인은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뒤엎고 2007년부터 과감히 장애인 채용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각·지적·정신장애인 142명이 전국에 있는 한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만 113명이다.

단순히 채용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2012년부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을 잡고 체계적으로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기 위한 직업 훈련에 나서고 있다.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예컨대 지적장애인 직원은 커피 제조 과정을 하나하나씩 꼼꼼히 익힐 수 있게끔 반복학습을 한다. 청각장애인 직원에게는 강화된 음료 제조 교육 시간이 주어진다. 비록 청각에는 장애가 있지만, 촉각과 후각이 그만큼 발달돼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의 장애인 인사관리 전담 직원이 평균 주 4회 전국의 장애인 근무 매장을 방문, 애로점을 듣고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선다.

스타벅스는 이들 모두에게 비(非)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서울 올림픽공원남문점 부점장으로 승진한 권순미(37)씨는 보청기를 통해 작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2급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입모양을 보는 구화로 상대방의 의사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2011년 입사한 권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필기시험과 인적성검사, 직무진단, 인성면접, 임원면접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부점장이 됐다. 입사 직후 ‘안녕하세요’ 등의 기본적인 표현부터 시작해 매일같이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해왔다. 권씨는 “장애를 넘어서는 도전정신과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동료와 고객에게 먼저 다가서는 관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美 스타벅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대학 등록금 지원

이 같은 인사제도는 호평 속에 한국에서 스타벅스 브랜드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데 기여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인 미국 스타벅스의 진일보한 인사제도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청년층 일자리 10만개 창출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직장도 없는 16~2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1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를 주도한 이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주(회장)다.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가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호언했다. 특히 체계적인 인턴과 수습,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년 실업자들이 능동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슐츠 회장은 자신의 재단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3000만 달러어치 사재를 출연했다.

미국 스타벅스는 인사제도 혁신으로 유명하다. 퇴역군인과 그 배우자 1만 명을 채용하는 데 나섰고, 학업에 뜻이 있는 직원들이 대학에서 학위를 딸 수 있도록 4년간의 온라인 학위 과정 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앞서 미국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대의 온라인 학위 과정에 지원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놀랍게도 상근직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도 지원 대상이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주에 20시간 이상만 일하면 된다. 당시 인사 전문가들은 “지속성이 없는 일회성, 선심성 인사제도”라며 혹평했고 초기 직원들의 참여도 저조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많은 수의 직원이 애리조나대에 입학 원서를 내서 수업을 듣고 있다. 회사 측이 그간 직원들을 위해 입학 절차 안내와 전공 선택에 대한 조언 등에 적극 나선 결과다. 외부 고객들을 끌어당기기에 앞서 내부 직원들부터 스타벅스의 ‘빅 팬’으로 거듭나게 하는 인사제도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1319호 (2016.01.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