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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 결자해지(結者解之) 나선 중국?] 여론전 펴며 ‘시장의 공포’ 달래기 

경기 안정, 구조조정, 산업 혁신 의지 나타내 ... 최악 아니지만 안심할 상황 아냐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리커창 총리는 춘절연휴 직후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의심받고 있는 중국 경제체력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라고 주문했다.
춘절연휴 직후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를 중심으로 주요 부처 각료들이 머리를 맞댔다. 안건은 역시 최대 현안인 중국 경기 및 금융시장 진단과 대책 수립이었다. 이날 리커창은 “각 정부 수장이 책임감을 갖고 중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풍부한 정책대응 능력을 인민들과 국제 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독려했다. 의심받고 있는 중국 경제체력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라는 주문이다. 이후 각 하부 단위의 움직임이 상당히 빨라졌다. 아마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저우샤오촨 풋’과 선제적 재정 조치

①첫 타자로 나선 것은 몇 개월째 침묵을 지키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다. 경제금융 주간지 차이신(財新)과 전격 인터뷰를 갖고,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시장의 공포를 달래며 금융시장에 일종의 ‘풋’을 제공했다. 중국 금융시장이 휴장이던 춘절 연휴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불안해 했던 것은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인민은행이 큰 폭의 평가절하를 단행하거나, 더 강도 높은 자본통제를 실시할지 모른다’는 거였다. 인터뷰에서 저우 총재는 이 가능성을 모두 일소에 부치며 재차 (13개국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 환율의 안정적 관리를 약속했다.

②뒤이어 지난 2월 16일에는 인민은행과 재정부·상무부 그리고 은행·증권·보험 감독당국 등이 참여한 범 경제부처 공동 성명을 통해 산업 분야 지원을 위한 금융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경기 안정, 구조조정, 산업 혁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금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6대 방향과 16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당국은 ‘산업은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힘이며 국가 경쟁력의 기초’라면서 ‘산업 부문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효율적인 구조조정 및 디레버리징, 그리고 기술혁신은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고 긴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③같은 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특별건설채발행(개발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 주체)을 통해 지방정부 인프라 사업을 신속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이번 분기 할당액을 4000억 위안으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작년 연간으로는 8000억 위안이 집행됐는데, 올해의 경우 분기마다 4000억 위안씩 할당되면, 그 규모가 작년의 2배로(1조6000억 위안)로 늘어나게 된다. 이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승인한 인프라 투자 계획 규모만해도 541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약속했던 선제적 재정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NDRC 대변인은 기자들을 불러모아 중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역설했다.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변함이 없다. 최대 외환보유액 국가라는 지위도,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 중국 경제는 중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뒤질세라 상무부 대변인도 마이크를 잡았다. “세간에서 우려하는 자본 유출 위험은 사실 제한적이다. 많은이가 위안화 환율을 우려하지만 중국의 풍부한 경상수지와 안정된 물가, 지속적인 성장세는 위안 약세가 지속될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리커창의 독려 이후 주요 부처가 잇따라 여론전에 참전하고 있다.

신호 효과


일단 금융시장 관점에서 춘절 이후 중국 정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세계 자산시장에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를 불러왔던 당사국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중국이 결자해지에 나섰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좋다. 당국의 이런 행보는 3월 양회(전인대와 정협)가 끝나고 나면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최근 발표된 우울한 중국 지표들 가운데서도 눈여겨볼 게 있다. 중국 은행권의 지난 1월 신규 위안 대출 규모다. 한 달 새 2조5100억 위안에 달했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중국의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이런 속도로 계속 빚이 늘다가는 중국의 부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만 내용을 살펴보면 경기 모멘텀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 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새해 첫 달 신규 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급증하는 편이다. 대출쿼터 제한으로 연말 집행하지 못했던 대출을 은행들이 1월 한 달 동안 몰아서 집행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춘절 연휴를 앞둔 기업의 자금 수요도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난히 올 1월 신규 대출이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돈 이유는 무엇일까. 위안화 약세가 자리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기업들이 서둘러 달러 빚을 갚고 대신 위안화 대출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채 차환분만 6000억~8000억 위안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가계의 중장기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12월 2924억 위안→1월 4783억 위안). 이는 십중팔구 모기지 대출, 즉 주택 구매에 들어간 자금이다. 모기지 대출의 급증은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 즉 주택 재고 소진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는 신호다. 또한 기업들의 외화대출이 위안화로 빠르게 차환되고 있다는 것은 실수요 측면에서 기업들의 달러 수요 급증세가 일정 시점 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는 위안화 환율 출렁임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판단 변화의 조건

물론 당국의 정책대응 행보가 빨라졌다 해서, 몇 가지 긍정적 시그널이 나왔다 해서,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가 일시에 해소되진 않는다. 중국이 하드랜딩에 빠질 만큼 정책 수단이 바닥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실물경기는 추세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중국의 1월 수출입 실적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연초 중국의 실물경기는 더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다 은행권 내 누적된 부실과 그림자금융에 도사린 위험, 처리되지 못한 ‘좀비기업’들, 그리고 이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지기 쉬운 위안화 환율 우려 등은 변함 없는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리커창 총리는 안정적인 중국 고용시장 덕에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고 말하지만, 작년부터 중국 산업단지에선 크고 작은 노사분규가 잇따르고 있고 동북부 지방의 굴뚝산업 벨트를 중심으로는 임금 미지급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밀린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중국발 리스크는 수시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마다 주변국도 함께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에 빠질 만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하게 되고, ‘이젠 안심해도 되느냐’고 물으면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자신하기 위해선 주요국들과의 정책 공조 속에 (혹은 연준의 금리 인상 포기로) 중국이 환율 걱정을 덜고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과감히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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