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잔망스러운’ 새해라고?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다. 그런데 간지로 읽는 이 해 이름의 어감이 그리 좋지 않다. 올해의 상징동물인 원숭이의 이미지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필자 주위에는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로 봐서나 올해 좋지 않은 일이 많이 터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보인다. 원숭이는 사람과 DNA 구조가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사람처럼 사회생활도 하고 집단 내에서는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질서가 잘 잡혀있다. 그럼에도 원숭이에 붙는 수식어로 ‘잔망스럽다’가 많이 오르내린다. ‘잔망스럽다’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보기에 태도나 행동이 자질구레하고 가벼운 데가 있다’ 또는 ‘얄밉도록 맹랑한 데가 있다’이다.

혹자의 말대로 과연 새해가 밝자마자 아프리카 및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경제적으로도 중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며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유가도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정말 ‘잔망스럽게도’ 새해가 시작됐다.

이 대목에서 한번 따져보자. 간지에 붙는 동물이 좋다고 좋은 해였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적어도 지난 몇 년 간의 기억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12지의 상징동물을 보면 절반은 유순하고 인간생활에 유익해 가축화된 동물이다. 나머지 절반은 사납거나 해로운 축에 속한다. 전자는 소, 토끼, 말, 양, 닭, 돼지, 개이며 후자는 호랑이, 쥐, 용, 뱀, 원숭이다. 이런 속성인지 필자 주위의 ‘아마추어 역학자(?)’들은 전자의 동물군이 상징이 되는 연도보다 후자 동물의 연도에 ‘험한 일’이 자주 생긴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실제로 2001년 뱀의 해에 9·11테러가 발생했다. 2008년 쥐의 해에 ‘리먼 사태’, 그리고 2010년 호랑이의 해에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아도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어려웠던 1998년은 호랑이의 해였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도 변화가 생긴 것일까? ‘청마의 해’라고 기대가 컸던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순한 ‘양의 해’인 지난해에는 메르스로 온 나라가 곤욕을 치렀다. 필자는 주위의 아마추어 역학자들의 주장을 미신이라 치부하며 잘 믿지 않는다. 다만, 몇 년 간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 역학의 흐름에도 ‘구조적 변화’가 생겨, 오히려 올해 세계적으로나 국내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원숭이 하면 [서유기]의 손오공이 떠오른다. 우리가 아는 서유기는 명나라 때 오승은이란 사람의 작품이다. 7세기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고생 끝에 북인도에서 불경을 구하고 돌아온 사실에 기인해 이후 당, 송, 원 대를 거치면서 생겨나고 발전한 여러 설화를 이 사람이 재구성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등장인물 중 삼장법사는 원래 막강한 능력을 가졌지만 제멋대로인 손오공에 ‘금고아’라는 금테를 씌워 통제한다. 이 손오공이 만능 무기인 ‘여의봉’으로 수많은 요괴를 무찌르고 곁을 지켜 삼장법사가 불경을 구해 무사히 돌아오도록 한다.

어쩐지 찝찝한 원숭이의 해라고 겁 먹을 것 없다.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으로 보아 오히려 좋은 일도 많이 생길 것 같고, 여의치 않으면 이 해에 ‘금고아’를 씌우면 될 일이다. 그러면 손오공의 여의봉이 사실상 내 것이 될 터이다. 그런데 이 금고아란? 무엇보다도 ‘올해도 내 것’이라는 자신감일 것이다.

-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1320호 (2016.02.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